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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정 Oct 15. 2023

음악치료사의 악기 수집기: 스틸텅드럼 라벨링

센터의 악기들에 새 숫자 스티커로 라벨링을 했다. 그동안 마땅한게 없어서 하얀 라벨지에 네임펜으로 써서 붙였었다. 모양새가 영 마뜩찮았는데, 다이소에서 산 숫자스티커는 내 맘에 쏙 든다. 전보다 소리를 많이 방해하지 않으면서 예쁜 건 덤.


언제 잘릴지 모르지만 내가 있는 동안은 내 악기처럼 매번 부서진 것을 수리하고 기타와 우쿨렐레를 조율한다. 사실 이렇게 큰 악기들이 갖춰져 있는 것 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정돈된 악기들을 보면 기분이 조크든요.


여하튼 숫자를 싹 붙이고 나니 곧 만날 내담자들이 떠오른다. 음악을 들을 때는 경계가 없지만, 막상 다루려면 여러 소통 기호들이 필요하다. 오선보도 그렇고, 노래가사라던지 비언어적인 손짓이라던지.  


이것들을 무난히 소통하려면 직관적이고도 단순해야 한다. 그래서 숫자보를 쓴다. 숫자만 읽을 수 있다면 오선기호를 이해하고, 정확한 음높이를 내청하지 못하더라도 연주할 수 있다. 숫자 인지-연주와 같이 간단한 프로세스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라벨링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내가 아는 정보는 안정감을 준다. 해볼만 하다 싶으면 자존감이 상승된다.  그렇게 연주된 소리는 미적 만족감을 준다. 끝까지 수행하고 나면 완결성을 가진 하나의 곡을 완성하게 되며 자기효능감이 생긴다. 그렇게 켜켜이 경험을 축적하게 되면서 몸을 바로 세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밑바탕이 되는 것은 바로 치료사가 안전하게 쳐 놓은 구조화에 있다.


그냥 뭐, 그렇게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 저도 기부니 죠크든요.




에세이 <마음을 듣고 위로를 연주합니다>의 연장선에서 음악치료사의 일상과 직업적 생각을 담고 연재합니다. 책이 궁금하시다면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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