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못하지만 ...영문이메일을 썼습니다.
언론에서 국제행사에서 해외유명인사들이 참석하여 기조강연이나 발표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초청비용이 아주 아주 많으면 유명한 인사들을 모셔와서 행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부서는 그렇지 못하다. 더우기 나는 외국에 가 본 적도 없고 관련기관에 방문한 적도 없다. 다른 부서들은 해외 출장도 자주 가던데 우리 부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각 실국에 배정되어 있는 해외 출장 예산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부서까지 차례가 오지 못했던 것이다.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려면, 먼저 해외 출장으로 기관을 방문하여 우리의 정책을 알린 다음 서울에서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인데 올 수 있는지 미리 스케쥴 확인도 해보고 컨퍼런스 내용도 협의하고 해야 해외인사를 초청하는 과정이 순조롭다. 해외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행사대행사를 선정해서 초청을 대행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행사대행사를 선정하려면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대행사가 초청할 정도의 비용이 충분해야 가능하다. 해외인사 초청비용이 적은 우리부서의 경우에는 직접 섭외할 수 밖에 없다. 참고로 해외인사를 초청하는 것은 최소한 1년 전에 준비해야 한다. 유명도에 따라 스케쥴이 다 차서 초청에 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도 해외도시 시장을 초청하려고 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서 초청이 불발되었던 적이 있다.
전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직원A와 나는 함께 어떻게 해외인사를 초청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직원A는여기저기 수소문해보더니 국제행사를 개최했던 경험이 있는 직원에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방법을 배워왔다. 그 직원은 마침 초청하려는 인사가 자신이 알고 있는 기관 소속이니 그 기관의 홍보(행사)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I would like to connect you with Ms.(성명), (부서명과 직책) of the (기관명).
Her division is going to host an international event and they are looking forward to the participation of (직책, 성명).
I CCed her in this email, and she will reach out to you later on with details.
Many thanks,
직원은 나를 소개하는 이메일을 보냈고, 그 이후에 나는 바로 이메일을 썼다. 이전에 나는 영문이메일을 써 본적이 없다. 그러니까 이번이 처음이다. 시중 서점에 '영문이메일 쓰는 법'에 대한 책이 매우 많다. 영문이메일 첫 문장을 어떻게 쓸지는 그 책들에서 배웠다.
Subject: Public Conflict Conference: The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이메일 제목은 '행사명: 주최기관명' 으로 쓴다.
이메일 제목은 매우 중요한데 예를 들어 업무명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으면 스팸메일로 간주되어 바로 휴지통으로 직행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장님!' 이렇게 이메일 제목을 쓰면 나중에 이메일을 다시 찾아봐야할 때 일일이 이메일을 열어봐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하기 때문에 제목은 용건명을 쓰라고 한다. 인사이동에 관한 것이면 '인사이동의 건' 이라고 쓰면 되고 프로젝트에 관한 것이면 '00 프로젝트 진행의 건' 이라고 하거나 '00프로젝트 기획(초안)'이라고 쓰면 된다. 우리 직원들의 이메일은 보면 '국회의원 000 요구자료 제출건' '행정사무감사 자료 제출건' '신년업무보고(안)' 이렇게 제목을 표기한다.
I am writing in regards to the invitation of the conference we want to invite you which is scheduled (as 4th of November).
이메일 첫 문장은 'Dear 성명'으로 시작되는 것은 기본이니 언급할 필요가 없고, 그 다음 문장으로 자기소개를 간단히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소개를 받았을 경우에는 생략하기도 한다. 이메일 앞 부분에서 이메일을 쓰는 목적을 써준다. 나는 컨퍼런스에 초청하고 싶어서 이메일을 쓴다고 했다.
We have a plan to host as International Conference for 'Public Conflict Management' in 4th November.
그리고 컨퍼런스가 언제 열리고 컨퍼런스의 주제는 무엇인지 써주었다.
The International Conference is consisting of three sessions.
And one of our topics is 'neighborhood dispute mediation' or 'community mediation' which is related to 'dispute between residents' one of the hot issue in the Seoul nowadays.
컨퍼런스가 몇 개의 세션으로 구성되며, 특히 초청하려는 세션의 제목은 무엇인지 썼다.
The details of the conference are under discussion and we will provide you with more information later on.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고 진행 중이기 때문에 컨퍼런스가 구체화되면 차후에 더 알려주겠노라고 썼다.
It will be appreciated if you could join our conference.
I am looking forward to hear from you.
Best Regards,
(성명)
컨퍼런스에 와주면 참 기쁘겠다고 하고 답장을 기다린다고 썼다.
이렇게 이메일을 쓰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참석하겠다는 답장을 받았다.
몇몇 해외인사들과의 이메일을 이런 방식으로 주고 받는 사이 행사대행사가 결정되었고,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외빈들의 이메일을 대행사와 공유하면서 나의 길고 긴 영문이메일 쓰기는 끝이 났다.
직원A와 나는 통역하는 사람과 같이 다니면 되니 굳이 영어 못해도 괜찮을 거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는데, 통역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외빈과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해서 둘이 서서 영어 해야겠어요. 라고 말했다.
행사 예산이 아주 많고 외국 인사들과 네트워크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으면 내가 했던 수고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국제행사를 치러야 하는데 영어가 기본도 없으면 곤란할 듯 하여 한달에 50만원 하는 일대일 영어강습을 6개월 동안 받았다. 내 주위에는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내가 영어학원을 다닌다고 하니 돈이 아깝다고 했다. 그 이유는 하나도 안늘어서. 실제로 컨퍼런스할 때에 해외인사들과 전날 만찬을 했었는데, 나만 영어를 못했다. 영어회화는 하나도 늘지 않았지만, 영어선생님이 내가 쓴 영문이메일을 첨삭지도 해 주어서 그나마 해외인사 초청을 무리없이 직접 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