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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06. 2023
나이트로 보는 중간관리자의 핵심역량
“무능한 중간관리자는 ‘허락을 받지 못했으니 그 일을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지만 훌륭한 관리자는 ‘하지 말라는 지시가 없었으니까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한다. by. 콜린 파월”
중간관리자의 비애
흔히 회사의 허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중간관리자들입니다.
중간관리자는 일반적으로 대리~부장까지를 일컫습니다.
업무 경력이 쌓여 노하우를 꿰고 있고 회사에 대해서도 잘 알아 실무진들을 지휘 감독하지만 상사의 의견을 전달하는 전달통로의 역할을 겸하기에 최종결정권자는 아닌 끼어있는 위치이기도 합니다.
이런 중간관리자의 어려움을 한 무장으로 응축한 유명한 문구가 있습니다.
‘밑에서는 치고 올라오고 위에서는 내리누른다.’가 그것입니다.
중간관리자는 대부분 한 팀의 리더를 맡고 있기에 조직관리자로서의 역할, 업무를 리드하는 리더십, 상사에게 실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집단이 바로 설 수 있는 허리로서의 능력이 필요합니다.
필자는 이러한 중간관리자, 특히 대리부터 과장까지의 중간관리자를 보면 체스 기물 나이트가 연상됩니다.
왜냐하면 나이트도 체스에서 진형의 허리를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말을 탄 기병, 나이트(Knight)
여러분이 체스하면 가장 생각나는 것이 무엇인가요?
거의 대부분은 블랙&화이트의 체스판 혹은 말머리일 것입니다.
체스의 기물들은 각자의 역할과 상징성을 품고 있지만 그것에 집중한 나머지 기물 모양 자체가 직관적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나이트는 다릅니다.
거의 대부분 나이트는 말머리로 표현하고 정성 들인 회사에서는 말을 탄 기병을 직접 조각하기도 합니다.
가장 직관적인 생김새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체스 그 자체를 상징하는 기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이트라는 기물은 직관적인 생김새와는 다르게 체스 기물 중 가장 기묘한 행마를 가졌습니다.
나이트의 행마이미지와 같이 나이트는 서있는 위치 기준으로 직선으로 한 칸 이동 후 대각선으로 한 칸을 이동하는 독특한 행마를 가집니다.
또한 나이트는 체스 기물 중 유일하게 다른 기물을 뛰어넘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직선 혹은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체스의 기물 사이에서 변화무쌍한 행마와 말을 뛰어넘는 특징은 상대방에게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궤도로 기습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전술적 가치를 제공합니다.
나이트의 이러한 행마의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필자가 추측하기로는 나이트가 기병을 상징화한 것에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쟁에서 기병이란 빠른 기동력을 이용해 전선의 빈틈을 파고들거나 말의 무게와 속도를 이용해 정면으로 돌격 후 들이받아 보병 대열을 무너뜨리는 것이 목적입니다.
또한 기동력을 활용해 정찰, 견제, 매복 및 기습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왔습니다.
체스판의 나이트의 행마는 이러한 기병의 역할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말을 뛰어넘는 특성을 활용해 전선을 지지하는 후방의 폰을 끊어서 대열을 붕괴하거나 상대방 진영의 빈틈을 파고들어 견제하는 등 실제 기병과 같이 돌격대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군마를 탄 사원, 중간관리자
나이트의 이러한 특징에서 저는 중간관리자가 가져야 할 능력을 보았습니다.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나이트는 말을 탄 기병입니다.
말은 예로부터 인간과 친화적이어서 여러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데, 전쟁적인 측면을 강조한 군마의 경우 명예와 지위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군마 위에 올라탔다는 것은 명예를 쟁취하기 위해 앉아 지휘하는 기사가 연상됩니다.
업무적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지만 임원과는 달리 직접 현장에서 지휘한다는 점에 저는 나이트야 말로 중간관리자와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나이트를 통해 알 수 있는 중간관리자의 핵심역량은 무엇일까요?
1. 누구보다 앞장섭니다.
설명드렸듯이 나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행마입니다.
말을 뛰어넘을 수 있어서 체스 기물 중 폰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첫 턴에 움직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폰과 함께 중앙에 진출하여 영역 다툼을 하는 것이 초반 전술의 정석입니다.
나이트가 먼저 중앙을 차지한다면 적 기물조차 뛰어넘는 기동력으로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고 무엇보다 다른 기물 전진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중간관리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뒤에서 지시만 하는 관리자의 말을 신뢰하고 따르는 직원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발심이 들어 팀의 연계가 깨질 수도 있습니다. 이에, 중간관리자는 나이트와 같이 앞장서야 합니다.
나이트가 군마를 탄 이유는 빠르게 달라기 위함입니다.
중간관리자가 지위를 탄 이유를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2. 유연하게 상황을 판단합니다.
게임에서 나이트는 다양한 변수창출이 가능합니다.
직선적인 행마를 가진 타 기물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변화무쌍한 이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경직된 흐름을 리드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나이트의 이런 유연한 행마가 업무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연함이란 형에 집착하지 않고 목표를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입니다.
혹자는 관리자에게 필요한 것은 매뉴얼대로의 대처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는 것은 관리자의 기초덕목입니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 가이드라인이 있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예측하더라도 가이드에 없는 돌방상황은 터지기 마련이고 권한이 얕은 실무 담당자에게는 이러한 상황을 섣부르게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관리자는 전장을 종횡무진 날뛰며 빈틈을 찾는 나이트와 같이 유연하고 대담한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3. 정보를 꿰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유연한 판단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떡하면 좋을까요?
나이트는 중앙으로 위치시킬수록 기물의 가치가 더욱 상승합니다.
변칙적인 행마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웃포스트에서 상대방을 견제하는 백나이트이미지와 같이 백나이트는 보드의 중앙을 컨트롤하고 있으며 퀸과 함께 언제든지 상대진영까지 깊숙이 침투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나이트를 활용할 수 있는 자리를 선점하는 것을 아웃포스트(전초기지, Outpost) 선점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나이트는 3점의 기물가치를 가지지만 아웃포스트를 선점한 나이트는 기물가치 5점으로 룩과 동급의 평가를 받게 됩니다.
나이트는 최전선에 있어야만 가장 기치 있는 기물이라는 뜻입니다.
공통적으로 유연하고 긴박한 상황에 정확한 판단을 잘하는 사람은 동작성 지능이라고 불리는 두뇌의 인지능력이 뛰어납니다.
동작성 지능이란 지각추론 및 작업처리 능력을 말합니다(다른 지능으로는 언어성 지능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소근육 활동, 블록 쌓기, 직소퍼즐 맞추기 등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이 발달됐을 가능성이 높은 지능이며 나이가 들면 높은 인지능력과 경험을 통한 판단력이 돋보이게 됩니다.
오감으로 인지하는 정보를 뇌가 정확히 기억하고 빠르게 추론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동작성 지능이 좋아도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다면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중간관리자는 언제나 업무의 중심에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인지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긴박한 상황이 있을 때 지금까지 인지한 정보를 토대로 가장 유연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목적을 위해 대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체스에는 포크(Fork)라는 전술이 있습니다.
하나의 기물이 상대방의 두 기물 이상을 동시에 공격하는 것을 말합니다.
상대방이 하나를 수비할 틈에 남은 하나를 잡아버립니다.
이 포크 전술은 다른 체스 기물도 사용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나이트로 가장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이트는 직선이 아닌 점의 형태로 공격하며 다른 기물을 뛰어넘기에 둘 이상의 기물을 공격하기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흑의 기물 3가지를 동시에 공격하는 백나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