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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정 Aug 18. 2023

아니, 저 인간이


오늘은 일찍 자야지. 하고 누웠다가 뒤척뒤척  못들고 있을 때가 있다. 오만생각이 뇌를 뚫고 지겹도록 지나다닌다. 최대한 생각을 버리려 애쓰는데,   따라 짝꿍이가 살곰살곰 걸어다닌다. 문도 사알짝 닫고 냉장고도 조심조심 연다. 왠일이니 아이 깰까봐 저러나, 원래 밤에는 저리 조심스러웠나. 아이가 만들어놓은 레고마을도  차버리고 다녀 기어코 울리는 사람이.


흐믓하게 보고 있는데 커다란 그림자가 도둑고앵이처럼 컴컴한 내 방을 향해 오고있다. 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선풍기의 바람을 조정해주고 흐트러진 이불을 정리해주었다. 그리고 더 가까이 다가온다. 조심히 손을 뻗더니 내 얼굴 위로 휘휘 내젓는다. 잔다. 라고 생각했는지 그는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안심한듯 다시 주방 쪽으로 가더니 지-익 치치치치 까스렌지를 켠다.


‘아니, 저 인간이!’


저 인간이 이 밤에 라면을 끓여! 저 뚠뚠이 고양이가 라면 먹으면 살찐다고 혼날까봐 살곰살곰 자는 걸 확인하는 치밀함까지! 하아… 냄새가 신라면.


#나가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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