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고 한 살 넘어 새로 이사한 집은 작지만 우리 세 식구가 방 하나씩 갖게 된 미니멀한 집이다. 아이의 방에는 서랍 하나와 매트가 달랑 깔려 있다. 아이가 거실에서 신나게 놀다가 잘 때만 들어가 눕는 아주 단순한 동선이다. 이 작은 방의 창은 방의 크기에 비해 커다랗다. 둘이, 또는 셋이 누우면 누워서 밤하늘을 볼 수 있다.
아이를 재우는 것은 아빠의 몫이었다. 그러나 저녁 약속이 생기거나 일이 있으면 엄마랑 자는데, 아이는 아빠랑 자는 것이 기본값이라 그런지 엄마랑 자는 걸 매우 특별하게 여긴다.
어느 날엔가 목욕을 마치고 촉촉한 몸과 마음으로 자리에 누웠는데 우연히 커튼 뒤에 뽀얀 달이 숨어 있는 걸 발견했다. 우와! 달! 달! 커튼을 젖히고 둘이 나란히 누워 달 구경을 하였다. 누워서 달구경이라니! 가슴이 둑근거린다. 아직 말도 다 배우지 못한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반달을 마음 속에 담았다.
달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상현달이 뜨는 날 엄마와 함께 자며, 아이가 자리에 눕는 9시즈음 달이 남서쪽을 향한 창문에 걸리기란 쉽지 않았다. 달이 차면 보이지 않았고, 계절이 달라지면 뜨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제법 커서 달에 사는 토끼 이야기도 하고, 손그림자를 만들어 토끼와 쥐, 늑대, 나비 이야기도 지어낸다.
달이 또 떴다! 매번 커튼을 들춰보던 아이는 재빨리 불을 끄고 머리를 채 말리지 않은 채 누워 달을 바라본다. 엄마는 무슨 달이 좋아? 엄마는 보름달. 나는 초승달. 엄마 나는 행복해. 혼자 아이를 보는 날은 몸도 정신도 피로하지만, 이렇게 하루의 끝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고요함과 평화로움, 행복을 아이는 기억 할 수 있을까.
버스를 타고 가는데 달이 너무 크고 예쁘다. 아이 아빠한테 달 좀 보여주라고 했더니 온다는 답이 “꿈에서 볼꺼야” 으이구 증말. 여러분! 얼른 창문을 열어 달 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