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를 후비는 습관

물들어간다

by 구수정

그는 코를 후비는 습관이 있었다. 음...정확하게 말하자면 콧구멍 가장자리 코 끝을 긁는다고나 할까? 그 모습이 언뜻 보기에 코를 후비는 것 같아 놀리면, 그는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코딱지를 튕기는 시늉을 했다. 나도 그를 따라 코딱지를 튕기며 흉내를 내곤 했다. 그러면 그는 사랑스럽다는 듯 이마에 뽀뽀를 해 주곤 했다. ‘코를 후비는 습관’은 우리만의 놀이였다.

한번은 물은 적이 있다. 왜 그런 습관이 생겼느냐고.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였다. 그냥 숨을 내쉬며 코 끝을 손 끝으로 긁으면 안정이 된다고 하였다. 그는 주로 생각에 빠졌을 때 깊은 눈빛으로 코 끝을 만졌다. 그 모습이 나는 싫지 않았다.


그와 헤어진 후로 나는 가끔 나도 모르게 코 끝을 간질였다. 그의 습관은 어느 새 내 습관이 되었다. 코 끝을 만지다 지금 애인에게 들키고 나면 멋적은 듯 코딱지 튕기는 시늉을 한다. 그러면 웃기게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그도 코딱지 튕기는 시늉을 한다. 칫,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철 모를 적 사귀던 어떤 이는 전화를 끊을 때 “뿅”하고 끊었다. 그게 헤어진 후에도 한동안 입에 배어 아무에게나 ”뿅” 해놓고 화들짝 놀란다. 그게 그 때는 헤어진 사람이 내게 배어있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닮고 싶은 게 당연할 텐데.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깊게든 얕게든 물드는 것이 당연한 건데. 그렇게 물들다보면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인 것 같은 시절이 있을텐데.


그래서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된다. 그가 나에게 “뿅”을 전파했듯 내 습관이 너에게 전이되고 그게 너를 만나는 다른 이에게 전해지고 다른 이는 또 다른 이에게, 그 이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되다보면, 언젠가 낯선 이를 보아도 나를 만난 듯한 또는 너를 만난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그렇다면 선한 습관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코 파는 습관 따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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