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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정 Mar 26. 2020

왜 당신에게는 재미있는 일들만 생겨?

기억하고싶은 짝꿍이의 이야기

한 집에 사는 짝꿍이는 평소에 배달음식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래서 방문포장을 시켜놓고 동네 피자집에 손수 다녀와 가져온다. 그 날도 그랬다. 평소처럼 집에서 주문을 하고 동네 피자집을 갔다. 그 피자집은 우리동네가 본사였다.


“방문포장 가지러 왔는데요.”


“거기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카운터 앞 의자에는 본인 말고도 세 명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속으로 자기처럼 방문 포장이 많나보다. 하고 생각했더랬다. 매니저같은 분이 나오시더니 짝꿍이에게,


“이쪽으로 오시죠.”


라고 해서, 피자가 나왔나보다 하고 따라갔다. 그런데 피자를 주지는 않고 안쪽 작은 사무실로 안내하더라. 이거 무슨 일이지? 어리둥절한 짝꿍이에게,


“앉으시죠.”


앉았다.


“아....그런데 이 분은 서류가 없네요?”


“네?”


“면접 보러 오신 것 아닌가요?”


“네? 저는 방문 포장 피자 받으러 왔는데요?”


그렇다. 미x터 피자 취업 면접장이었던 것이다. 아까 함께 기다리던 여성분들은 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순식간에 이런 황당한 일을 겪고 싱글벙글해서 집에 들어온 짝꿍이는 우르르 썰을 풀기 시작했다. 피자를 먹는둥 마는둥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웃다가 울었다.


“왜 당신에게는 재미있는 일들만 생겨?”


한참을 울다 웃으며 뒹굴다 물었다.


“난 네가 더 웃겨.”


결혼 8년차, 우리에게 왜 결혼했냐 물으면 “당신이 너무 재미있어서” 아직도 내가 재미있다는 짜꿍이, 나도 당신이 너무 너무 재미있어. 내일도 모레도, 내년에도 10년 뒤에도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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