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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정 Jan 03. 2022

엄마는 꽉꽉이야

어쩌다 보니 육아

아주 엉망이었다. 전복밥을 한다고 얼린 전복을 녹인 상태였다. 깨끗한 칫솔로 전복을 여기저기 닦고 가지런히 잘라 불린 쌀에 올려 밥을 할 참이었다. 아이가 그 모습을 본다고 주방 여기저기 비집고 얼굴을 내민다. 칼로 전복 내장을 제거해야 하는데 자꾸 얼쩡거린다. 물로 헹구고 칫솔로 닦는 동안 개수대에 컵도 집어넣고 손도 집어넣고 세제통도 집어넣는다. 조잘조잘 말도 시킨다. 불안해 미치겠다.


“소헌아 잠깐 저기서 놀고 있어.”


그러자 손바닥만 한 인형을 전복이 담긴 그릇에 집어넣는다.


“야. 왜 그래. 저리 가. 위험해.”


전복을 얇게 저미려고  칼을 들었는데 자꾸만 도마 위로 하얀 손을 내민다. 전복을 만지고 싶어서.


“저리 가~ 칼 위험해.”


그러자 울상인 얼굴이 되더니 옆에 양파즙을 따라놓은 머그 컵을 덥석 잡는다.


“안돼! 아악!!!”


순식간이었다. 자주색 양파즙은 하늘로 솟구쳤다  주방을 포근히 덮었다. 내 마음도 솟구쳤다 바닥에 나뒹군다.


“아… 소헌아. 엄마가 위험하다 그랬잖아.”


이번엔 내가 울상이 되어 말했다. 그러자 아가가 말했다.


“엄마는 꽉꽉이야.”

“응? 엄마가 왜 꽉꽉이야? 엄마가 오리야?”

“엄마가 꽉꽉 해.”


이게 무슨 말이지? 며칠 전부터 엄마가 꽉꽉이라고 하는 걸 여태 못 알아 들었다.


“엄마가 꽉꽉 해? 언제?……아…”


그제야 알았다.


“엄마가 자꾸 꽉꽉 말했어?”


아기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다.


“네!”


 ‘드디어 엄마가 알아들었군!’ 아기는 엄마가 잔소리할 때마다 오리처럼 꽉꽉 한다고 표현한 것이다.


“얍 너 인마 너! 진짜! 너 내가 언제! 너 위험할 때만… 하…”


할 말을 잃었다. 엄마는 정말 다른 사람에 비하면 잔소리 안 하는 거라고. 진짜 위험해서 그런 거라고! 에라. 양파즙이 뭐냐. 몸보신 좀 할랬더니. 아이고 기빨려. 믹스커피나 타야겠다. 정신 챙기게.


#28개월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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