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_사설/칼럼
글. 구수정
“청소를 하다 수년 전 암병원에서 음악치료를 할 때 받은 통증 차트를 발견했다. 암병원은 위생에 아주 철저했고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들에 관한 각종 연수 과정을 거친 뒤에야 음악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막상 들어가보니 그럴 만 했다. 암병원의 환경은 일상과 거리가 멀었고, 환자의 신체 리듬은 모두 무너져 있었다.
그 중에 흥미로웠던 것은 통증의 정도를 얼굴 표정으로 읽고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있다는 것이다. 통증 없음부터 최악의 통증까지 여섯 단계로 나뉘고 단계별로 할 수 있는 의학적 조치가 달랐다. 물론 음악치료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차트에 표시된 통증별 표정은 이렇게 세밀하게 나눌 수 있구나 할 만큼 신기했다. ‘통증없음’은 밝게 웃고 있고 ‘약한통증’은 희미하게 웃고 있다. 통증이 심해질수록 얼굴 표정은 제어가 안 되고 ‘최악의 통증’은 끝내 참을 수 없는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중략)”
*한겨레 신문 2023.11.06 에 실린 칼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