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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정 Jun 10. 2023

인간이 되어간다

기저귀떼기까지의 여정


이제    같다. 드디어 45개월에 소헌이가 스스로 변기에 오줌을 싼다.  동안의 여정을 보자면 길다. 이미 16개월부터 배변 관련 책을 두루 섭렵하고, 말도  못하는  이론은 빠삭했다. 요거 금방 떼겠는데? 싶었다. 그러나 그거슨 경기도오산.


아기 변기를 가지고 앉았다 똥 눕는 흉내도 내고 변기가 문제인가 오리 변기도 사보고 했건만 24개월이 훌쩍 지나도 영 되지 않았다. 할미…. 나는 한번에 뗐다며….


그래도 밤새 기저귀가 보송한 걸 보면 가능성이 있었다.  엄마가 아이의 타이밍을 잘 보고 변기에 앉히면 된다 하여 때를 보고 있다가 30개월이 되어서야 아침에 첫 쉬 성공!! 야호!

똥도 타이밍 맞춰 똥꼬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변기에 앉힌게 35개월10일째! 똥은 첫 경험 이후 변기에 계속 싼다.


그런데 쉬는 그 이후도 변기 앉는 걸 두려워 했다. 36개월이 지나고는 어린이집에서도 연습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요게 밖에서는 잘 가리는데 집에서는 후루룩 싸 버리는 거다. 방수팬티 하루에 서너개씩 빨기 시작. 집안은 어디에 쌌는지 몰라 찌른내 진동하고…고난의 시간이었다. 문제는 ‘마려운 느낌’ 을 모른다는 것. “싸고 싶으면 말해줘.”가 소용 없었다. 싸고 말하는 천진함.


43개월이 지나도 못 가리자 안되겠다 싶어 ‘정적 강화’ 시작, 일명 포도알 붙이기로 쉬 하고 20개의 곰돌이를 색칠하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로 했다. 꽤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 ‘마렵다’는 감각이 없었다. 곰돌이가 끝나고도 엄마는 시간에 맞춰 소헌이를 변기에 앉혔고, 가끔 고집을 부려 안 앉았을 때는 어김없이 쌌다.


그러길 한 달여, 소헌이가 외첬다. “엄마! 이제 오줌 나오는 느낌을 알아요!” 드디어!! 45개월의 일이다. 우와! 엄마 드디어 해방이다. 이런 날이 오는 구나. 똥오줌을 가리고… 이제 인간 되었다. 흑흑


한 인간이 최소한의 사람구실을 하도록 단계를 올라서는 과정은 참으로 숭고하다. 당연하게만 여겼던 먹고 싸고 자는 일들이 실은 아이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알아챔이 쌓여서 된 것이다. 온전히 아이의 의지다.


엄마가 옆에서 해 줄수 있는 일이라곤 똥빨래 해주는 것 밖에 없다. 다 때 되면 할 거라는 어른들의 말씀도 초보 엄마에겐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저 빨리 해결 되었으면 했다. 오줌에 쩐 옷을 이제 그만 빨았으면, 기저귀 좀 그만 샀으면, 아무리 윽박지르고 보채도 아이는 제 속도로 간다.


좀 늦었지만, 한 단계 넘어선 아이를 보니 대견하다. 부모의 역할이란 이렇게 옆에서 성장을 지켜보며 박수치거나, 넘어질때 손 내밀어 안아주는 것이 전부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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