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찍 자야지. 하고 누웠다가 뒤척뒤척 잠 못들고 있을 때가 있다. 오만생각이 뇌를 뚫고 지겹도록 지나다닌다. 최대한 생각을 버리려 애쓰는데, 그 날 따라 짝꿍이가 살곰살곰 걸어다닌다. 문도 사알짝 닫고 냉장고도 조심조심 연다. 왠일이니 아이 깰까봐 저러나, 원래 밤에는 저리 조심스러웠나. 아이가 만들어놓은 레고마을도 다 차버리고 다녀 기어코 울리는 사람이.
흐믓하게 보고 있는데 커다란 그림자가 도둑고앵이처럼 컴컴한 내 방을 향해 오고있다. 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선풍기의 바람을 조정해주고 흐트러진 이불을 정리해주었다. 그리고 더 가까이 다가온다. 조심히 손을 뻗더니 내 얼굴 위로 휘휘 내젓는다. 잔다. 라고 생각했는지 그는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안심한듯 다시 주방 쪽으로 가더니 지-익 치치치치 까스렌지를 켠다.
‘아니, 저 인간이!’
저 인간이 이 밤에 라면을 끓여! 저 뚠뚠이 고양이가 라면 먹으면 살찐다고 혼날까봐 살곰살곰 자는 걸 확인하는 치밀함까지! 하아… 냄새가 신라면.
#나가봐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