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좋아하는 만3세
만 세 살 우리 아이는 콩을 참 좋아한다. 태명이 콩이여서 그런지 완두콩강낭콩검은콩넝쿨콩팥동부콩 가리는 콩이 없을 정도로 다 좋아해서 철마다 콩을 쟁여놓고 먹는다. 밥에 들어가는 콩이 반이 될 정도로 많이 넣어야 하고, 어린이집 밥이 흰밥이라 맛이 없다고 해서 어린이집 선생님이 콩 나오면 다 모아 줄 정도이다.
어느날엔가 밥에 콩이 하나도 없다며 엄마를 아기의자 앞에 불러 세우더니,
“콩을 왜 안 넣었어? 콩이 없었어?” 라고 혼낸다.
“응? 콩 안 넣었어? 밥은 아빠가 했어.”
“아빠? 아빠 이리 좀 와봐.”
아빠 아기의자 앞으로 소환,
“아빠 콩을 왜 안 넣었어! 콩 안 불렸어?”
“아이쿠, 콩을 안 넣었네.(아빠 콩 싫어함) 대신 보리를 많이 넣었지.”
“나는 보리보다 콩이 좋단 말야. 다음부터 콩을 넣도록 해.”
“그래. 알았어.”
딸램에게 흠씬 혼나고 난 아빠가 뒤에서 속닥거렸다.
“쟤는 누굴 닮아서 콩을 좋아하는거야. 아이고, 시어머니가 따로 없고만.”
“우리 시어머니는 안 그러는데 어디서 본거야.”
“그럼 시할머니가 환생했나.”
그 뒤로 딸램에게 혼나고 나면 “시할머니가 따로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어휴, 무섭다. 무서워. #곧만4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