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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정 Aug 22. 2024

운전 하는 시간이야말로 온전한 내 시간

#운전하는시간


마침 운전을 하며 ‘운전하는 시간’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면허를 딴 건 20년도 넘었지만 운전을 지속적으로 한 건 7년 정도 인것 같다. 나의 오랜 스승은 운전을 할 때 가장 내 시간 같다고 했다.


스승님은 중고등시절 나의 서울 엄마같았다. 나를 첫 레슨 순서로 잡아 저녁밥을 꼭 먹이고 시작했다. 레슨이 끝나고 나는 가지 못했다. 다음 언니, 그 다음 언니 레슨에 나를 옆에 앉히고 보게 했다. 아니면 해결하지 못한 주법을 밖에서 연습하게 한 다음 모든 언니들의 공부가 끝날 때쯤 다시 들여 확인하셨다. 그리고는 차를 태워 집으로 함께 가는 것이다. 중요한 녹화가 있으면 나를 태우고 방송국에 갔다. 일요일임에도 교복을 입고 다니던 애는 나 뿐이었다. 아마도 내가 제일 어린 학생이어서 빨리 귀를 트이게 하고 싶었을테고, 그리고 시골에서 상경한 촌꼬마라 밥이라도 한번 더 먹이려 그랬으리라.


스승님이 교수가 된 이후에도 한동안 이런 생활은 계속 되었다. 예비학교에서 가장 먼저 레슨을 잡아 하고 연습을 하고 스승님 일정이 다 끝나면 나를 태워 단골 분식집에 갔다. 밥을 꼭 먹이고는 함께 한시간 넘게 차를 타고 방배동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공들인 제자가 결국 이지경이라니 새삼 죄스럽네.


   안에서 함께  시간으로 치면 거진 레슨 시간 만큼  것이다. 스승님은 집에 들어가면 연습이 어려우니 차에서 악보도 외우고, 생각 정리도 하셨다.


덕분에 공 음반 모니터링도 함께 하고 독주회를 하면 독주회음원도 함께 들었다. 나는 그녀의 열렬한 팬이자 모니터요원이었다. 조잘조잘 어려운 스승 앞에서 내가 본 공연의 풍경들을 전달했고 그녀는 깔깔 웃으며”내가 그랬냐?”고 했다. 그러다 지하철 역에 내리고 부웅 떠나는 빨강프라이드는 내 기억 속에 오래 자리잡고 있었다.


운전할 때 온전히 내 시간이었다는 스승의 말, 그게 이제 와닿는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명연주자로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나도 탈출하듯 나와 장시간 운전 하면서 많은 것을 구상했고, 어떤 건 글이 되었고 어떤 건 음이 되었으니까.


마침 이런 ‘운전하는 시간’을 생각하고 있을 때 각성이라도 하듯 타이어가 터졌다. 조심조심 갓길에 대고 보험사를 부르고 기다리는데 차들이 빨리도 달린다. 고속도로 한 가운데서 멈춰있어도 이상하게 조급하지 않았다. 내면의 고요가 비로소 찾아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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