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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정 Feb 27. 2023

출간일지3<마음을 듣고 위로를 연주합니다>

말랑말랑프로젝트

딱딱이에서 말랑이 글을 쓰기 위한 저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그동안 글쓰기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 제 글을 면밀히 살펴준 사람이 또 있을까요? 저희 지도교수님 빼고요. 여러 지적과 제가 부족하다 느낀 점에 대해 보완하기 위해 몇가지 계획을 수행하기로 했어요.



나의 장점은?


첫 책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 를 쓰고나서 여러 피드백이 들어왔었어요. 음식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너무 실감나 다음 번에 꼭 음식 에세이를 내달라는 이야기, 전반적으로 인간애가 있고 따뜻하다는 이야기, 음악치료사 이야기라 인간의 심리에 대한 해석을 기대했는데 적어서 아쉬웠다는 이야기 등등이 있었습니다.

나에 대한 객관화, 내가 나의 글을 보았을 때 묘사는 좋으나 통찰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두번째 책을 쓰기 전 통찰에 관한 부분을 좀 길러보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나와 나의 세대에 대한 이야기


일단 제가 읽던 책 리스트를 점검했습니다. 사실 전공서적을 읽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시를 좀 읽었습니다. 당대 유명한 소설과 산문, 자기계발서 등을 읽다가 뭔가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첫째,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대 사람들이 쓴 그들 세대의 이야기이며,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감성이 다르다란 생각을 했죠. 주입된 생각에 나의 생각이라 속고 있는 건 아닐까?


정지우 작가의 <인스타그램엔 절망이 없다> 에서 마치 mz세대를 이야기 할 때 전 세대들이 겉에서 보여지는 면을 재해석한 것일 뿐, 우리도 자기 세대에 대한 진단을 해야 한다는 것처럼 말이죠.


  제가 김훈, 하루키와 같은 작가의 글들이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던 이유가 바로 거기 있었습니다. 젠더감성, 세대 감성이 저와 맞지 않았던 거였어요.


  그렇게 새로이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나와 비슷한 세대의 작가들을 찾아 읽었습니다. 원래도 팬이었던,응급의학과 의사이자 작가인 남궁인의 책을 몽땅 읽기 시작했습니다. 정지우 작가의 책들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의 높이가 저와 비슷했고 통찰력과 순발력이 있는 글들이었습니다. 게다가 매일 글을 올리는 성실함은 정말 대단합니다.


이슬아 작가의 글들을 읽으며 이렇게 유연하고도 위트있게 방망이를 날릴 수 있다는 것에 감격했습니다. 특히 여성으로서 공감되는 상황들과 이를 용감하게 비트는 재능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여기에 이슬아 작가가 만나고 돌아오면 글을 쓰고 싶어진다는 양다솔 작가의 <가난하지 않는 마음>을 서둘러 주문했습니다. 에세이임에도 소설의 플롯이 느껴져 몰입감이 있었습니다.  남다른 관찰력과 해석 그리고 시선에 대한 편안함이 과연 글을 쓰고싶게 하였습니다. 그의 책은 아직도 제 머리맡에서 메마를 때마다 주는 영양제 역할을 합니다.


이 직업에세이의 주 타깃은 2~30대 여성입니다. 내 세대를 내가 잘 알고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내 전공 음악과 음악치료, 심리상담에 관해서는 잘 이야기할 자신이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과 통찰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말랑말랑 노래 필사



다음으로 말랑말랑한 글을 위해서 노래를 필사했습니다. 주로 싱어송라이터의 노래들을 글씨로 썼는데, 여기 또 다른 세계가 있었습니다. 가사 내용 뿐만 아니라 노랫말을 멜로디에 붙이면서 우리 말의 억양과 감성을 잘 녹여낸 노래가 많더라구요. 우와 리스펙, 최종 종착지는 아이유였습니다. 유애나 만세!

시는 여전히 읽구요.



  작업 환경 정비



사실 저는 몰입도가 꽤 높은 편이라 글을 쓰기 시작하면 바로 줄줄 나오는 편입니다. 리츄얼? 루틴 따위는 없이 한평생을 살았어요. 음악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만.


초반에는 일단 시간 내는 것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아직 온종일 돌봐야 하는 24개월 아기가 있었어요. 코로나19때문에라도 어린이집 가는 걸 뒤로 미루고 버티던 중이었죠. 마침 아이 삼촌과 숙모가 한국에 들어와서 맡기고 도서관으로 튀어갔습니다. 아니면 엄마찬스로 밤새 쓰고 달콤한 늦잠을 자던가. 그렇게 초고의 3분의 1일은 썼지요.


그래도, 환경을 정비할 필요는 있었습니다. 초고를 쓸 당시 저는 두돌 겨우 된 아이를 키우고 있었고, 악보 교재 작업을 하고 있었고, 음악학에 관한 딱딱한 글들을 쓰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 일들도 버거웠지만, 여러 타입의 글을 쓰느라 초보 글쟁이는 바로바로 전환이 되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몸과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바꿀 필요가 있었습니다.


제가 누르는 스위치는 역시 노래였습니다. 금요일 낮, 향기가 좋은 차를 한 잔 마시며, 가요차트를 틀었습니다. 리듬에 맞춰 몸을 풀기도 하고 머릿속을 비워내면서 육아, 과제에 대한 생각도 내려놓았어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서 외출할 여유가 되었어요. 가능하면 전망이 좋은 까페로 나가서 썼습니다. 집이라는 일상 공간과 분리하면서 더 빨리 몰입할수 있었습니다.


한 꼭지 초고 쓸 때 걸리는 시간은 두 시간, 금요일 네 시간 두 꼭지씩! 다른 요일은 학업때문에 못했어요.


집 근처 월드컵 경기장 앞 스타벅스에서 글을 쓰다 첫눈을 맞이한 기억이 생생하네요. 사람들의 환호성에 고개를 들고 보니 함박눈이 선물처럼 내리고 있었어요. 흘러나오는 캐롤과 함께. 그렇게 마감일까지 달려왔네요!




https://naver.me/xvLB3TM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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