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이 May 15. 2021

공무원이 뭐라고 ...(19)

착하다는 것은 좋은 걸까

“나는 악한 사람을 믿고 싶지 않다. 또한 선한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 앞에 나타나는 사람이 전부 다 악인은 아니지만 또 모두가 선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내 태도도 상대방에 따라 이리저리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 ‘인생의 이야기 중에서’


착한 사람에게는 나도 선해지고 싶다. 내게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에겐 나도 똑같이 해주고 싶다. 적어도 무시하고 싶다. 나쓰메 소세키의 말이 인상깊은 것은 착함에 대한 정의를 고민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착하다. :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


착함의 기준이 뭘까. 남을 잘 배려하고 도와주려고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화를 내기 않는다면 착한 사람이라고 인정받을 것이다. 일종의 이타심이 있는 사람에게 착하다고 자주 말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렇게 착하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 넌 참 착해.' 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넌 이용하기 딱 좋아.' 로 생각된다. 때로는 '지금 내게 가스라이팅 하는거야?' 싶기도 하고. 너는 너 하고 싶은대로 하고 나더러는 착하게 말 잘 들으라는 거야? 하는 생각도 들고...


50 이상 살아오면서 내가 경험한 바로.. 정말 나를 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착하다'  하지 않았다. 아이에게도 착하다고 하고 착한 어린이가 되라고  말해왔는데,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배웠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모든 동화는 착한 사람이 복받는 플롯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착한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는 그런 상황이 자주 오기 하고, 착하게 살려고 했더니 투쟁하게 만드는 상황이 있다. 동화는 동화일 뿐이다. 착함의 정의를 달리 해야 하지 않나 싶다.


한번은 한 직원이 내가 듣기에도 불편한 팀장의 말을 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인신공격은 아니고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였지만 충분히 스트레스 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다른 직원들은 화낼 법도 한데 참고있어서 안쓰럽다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직원은 밖에 나가서 울고 왔다고 한다. 마음이 안쓰럽다. 위로해주고 싶은데 팀장이 보고있는 데서 위로하면 팀장을 무시하는 것이 된다. 팀장이 없는 곳에서 몰래 불러서 위로해 주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그 직원이 늘 일찍 출근하기에 다음 날 나도 일찍 출근해서 커피를 사주었다. 나는 말을 잘 하는 편은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무슨 말로 위로한들 그 직원에게 상사가 하는 말이 위로가 될까. 동료들과 함께 수다떨며 팀장 뒷담화도 가볍게 하고 그 참에 과장 욕도 하고 그러면서 푸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참으면 병된다는데,
안참을 수도 없고...


다른 한 직원은 팀장의 말에 상처받고 바로 '나도 참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나서 뒤돌아서서는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고 후회하더라. 나는 '잘했다.'고 했다. 참을 수 없는 말을 듣고 참는 사람이 더 이상하다.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는 행위는 상대방의 나쁜 말을 정당화시킬 수도 있으니, 참지는 않되 상대방이 나를 무시할 수 없도록 경고 정도는 해주어야 한다. (이 조차 조직생활에서는 쉽지 않다.)


"그 말은 무슨 뜻으로 하시는 거에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저도 참지 않을거에요!!!"


아. 나는 이런 말을 해야 하는데면 가슴이 콩닥콩닥한다. 얼굴이 달아오른다. 생각회로가 작동을 멈춘다. 아무 말도 못하고 뒤돌아 나와서는 '이런 말을 했어야 했는데' 라며 자책한다. '조직 생활 오래할 생각이라면 참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얼마나 참아야 하나 싶기도 했다(예전의 나는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그 조직을 그만두었었다.) 어느 조직에서든 만만하게 보이면 상처받을 일이 자주 생기더라. 직원들에게 착하라는 말보다는 스스로를 잘 챙기는 그런 사람이 되라고 말해주고 싶다.


조직에는 꼭 이상한 사람이
한 명쯤 있다는데
 우리 부서에는 없다면
바로 내가 ... ;;;

회사생활을 오래 잘 하려면 성격이 항상성이 있어야 한다는데, 나는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우리 과의 성과를 인정받으면 그 날은 엄청 기분좋아서 직원들과 간식 파티를 했다. 우리 과의 성과나 존재에 대해 누군가 폄하하면 그 날은 화가 났다. 착하게 살려고 하는데 착하게 살지 못하게 하는 상황들이 너무 많았다. 투쟁하지 않으면 내 것(성과, 근평과 같은 것들)을 챙길 수 없었다. '다음은 없다'는 심정으로 좀 더 많은 파이를 가지고 오기위한 싸움을 했다. 다른 부서에서 볼 때 나는 이기적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부서장으로 있었던 부서는 직원들이 모두 제 할 일 잘 하고 성격들도 좋거나 무난한 편이었다. 음... 조직은 어디나 이상한 사람 하나쯤 있다고 하는데, ... 우리 부서에 그런 사람이 없었다는 건.. 음...혹시 그 이상한 사람이 내가 아닐까? ㅋㅋㅋ





작가의 이전글 공무원이 뭐라고...(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