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이 May 13. 2021

공무원이 뭐라고...(18)

보고 또 보고... 끝없는 보고

공무원이 되면 매일 쉼없이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보고'이다. '보고 또 보고'라는 드라마도 있기는 하였으나 여기서 말하는 '보고'는 업무보고이다. 수시보고, 주간보고, 월간보고, 분기별 보고, 신년보고.. 등 보고는 끝이 없다.


가끔 업무혁신한다고 없애야 할 업무를 제출하라고 하면 제1위가 바로 주간보고이다. 매주 금요일이면 주무과에서 주간보고 제출하라는 연락이 온다. 주간보고는 이름 그대로 일주일 동안 무엇을 했는지, 다음 일주일 동안 무엇을 할 건지에 대해 간략하게 메모형태의 보고이다.   


□ ** 포럼 추진계획 수립

  ○ 목적 : ** 성과를 공유 확산 및 전문가 네트워크 확보

  ○ 대상 : ** 전문가, 기관, 일반시민 00 명

  ○ 일시 : 2021년 10월 00일


지난 주에 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했으면 이번 주에도 계획 수립할 수는 없으니, ** 포럼 행사대행용역 발주 준비 - 입찰공고 - 협상계약 - 자문단 구성 - 자문단 운영 - 행사 전 준비사항 체크 등등 매주 다른 업무명을 써낸다. 그러나 이러한 업무들이 일주일단위로 진행되지는 않으며, 매주 새로운 업무 또는 진전된 업무내용을 리스트업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담당자는 주간보고 외에도 팀장에게 보고, 과장에게 보고, 국장에게 보고, 실장에게 보고, 부시장에게 보고, 시장에게 보고할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보고 제목은 한 가지이지만 보고 포인트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보고서 양식도 달라진다. 같은 내용을 보고대상자에 따라 다르게 편집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보고 대상자에 따라 편집은 다르게"


시장보고 일정이 잡히면 수 없이 보고서를 고치고 또 고친다. 훌륭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단위로 시간을 쓰는 시장에게 효율적으로 보고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경우 간략하면서도 명료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페이지수가 많으면, 1-3페이지 요약서를 따로 준비하기도 한다. 통상의 업무 보고서는 사업개요, 추진경과, 사업추진에서의 문제점 또는 애로사항, 대안의 순서로 작성하는데, 만약 시장이 여러 번 그 사업에 대해 보고해서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면 '대안'을 앞쪽에 배치한다.


보고서를 작성만 하는 것이 그치지 않고 이제 보고를 해야 하는데, 서울시의 경우에는 담당자는 팀장이나 과장에게, 팀장은 과장이나 국장에게 보고하더라. 혼자 보고 하는 것은 아니고 국장에게 보고하는 경우 팀장과 담당이 함께 가기도 하고 과장이 배석하기도 하는 등 보고 안건의 중요도에 따라 달라진다. 가끔 시장에게 보고할 일이 생기면 시장의 성향에 따라 국장 보고만 받는 경우도 있고, 과장이 보고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속한 라인만 보고하면 그나마 나은데, 협력받을 일이 있으면 다른 부서의 과장이나 국장, 부시장에게도 보고해야 하고 시의회 상임위원회 위원들에게도 보고해야 한다.  


보고 일정에 따라 나의 보고시간이 달라진다.


옛날에는 프리젠테이션(PT)만 잘해도 승진한다고 할 정도로 발표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 사업을 수주할때 제안서를 발표할 때에는 PT 능력이 중요하겠지만, 행정에서는 조금 다르다. 우선 담당자로서 팀장이나 과장에게 보고할 때에는 수시로 보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1분-3분 내로 기승전결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국장에게 보고할 때에는 10분 이내로 설명한다. 부시장이나 시장에게 보고할 때에는 일정을 보고 거기에 맞추면 된다. 예를 들어 보고 시간이 10분이면, 보고는 3분-5분 이내가 적당하다. 보고 후 시장과 국장 등 토론시간이 5분 정도 걸린다.


누구에게 보고하든 보고 전에 메모지에 내가 할 말을 써 보는 것이 좋더라. 윗 사람에게 보고할 때 상황에 따라 당황해서 정말 중요하게 해야할 말을 까먹는 경우도 있다.


공무원이 되면 알게 되겠지만, 인재개발원에 '보고서 작성법' '기획보고서 잘 쓰는법' 이라는 제목의 강의가 있다. 보고서 달인이라고 자부하더라도 꼭 들어보기 바란다. 승진서열 1위에 빛나는 기획과 출신들이 강의를 한다.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도움되는 팁이 분명히 있다.



작가의 이전글 공무원이 뭐라고...(1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