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
이 모든 것은 예견된 일이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고, 과학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 한계치가 코 앞이다. 산업화 이후 지구 온난화는 꾸준히 계속 되었고 앞으로 2030년 정도가 되면 인간의 힘으로는 돌이킬 수 없다고 한다. 남극의 빙하는 녹아가고 해수면은 상승하고, 원전이니 에너지는 미친듯이 쓰고 있고. 폭우나 폭염 등 이상 기후나 그로 인해 산불이 전 세계적으로 폭탄처럼 터진다.
오랜만에 장화를 꺼냈다. 어제 집 앞 까페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몇 미터 안 되는 동안 우산을 썼음에도 홀딱 젖었다. 비는 사방으로 뺨 때리듯 몰아쳤다. 검정색 정장바지는 김장김치마냥 내 발목을 붙잡고 느러진다. 아, 장화를 꺼내야겠다.
장화를 신고 나오는데 이런 신문물이 따로 없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물을 가르며 좀 걷고 나니 기분이 나아졌다. 아이처럼 찰박거리다 문득 떠오른다. 장화는 이미 패션이 아니다. 생존물품이었다. 겨울 도야마에서 허벅지만치 올라오던 장화가 생각났다. 예뻐서 신는 게 아니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눈 속을 걷기 위해, 살기 위해 신는 거다.
얼굴에는 마스크, 발에는 장화를 신고 걷다보니 실소가 나온다. 지금은 코로나때문에 쓰지만 마스크 역시 기후변화의 산물 아닌가? 애초에 마스크 시장이 커진건 황사때문이었다. 잊은건 아니겠지. 봄마다 한국에 얼마나 황사가 심했는지.
지난 7월 아주 오랜만에 외장하드에서 환경프로젝트 파일을 열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세 개의 환경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무대에 올렸었다. 광주가야금연주단에서 이번에 ‘환경’이란 주제를 가지고 연주회를 하는데 고맙게도 내 지난 곡을 연주하고 싶어 한 것이다. 두 개의 곡을 12현 가야금 3중주곡으로 편곡하여 전했다.
그 과정에서 10여년 만에 지난 환경프로젝트를 준비했던 자료를 훑어보았다. 2010년 몽골에 가서 나무를 심던 시절부터 모아둔 자료들. 그 낡은 파일에 있던 가라 앉는 섬-투발루,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 태안 유조선 침몰, 녹아가는 남극 등… 지금 뭐라도 해결 된 것이 있나? 일본은 여전히 원전 오염수 버리겠다고 난리고. 북극은 다 녹았다.
이런 일들이 고작 빨대를 안 쓰고 리사이클링 한다고 되는 일이던가? 소고기 안 먹는다고 탄소가 줄어드나? 텀블러나 에코백은 그걸로 지구 지키려면 몇백번 써야 되는지 아는지. 바다의 오염은 우리가 버리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고기를 잡다 버리고 난 그물이 주범이다. 재활용을 한다고 다 재활용이 되나? 플라스틱도 종류가 많다. 개인의 희생을 기반으로 하는 켐페인, 환경보호를 빌미로 하는 상술에 이제 진력이 난다.
리사이클링 기술이 필요하고, 선한 과학이 답이다. 환경 정책이 필요하고 그 정책을 지지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시적 안목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파일을 보니 10년이 지나도 나아진 게 없다.
우리는 이제 마스크와 장화는 필수고 미래영화처럼 산소통을 달거나 돔을 건설한다고 난리겠지. 돈있는 자들은 일론머스크에게 투자를 하고 화성으로 떠나겠지. 가장 낮은 곳에 사는 이들은 이깟 비에 반지하의 터전을 잃고 목숨을 잃고. 환경문제에 가장 피해를 보는 이들은 꼬리칸 탑승자가 될 것이다. 그게 먼 미래가 아니다. 우리의 노년이자 우리 아이들의 미래. 이제 것잡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