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높은 곳을 향하여, '승진'
공무원이 가장 원하고 관심있는 것은 승진이다. 승진을 하면 연봉도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은 승진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승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가능한 한 모두 동원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한 직원이 육아를 위해 정시 퇴근하는 것만 허용된다면 우리 부서로 전입하겠다고 했다. 정시 퇴근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라고 잠시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 많기 때문에 알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늘 처음과는 다르다. 사람이니까. 사람이기 때문에...남들 하는 것은 다 하고 싶을 수도 있고 또 동기가 승진하면 나만 늦어지는 것 같고 나만 쳐지는 것 같아서 괜시리 마음이 바빠진다. 조바심 난다. 결국...
저 승진 해야겠어요.
승진하려면 다른 부서로 가야 하는데(우리 부서는 승진자리가 없으므로), 갈 곳이 마땅치 않으면 그것은 또 그것대로 괴로운 상황이 된다. 어떻게든 일단 근평(수)를 받게 도와주어야 하는데 우리 부서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에 앞쪽에 있는 부서로 이동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 주거나 다른 부서로 간다고 했을 때 최선을 다해 그 쪽 부서장에게 부탁한다. 잘 봐달라고. 아주 성실하고 능력있는 직원이라고. 사실 부탁한다고 해서 들어줄리도 없지만 내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다.
승진해야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일을 열심히 할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 이면 좋은데 승진은 하고 싶고 일은 평균치로 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고 승진 기회는 많은 그런 실국을 가고 싶어할 것이다. 이쯤에서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된다. 그래서 어떻게 승진하겠냐. 라고 말을 할 것 같지만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 안하고 승진한 사람도 봤다. 심지어 조직 내부에서 사고를 쳐도 승진하는 경우도 있더라. '그 직원이 승진했대요.'라는 소문을 많이 들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승진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 일 것이기 때문에 직원에게 '열심히 해야 승진할 수 있어.'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다만 내가 어떤 생각으로 삶을 사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가끔 아주 가끔 하기도 한다. 각자 세상을 사는 가치관이 다른데 어찌 내 가치관을 강요할 수 있을까.
실국에서도 한 사람을 승진시키기 위해서 전력투구한다. 한 사람이 승진해야 그 다음 사람에게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승진기회가 있다는 것은 일을 열심히 하게 하는 동력이다. 기대하는 대로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실국은 언제나 선호부서가 된다. 그렇기에 실국에서는 근평을 받고 있는 사람에게 그 무엇이든 몰아주기를 시전한다. 예를 들어 '실적가점제도'가 있는데, 실국에서 실적을 평가해서 올리면 실적위원회에서 심사해서 등급을 정한다. 실적가점은 점수가 그리 크지는 않다. 승진을 바라는 직원은 가뭄의 단비와 같이 한 모금이라도 내가 마시고 싶은 그런 마음일 수 있다. 그야말로 '티끌모아 승진'이다.
티끌모아 승진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근평자가 실적가점 대상으로 올리는 사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실국에서는 직간접 기여도를 판단하여 기여율을 조정하고 올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공식적으로는 없다. 실적가점 대상사업은 실국에서 역점사업으로 밀고 있는 사업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최종 결정권한은 실국장에게 있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자유게시판에 근평자에게 몰아주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는 글을 자주 올린다. 그래서 실적가점제도는 적용 비율이 점차 줄고 있고 종래엔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적가점제도 외에 전문관제도가 있다. 공무원의 잦은 보직이동으로 인하여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이면 전문계약직을 채용하면 될 일이다. 모든 분야를 전부 전문계약직으로 채울 수는 없는 일이므로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2가지 방법이 채택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전문관제도이다. 하나의 사업을 어느 정도 완성할 때까지 자리 이동하지 않는 전문관이 되고 대신 가점을 부여받는 제도이다. (다른 하나는 2년 이동제한규정이다. 한 부서에서 2년이 지나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다른 부서로의 이동을 승인해주지 않는다. 여기에도 예외가 있는데 고충인사를 신청하면 그 내용을 판단하여 이동이 가능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부모 병간호나 육아, 인간관계문제 등이다.)
승진에 대해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나는 계약직이어서 9년간 같은 자리에 있었다. 9년 동안 승진하고자 하는, 승진한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승진자가 많은 해도 있고 승진자가 적은 해도 있다. 승진자 수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많은 직원들을 보았다. 승진할 만한 사람은 이번에 안되면 다음번에 반드시 되었다. 그러나 승진을 위한 여정을 언제 어떻게 시작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엊갈렸다. 대체로 승진하고 나서 1-2년은 교육이나 연수, 아니면 상대적으로 일이 적은 곳으로 가고자 하고, 승진하고자 하면 2-3년 정도의 시간에 정성을 들인다. 근평은 4번-6번 정도 받아야 승진대상이 되므로 1년 2분기 2번이니까 평균 3년을 생각하는 것이다.
승진하면 기분 좋다. 내가 승진한 것도 아닌데 승진한 직원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소수직렬인 한 직원을 두고 절대 승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했는데, 그 직원이 사무관으로 승진을 했다. 그 직원이 역량평가를 잘봐서 승진한 것인데 나더러 홍해바다를 가르는 기적을 일으켰다고 했다. 내가 부서장인 탓이다. 내가 기여한 바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굳이 내가 한 것은 아니라고는 하지 않았다.(기도는 많이 했다.....)
승진하는 직원들이 많을 수록 그 부서의 장에 대한 평가가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