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악기로 명상하기
음악치료 하면 명상을 떠올리는 분도 많고, 국악 하면 또 명상을 떠올리기도 한다. 한국적 명상에 관하여 수요도 나름 있고, 의뢰도 들어오지만 실은 그동안 이 세가지를 연결시키지 못했다. 프로그램을 개발할 시간도 계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명상적인 공연은 제법 해봤고, 풍류음악은 어릴 때부터 주구장창 시험곡으로 독주회로 해왔다. 하지만 막상 명상을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계획하려니 걸리는 것이 있었다. 음악의 기술들은 어떻게 쓰는지 알겠는데 이걸 내담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는 것이다. 명상을 소재로 한 공연들을 두루 보아도 도무지 그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해왔던 것들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스스로 명상으로 몸과 마음의 상태가 변화해 본 적이 없었다. 또 아무리 타인이 (무대 위에서) 하는 걸 구경해도 나는 그 상태에 절대 이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무대로 분리된 공간에서 행위자와 감상자로서는 치유가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감동’과 ‘치유’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마침 #프롬히어(@fromhere_official)가 기획한 코리안싱잉볼 체험 프로그램이 호텔 #시화연풍 에서 있다는 걸 보고 신청. (sns알고리즘이란 훗)
시화연풍의 루프탑에서 체험이 이루어졌다. 오전9시의 하늘, 멀리 전동성당과 풍남문이 보이는 아주 끝내주는 뷰.
아로마오일 따위는 왜 쓰는지 몰랐던 1인, 양 손을 모아 비비고 펼쳤을 때 레몬 향기가 훅 퍼지는데 너무나 황홀해 탄성이 새어나왔다. 좋다 진짜. 감각이 확장되는 기분.
싱잉볼합주에서 힐러 소리 선생님(@yogaspace.jeonju)이 한 분씩 호명하여 연주를 하다가 두 명씩 호명하는 순간이 있었다. 처음에는 멈칫하며 연주를 했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자연스레 호흡이 맞아지는 것에 다시한번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룹의 다이나모가 생긴 것이다.
거대한 좌종의 울림에 호흡이 자연스레 따라가는 것이 새삼 소리진동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생각이 서서히 사라지고 몸에 집중하게 되었다. 누워 눈을 감고 연주 소리를 듣고 있으니 긴장된 부위의 근육이 툭툭 놓아진다. 햇볕, 뺨에 닿는 바람, 거리의 소리 새소리가 명료하게 들리고 무아에 점점 다가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누워서 눈을 떴을 때 새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내가 사람인가 새인가 헷갈릴 정도. 처음에 추웠는데 몸이 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담요 덮고 쭈구리처럼 앉아있던 나는 나중엔 반팔 차림으로 있어도 좋았다.
제일 큰 경험인데, 두통이 사라졌다는 것. 박사과정 하면서부터 안쓰던 부위 뇌를 쓰느라 주름지는게 느껴질 정도로 두통이 있었다. 이게 사라졌다. 어떤 주파수의 싱잉볼 덕분이었는데 아, 사고싶다.
옴-으로 내 몸 속에서 요동쳤던 세포의 찌꺼기를 뱉어낸다. 아주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종류의 통증은 덩어리처럼 생겨서 온 몸을 마구 휘젓고 다니는데, 이런 건 뱉어내야 한다. 슬픔의 형태든 화의 형태든 몸 안에 가두면 진짜 질병이 된다.
체험 후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비슷한 신체적 경험을 한 분이 계셔서 놀랐다. 싱잉볼, 거 참 용하네 그려.
이종덕 선생님의 코리안싱잉볼-정주 (@bang_zza_62)는 정말 소리가 너무 아름다웠다. 배음이 아주 촘촘하고 소리가 명료하며, 파동이 찌그러지지 않고 탱글했다. 확실히 티벳의 싱잉볼과 달랐다. 에밀레종과 편종을 만드는 민족인데 아무렴! 하나 구입함.
힐러 선생님이 “(이 곳에 계시진 않지만)이종덕 선생님과 항상 함께 연주한다”고 생각한다는데 정말 백퍼센트 공감한다. 거기에 훌륭한 가이드를 해 주셔서 단번에 몰입할 수 있었다.(감사합니다)
덧, 싱잉볼 안에서 진동샤워가 압권이었는데 용기내어 해보길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