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가시는 숨기려 해도 자꾸만 심장을 비집고 삐져나온다. 널 세게 안으면 안을 수록 가시는 깊히 박혀 결국 너에게 상처를 내고야 만다. 가쁜 숨을 내쉬자 담배연기처럼 피어올랐다 이내 사라진다. 서늘하다. 입던 옷을 벗어 박힌 가시를 뽑아내려 하지만 그것 조차 쉽지 않다. 가시는 벌의 침처럼 갈고리 모양으로 나의 선홍빛 혈관을 감싸쥐고 섣불리 놓아주질 않는다. 한번 뽑아볼테면 뽑아봐라. 더 다치는 것은 너일테니. 대략 내 나이쯤 되는 스믈 몇개의 길고 짧은 가시들이 나를 경고하는 듯 하다. 중력을 잃은 듯 어질하다. 한 두개 뽑다 지쳐버린다. 이 가시들을 모두 뽑아버렸다간 과다출혈로 죽을 수도 있겠다. 베게에 얼굴을 묻어버린다.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다시 안는다. 언제 상처받았냐는 듯이. 언제 아팠냐는 듯이. 기억 상실증에라도 걸린게 아닐까 싶지만 그렇진 않아 보인다. 내가 너에게 가라고 아무리 소리치고 발버둥을 쳐도 아주 찰나에 서운한 듯한 표정이 스치지만 그뿐, 이내 나를 다시 안는다. 어떻게 이럴수 있냐며 무뎌도 너무 무딘것 아니냐고 해도 너는 묵묵히 참을 뿐. 안다, 상처는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래도 너는 나를 고슴도치 새끼를 안듯 보듬어 다시 안는다.
언젠가부터는 내가 너에게 쏘아댄 화살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올까 겁이 난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두려운 건 그대가 떠나고 나 혼자 남는 것. 자꾸 나는 끝도 모르는 바닥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내리치는데, 그러면 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를 가뿐히 건져 올린다. 니가 없는 세상을 걱정하며 나는 자꾸만 혼자 서보려 하는데 너는 자꾸 내 손을 잡아준다.
정신을 차리자며 찬물로 샤워를 하고, 검정색 스타킹을 신고, 아끼느라 몇 번 입지 않은 보라색 원피스를 꺼내어 입는다. 아이라인을 진하게 그리고 붉은 색 립스틱을 발라 메마른 나의 푸른 입술을 가린다. 하이힐을 신고 천천히 현관 문을 빠져 나온다. 또각또각 구둣소리가 귀에 쟁쟁 박힌다. 기분이 좋아졌다. 거리로 나와 걸으니 마땅히 갈 데가 없다. 홀로 파스타집에 가서 아무 소스도 들어가지 않은 알리오 올리에를 시켜 한가닥 한가닥 일일이 씹어 삼키고는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속이 타들어갈것 같은 통증이 참으로 익숙했다. 앞으로는 너에게 기대지 않고도 살아낼 수 있으리라 자신하고는 그 파스타집을 나왔다. 그리고는 휑휑 바람이 부는 거리를 정처 없이 걷다가 결국 너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고야 만다.
또각또각 다시 구둣 소리가 복도를 울린다. 복도 끝 집에 다다르자 초인종도 누르지 않았는데 현관 문이 열린다. 네가 문 앞에 서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자기는 나의 또각거리는 구둣 소리만 들어도 안다며 나를 안아 들어올린다. 그는 나를 갈비뼈가 으스러지게 꽉 껴안아버린다. 고통스러워 하자 슬며시 내려놓고 개구쟁이 웃음을 짓는다. 아...... 내가 과연 너를 벗어나 살 수 있을까? 2013 by. 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