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패스드 폰 Aug 29. 2023

업무 과부하로 인한 번아웃, 판을 바꿔야 합니다.

내일 할 수 있는 일은 굳이 오늘 할 필요 없다. by. 박명수




명확하지 않은 업무 분장


회사에 입사를 하면 나의 업무를 명확하게 나누기 시작합니다. 회사가 크고 많은 인원이 있는 곳이라면 더욱 세세하고 전문적인 업무를 맡게 됩니다.

하지만 회사의 규모가 작고 인원이 많지 않다면 다양하고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맡거나 혹은 업무의 담당이 모호하여 명확한 담당자의 존재 없이 업무가 진행될 때도 있습니다. 업무 분장이 명확하다 하더라도 갑작스러운 프로젝트TF로 선출되기라도 하면 본 업무와 프로젝트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개인 회사생활에 업무 과부하로 번아웃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혹자는 여러가지 업무를 경험할 기회가 되지 않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를 야기합니다.

체스에서도 한 기물에 맡은 역할이 너무 많게 되어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왕왕 발생합니다.

그것을 기물 과부하(Overloading)라고 합니다.


과부하된 기물을 공략하라, 디플랙션 전술


체스의 전술 중 하나는 역할이 과부하된 기물을 공략하는 전술이 있습니다. 이를 체스 용어로 디플랙션(deflection) 전술이라고 합니다.


흑폰의 역할이 과부화되어 다음 수에 백비숍에게 나이트를 먹힌다.


이미지에서 흑색 폰은 비숍과 나이트를 동시에 지키고 있습니다. 이에 백은 나이트로 흑비숍과 교환을 하였고, 다음 수에 지키는 기물이 없었던 흑나이트는 백비숍에 의해서 잡히고 맙니다.

하나의 기물이 두 기물을 지키고 있었고, 하나를 수비하는 틈에 다른 기물을 잡아버리는 정석적인 디플랙션 전술입니다.

디플랙션 전술은 하나의 기물의 역할은 한 가지만을 담당한다는 기초적인 룰을 위반했기에 나오는 진형의 틈이기도 합니다. 이는 현실의 업무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는 흔히 농담조로 “1인분 같은 2인분”을 요청하듯 회사에서는 사원에게 “1인분 같은 2인분”의 업무를 지시합니다.

당장은 그것이 큰 문제가 없어 보이고 몇몇 선택받은 사원은 맡은 바를 응당 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는 사원 개인의 문제를 부르고 회사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블라디마르 크람닉(백) vs 누힘 라시코프스키(흑)의 경기 중


위의 이미지는 블라디마르 크람닉(백)과 누힘 라시코프스키(흑)의 대결에서 나온 전술입니다. 이미지를 보시면 누힘 라시코프스키는 흑나이트로 백룩이 공격해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g8칸과 h7칸의 폰을 수비하고 있었습니다. 당장은 그것이 큰 문제가 없는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크람닉은 나이트가 과부하된 상황을 꿰뚫어 보고 백퀸을 희생(백퀸으로 흑폰을 잡고 체크, 흑나이트가 퀸을 잡을 때 백룩을 전진하여 체크메이트) 하여 체크메이트로 경기를 승리합니다. 단순한 전술 한 번에 게임이 무너진 것입니다.


현실도 체스와 마찬가지입니다.

사원이 여러 업무가 중첩된다면 장기적으로 조직이 와해될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직원의 유능함으로 업무가 잘 진행되는 것 같아 보여도 한 업무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업무에 집중할 시간이 분산되게 되고 실시간 대응이 어렵게 됩니다.

과부하가 해결되지 않은 채 사원이 퇴사를 하게 된다면 인계를 받은 직원은 전 담당자와 같은 노하우가 없기에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더욱 어려움을 느끼고 퇴사를 하는 등의 악순환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렇게 체스 기물이 먹히듯 핵심인재가 서서히 없어지고 회사는 경쟁회사한테 체크메이트를 당하게 됩니다.


과부하에서 오는 번아웃 증후군


과부하 된 기물은 수비에 역할을 다하느라 움직임이 경직되어 게임 활용에 고민거리입니다. 이와 같이 회사뿐만이 아니라 사원 개인에게도 과부하는 번아웃(burmout) 증후군을 불러와 큰 문제가 됩니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업무를 수행하면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을 말합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직무에서의 성취감 결여,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지속돼 초기에는 일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고 종국에는 퇴사를 결정하게 됩니다.



번아웃 증후군은 전염성을 가집니다.

필자기 이전 폰을 예시로 설명하였듯이(참조: https://brunch.co.kr/@cryingbird/2) 회사의 일이란 유기적이며 단독 업무는 거의 없습니다. 필히 나의 전진을 동료가 지지해주지 않는다면 고립된 폰이 될 뿐입니다.

하지만 동료가 번아웃 증후군으로 업무 의욕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함께 하는 업무에도 지장을 주며, 기물의 진로를 방해하는 아군 기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의 공백을 모두가 분담하게 되고 그것은 동료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나 집단의 번아웃을 상승시킵니다.

이에, 업무가 과부하 돼있다면 번아웃 증후군에 걸리기 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형을 다듬기 위하여 판을 바꾼다. 


체스에서 기물 과부하 상황이 된다는 것은 전황이 불리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수세에 몰렸거나, 공세에 집중한 나머지 진형이 무너진 상황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신속히 기물의 배치를 점검하여 새로운 판을 구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다수의 인원이 업무 과부하 되어 있다는 것은 업무 분담의 실패 혹은 최적 인원 산출의 오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급격한 사업 확장을 하고 있거나 인력의 부족으로 회사가 수세에 몰려 전체를 고려하기 어려운 상황 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리더는 체계를 재정립하고 판을 점검하듯 조직 전략을 새로 구성하여야 합니다.



위험을 만나면 과감히 돌을 버려라.  - 위기십결(圍碁十訣)의 봉위수기(逢危須棄) -


체스에서는 과부하 된 진형을 해결하기 위해 수비를 강화할 수도 있지만 적극적인 기물 교환으로 상황을 풀어나가기도 합니다.

이 말은 즉, 회사의 내실을 강화하기 위하여 때로는 철의 마음을 갖고 비전이 부족한 사업은 버릴 필요도 있다는 뜻입니다. 사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공기관은 공적 편의를 위해 존재합니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도 공적 편의를 지키는 것도 직원 개개인이 정확한 위치에 있을 때 원활하게 돌아갈 것입니다.


나 스스로 번아웃을 이겨내는 방법은 없을까?


번아웃 증후군을 겪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업무 능력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체스는 기물의 활용이 직관적인 게임입니다.

모든 기물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고 그 한계도 명확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물이 과부하 된 상황인지 쓰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능력은 다릅니다.

사람 능력의 한계는 체스처럼 명확하지 않습니다. 게임 캐릭터처럼 수치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스스로 직접적으로 부딪혀서 탐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배된 업무를 받은 이후 "아 막상 해보니 감당을 못하겠어."라고 생각하면 늦습니다.

본인의 능력을 잘 파악하여 업무가 분배되기 전에 과부하가 될 것임을 인지해야 거절할 때도 논리적이고 명확한 이유를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한계를 파악한다는 것은 껍질 속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도전했다는 경험과 스스로에 대한 전문성을 나타내 주는 것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정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