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입사를 하면 나의 업무를 명확하게 나누기 시작합니다. 회사가 크고 많은 인원이 있는 곳이라면 더욱 세세하고 전문적인 업무를 맡게 됩니다.
하지만 회사의 규모가 작고 인원이 많지 않다면 다양하고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맡거나 혹은 업무의 담당이 모호하여 명확한 담당자의 존재 없이 업무가 진행될 때도 있습니다. 업무 분장이 명확하다 하더라도 갑작스러운 프로젝트TF로 선출되기라도 하면 본 업무와 프로젝트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개인 회사생활에 업무 과부하로 번아웃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혹자는 여러가지 업무를 경험할 기회가 되지 않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를 야기합니다.
체스에서도 한 기물에 맡은 역할이 너무 많게 되어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왕왕 발생합니다.
그것을 기물 과부하(Overloading)라고 합니다.
과부하된 기물을 공략하라, 디플랙션 전술
체스의 전술 중 하나는 역할이 과부하된 기물을 공략하는 전술이 있습니다. 이를 체스 용어로 디플랙션(deflection) 전술이라고 합니다.
흑폰의 역할이 과부화되어 다음 수에 백비숍에게 나이트를 먹힌다.
이미지에서 흑색 폰은 비숍과 나이트를 동시에 지키고 있습니다. 이에 백은 나이트로 흑비숍과 교환을 하였고, 다음 수에 지키는 기물이 없었던 흑나이트는 백비숍에 의해서 잡히고 맙니다.
하나의 기물이 두 기물을 지키고 있었고, 하나를 수비하는 틈에 다른 기물을 잡아버리는 정석적인 디플랙션 전술입니다.
디플랙션 전술은 하나의 기물의 역할은 한 가지만을 담당한다는 기초적인 룰을 위반했기에 나오는 진형의 틈이기도 합니다. 이는 현실의 업무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는 흔히 농담조로 “1인분 같은 2인분”을 요청하듯 회사에서는 사원에게 “1인분 같은 2인분”의 업무를 지시합니다.
당장은 그것이 큰 문제가 없어 보이고 몇몇 선택받은 사원은 맡은 바를 응당 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는 사원 개인의 문제를 부르고 회사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블라디마르 크람닉(백) vs 누힘 라시코프스키(흑)의 경기 중
위의 이미지는 블라디마르 크람닉(백)과 누힘 라시코프스키(흑)의 대결에서 나온 전술입니다. 이미지를 보시면 누힘 라시코프스키는 흑나이트로 백룩이 공격해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g8칸과 h7칸의 폰을 수비하고 있었습니다. 당장은 그것이 큰 문제가 없는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크람닉은 나이트가 과부하된 상황을 꿰뚫어 보고 백퀸을 희생(백퀸으로 흑폰을 잡고 체크, 흑나이트가 퀸을 잡을 때 백룩을 전진하여 체크메이트) 하여 체크메이트로 경기를 승리합니다. 단순한 전술 한 번에 게임이 무너진 것입니다.
현실도 체스와 마찬가지입니다.
사원이 여러 업무가 중첩된다면 장기적으로 조직이 와해될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직원의 유능함으로 업무가 잘 진행되는 것 같아 보여도 한 업무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업무에 집중할 시간이 분산되게 되고 실시간 대응이 어렵게 됩니다.
과부하가 해결되지 않은 채 사원이 퇴사를 하게 된다면 인계를 받은 직원은 전 담당자와 같은 노하우가 없기에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더욱 어려움을 느끼고 퇴사를 하는 등의 악순환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렇게 체스 기물이 먹히듯 핵심인재가 서서히 없어지고 회사는 경쟁회사한테 체크메이트를 당하게 됩니다.
과부하에서 오는 번아웃 증후군
과부하 된 기물은 수비에 역할을 다하느라 움직임이 경직되어 게임 활용에 고민거리입니다. 이와 같이 회사뿐만이 아니라 사원 개인에게도 과부하는 번아웃(burmout) 증후군을 불러와 큰 문제가 됩니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업무를 수행하면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을 말합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직무에서의 성취감 결여,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지속돼 초기에는 일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고 종국에는 퇴사를 결정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