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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이 Jan 08. 2021

공무원이 뭐라고...(11)

"의문이 계속 듭니다."

사내 자유게시판에 신규직원의 글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의문이 계속 듭니다."


공무원이 되려고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왔는데, 막상 자신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 조직 문화를 보면서 자괴감이 든다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다. 기업에 입사한 친구들과 비교해서 월급도 작고, 조직문화는 경직되어 있고 상사들과 관계도 어렵고, 본 업무보다 처리해야할 사이드 업무들이 많고.... 성과내기도 쉽지 않고 ...


7급으로 들어온 직원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공무원이 이렇게 힘든 줄 알고 있었어요?"

"네, 저는 알고 있었어요. 민원으로 힘들고 조직문화가 경직되어 있는 분위기도 들었구요."

"그런데 왜 공무원이 되었어요?"

"부모님이 사업을 하셨는데 불안정성이 커서 저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싶었어요."


흔히 언론에서 공무원이 가장 편하다고 인식되는 보도가 많이 나는데, 나도 그런 생각을 했던 1인이다. 서울시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서울시청에 와본적도 없고 서울시와 일을 해본 경험도 없었다. 여기 와서 보니 공무원이 좋은 것은 큰 실수가 없는 한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요즘같은 세상에서는 정년보장이 가장 좋은 점일 수 있겠다. 여튼 시청에 오는 사람은 크게 민원인이거나 전문가로 자문하러 오는 경우이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다. 그 중 민원인일 가능성이 제일 많다.


직원A가 우리 부서로 이동해왔는데, 어느 날 장문의 편지(민원)가 왔다. 그 직원은 몇 년전 한 부서로 이동했을 때 전임자가 처리하지 않은 건을 처리했다. 무단점유하고 있는 대상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는데 과태료를 내지 않아 통장 가압류하는 처분을 했다. 이후 처분을 받은 민원인은 그 직원이 이동할 때마다  문제가 많은 직원이라면서 부서장에게 징계를 줄 것을 요구하는 편지를 지속적으로 보냈다. 그 편지가 내게도 왔던 것이다.


직원B는 한 재단법인의 회계 등 문제를 발견하여 처분을 했는데, 그 이후 그 재단법인에서는 정치인, 감사과에 이의를 제기하여 시도때도 없이 감사과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행정사무감사때마다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수고를 겪었다.


직원C는 관광스테이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법규정에 맞지 않게 건축물을 개조하거나 관리운영에 문제가 있어서 관련하여 행정처분을 하였는데, 담당자인 직원C뿐 아니라 팀장, 과장, 국장까지 고소고발로 이어져 얼마간 그 민원인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공무원 생활이 하는  없이 편해 보이지만,
막상 곁에서 보면 
각종 민원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역시 예외는 아니다.


몇 년 전에 겪은 일인데 한동안 매일 아침 9시 정각이 되면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건 민원인은 '인천에 대량학살이 일어나고 있는데 경찰에 신고해도 오지를 않아 서울시로 전화했다.'고 했다.  어떤 민원인은 전화를 하자마자 용건도 이야기하지 않고 바로 "XX년" 이라고 욕부터 한다.  한 30분 정도 욕을 발사하고 아무 대답이 없는 것 같으면 왜 대답이 없냐고 한다.  듣고 있으니 용건을 말씀하시라고 하면 다시 '공무원 새끼들은 말이야.'라면서 다시 욕을 시작한다.  그냥 끊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전화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악성민원인 경우 녹음이 가능하도록 전화기 버튼이 생겼다. '욕하시면 녹음합니다.'라고 3번 경고 후 녹음하게 되어 있는데 민원인에게 경고하면 바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그리고 또 전화를 다시 한다. 녹음기능은 있으되 사용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 경고하지 않고 끊는 방법이 생기면 좋겠다. 욕을 몇 차례 듣고 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렇게 민원인에게 시달리는 것도 힘들지만,
조직문화 자체가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시판을 보면 50대 팀장들이 하는 일 없이 놀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많다. 9급이나 7급에서 시작해서 20년 이상 공무원생활을 이어온 팀장들은 대부분 젊은 직원들의 부모세대이다. 문화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를 것이다. 물론 50대 팀장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일부에 대한 견해일뿐이다. 어떤 팀장은 정년 직전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어떤 팀장은 젊은 날 열심히 해서 이제 여력이 다 소진된 것 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경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진대,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조직 분위기가 아쉬울 때가 있다.


어느 직업이든 그러하듯 직업을 선택할 때에는 주위 선배들 이야기도 들어보고 행정업무가 어떤 것인지도 알아보고 마음이 준비되었을 때 지원했으면 좋겠다. 어떤 신규직원은 오자마자 '놀려고 왔다.'라고 해서 그 이야기를 들은 직원들이 굉장히 놀랐던 적이 있다. 공무원은 봉사하고 헌신하는 자리이다. 눈이나 비가 많이 오거나 재난상황이 되면 제일 먼저 현장에 나가야 하는 사람은 공무원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역학조사도 나가고 생활치료센터에도 차출되고, 눈도 치워야 하고 장마때 재해민 지원도 해야 한다. 공무원은 그런 자리이다. 그저 정년보장이 되는 한 가지만 바라보고 공무원이 되면 실망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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