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함에 관하여

느타리버섯볶음레시피

by 구수정

냉장고에 전에 사둔 느타리버섯이 눈에 띄었다. 2인 가정에서 먹기엔 다소 양이 많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먹는다며 된장찌개에도 넣고 찜에도 넣고 라면에도 넣었다. 오늘이야말로 끝장을 볼 참으로 메뉴를 정했다. 이름하야 내맘대로 느타리버섯볶음.

닥치는대로 볶아낼 차였다. 마늘도 얇게 저미고 양파도 썰었다. 버섯을 갈기갈기 찢은 뒤 흐르는 물에 씻었다. 올리브유를 팬에 두른 뒤 마늘을 넣었다. 앗차! 버터를 넣을 껄 그랬나 싶어 다시 건지려 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마늘들은 뜨겁고 미끌거리는 올리브유 속에서 자글자글 튀겨지고 있었다.

“됐다. 이러다 사고치지”

아무리 요리에 집중하려 해도 생각을 끊어낼 수 없었다. 소식을 들은 건 한시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꾸 그릇을 놓치려했고 평소에 잘 굽던 고등어는 등이 탔다. 요리에도 생각에도 집중 할 수가 없었다.

양파를 넣고 볶다 버섯을 한주먹 넣었다. 한바탕 지글거리더니 숨이 죽었다. 굴소스가 병에서 잘 나오지 않는 통에 기름에 튀겨져 느끼한 중국 향이 났다. 잘 섞은 뒤 파를 넣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다. 엊그제 사온 파 한단은 폭염에 몇 뿌리가 이미 상했다. 이 날씨에 뭐라도 상할 기세였다. 파든, 네 마음이든 내가 잘 살피지 못한 탓이었다. 속상했다. 골라 내 상한 파는 뿌리를 따고 음식물봉투에 우겨 넣었다. 길죽한 파가 애처롭게 구겨졌다. 전화를 해볼까....그러나 더 마음 쓸 겨를이 없었다.

파와 풋고추를 잘게 썰어 넣었다. 조금은 매콤한 향이 확 올라왔다. 매워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나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얀 버섯과 파란 채소들, 영 식욕이 당기지 않는 빛깔이다. 가뜩이나 밥맛도 없는데... 급한대로 후추와 붉은 고춧가루를 한꼬집 넣어 완성하였다. 제법 식욕이 도는 색깔이다.

우당탕 평소와는 다른 주방 공기에 남편이 눈치를 본다.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덕분에 우리 사이에 불꽃이 튀지 않았다. 이 기상천외한 음식을 받고 평소보다 더 높은 톤으로 “음 맛있는데”를 외친다. “뭔가 중국에 온 기분이야.” 나도 모르게 빵 터졌다.

“이게 오늘의 맛이야.”
“오늘의 맛?”
“이도저도 모르겠는데 매운 맛, 내 마음이 그래.”
“음 먹을만한데”

다행이네. 아직 먹을만해서. 먹을만하다고 말해줘서. 아직은 서로 마음을 살필 정도는 되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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