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엄마아빠 중 누군가가 부재할 때 꼭 다른 누군가가 아이를 케어했다. 아빠가 없을 때는 엄마가 목욕을 도와주고, 엄마가 없을 때는 아빠가 등원을 도와주었다. 둘 다 없을때 어쩔 수 없이 할머니가 오시긴 했지만 반나절을 넘지 않도록 둘 중 하나가 잽싸게 달려왔다. 이건 우리 가족, 아니 우리 부부의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그러다보니 아이는 아주 안정적인 아이로 자라났다. 화금요일은 아빠가, 목요일은 엄마가 없다는 걸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불안해하지 않았다.
오늘 아침은 이상하게 시간이 그랬다. 오전 약속이 있던 나는 서둘렀고 아빠가 등원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약속이 삼십분 정도 늦춰졌고, 어찌저찌 그의 출근 시간과 맞춰졌다. 이거, 배차 시간이 긴 버스보다는 그의 직장 앞에서 가는게 더 시간이 단축되겠다 싶네.
그리하여 셋이 함께 차를 타고 첫번째 목적지인 어린이집으로 가는데, 아이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와! 이런 날도 있어!”
이런 날도 있어. 엄마랑 아빠가 함께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날도 있단다. 그토록 예쁜 말을 하는 너는 불안이 없던 아이가 아니라 불안을 인정하는 아이였구나. 그렇게 애써도, 완전체 가족만큼 이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건 없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