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떼기까지의 여정
이제 좀 살 것 같다. 드디어 45개월에 소헌이가 스스로 변기에 오줌을 싼다. 그 동안의 여정을 보자면 길다. 이미 16개월부터 배변 관련 책을 두루 섭렵하고, 말도 잘 못하는 게 이론은 빠삭했다. 요거 금방 떼겠는데? 싶었다. 그러나 그거슨 경기도오산.
아기 변기를 가지고 앉았다 똥 눕는 흉내도 내고 변기가 문제인가 오리 변기도 사보고 했건만 24개월이 훌쩍 지나도 영 되지 않았다. 할미…. 나는 한번에 뗐다며….
그래도 밤새 기저귀가 보송한 걸 보면 가능성이 있었다. 엄마가 아이의 타이밍을 잘 보고 변기에 앉히면 된다 하여 때를 보고 있다가 30개월이 되어서야 아침에 첫 쉬 성공!! 야호!
똥도 타이밍 맞춰 똥꼬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변기에 앉힌게 35개월10일째! 똥은 첫 경험 이후 변기에 계속 싼다.
그런데 쉬는 그 이후도 변기 앉는 걸 두려워 했다. 36개월이 지나고는 어린이집에서도 연습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요게 밖에서는 잘 가리는데 집에서는 후루룩 싸 버리는 거다. 방수팬티 하루에 서너개씩 빨기 시작. 집안은 어디에 쌌는지 몰라 찌른내 진동하고…고난의 시간이었다. 문제는 ‘마려운 느낌’ 을 모른다는 것. “싸고 싶으면 말해줘.”가 소용 없었다. 싸고 말하는 천진함.
43개월이 지나도 못 가리자 안되겠다 싶어 ‘정적 강화’ 시작, 일명 포도알 붙이기로 쉬 하고 20개의 곰돌이를 색칠하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로 했다. 꽤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 ‘마렵다’는 감각이 없었다. 곰돌이가 끝나고도 엄마는 시간에 맞춰 소헌이를 변기에 앉혔고, 가끔 고집을 부려 안 앉았을 때는 어김없이 쌌다.
그러길 한 달여, 소헌이가 외첬다. “엄마! 이제 오줌 나오는 느낌을 알아요!” 드디어!! 45개월의 일이다. 우와! 엄마 드디어 해방이다. 이런 날이 오는 구나. 똥오줌을 가리고… 이제 인간 되었다. 흑흑
한 인간이 최소한의 사람구실을 하도록 단계를 올라서는 과정은 참으로 숭고하다. 당연하게만 여겼던 먹고 싸고 자는 일들이 실은 아이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알아챔이 쌓여서 된 것이다. 온전히 아이의 의지다.
엄마가 옆에서 해 줄수 있는 일이라곤 똥빨래 해주는 것 밖에 없다. 다 때 되면 할 거라는 어른들의 말씀도 초보 엄마에겐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저 빨리 해결 되었으면 했다. 오줌에 쩐 옷을 이제 그만 빨았으면, 기저귀 좀 그만 샀으면, 아무리 윽박지르고 보채도 아이는 제 속도로 간다.
좀 늦었지만, 한 단계 넘어선 아이를 보니 대견하다. 부모의 역할이란 이렇게 옆에서 성장을 지켜보며 박수치거나, 넘어질때 손 내밀어 안아주는 것이 전부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