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의 말하는 액션피규어

B2B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by 크리스탈

어도비가 광고 디자이너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디자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이니 디자이너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회사입니다. 하지만 광고용 이미지라면 어떨까요? 어도비보다 훨씬 더 전부터 상업용 유료 이미지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는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게티이미지도 있고 셔터스탁도 있고, 그외에도 꽤나 여러곳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도비가 어도비 스탁(Adobe Stock)이라는 광고사진 비즈니스를 시작합니다. 시장에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고, 실제 이미지를 사용하는 소비자인 디자이너에게 어떻게 서비스를 알리고, 사용해 보게 만들까 고민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다 어도비의 광고대행사 mcgarrybowen 은 Hovering Art Director라는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광고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디자이너의 절대 보스! 아트 디렉터를 등장시키는 광고입니다.

그런데 이 아트 디렉터가 우왕좌왕 오락가락합니다. 계속 디자이너 근처를 맴돌면서 온갖 훈수를 다 하고, 백만번의 수정을 하게 하는 우유부단 대마왕 아트 디렉터와 일하는 디자이너가 어도비 스탁을 사용해 광고주 미팅 직전 무사히! 시안을 만들어 낸다는 광고인데 뭔가 데자뷰가 느껴지시나요?


아도비의 광고대행사 mcgarrybowe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Daniël Sytsmas는 "대부분의 광고 디자이너들이 광고사진들을 사용해 작업할 때 겪는 대표적인 골치아픈 상황을 상정해 광고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래 동영상을 보면 아마 이런 상황 너~무 익숙하다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극한직업 광고디자이너..


수염을 기르고 커피를 들고 다니며 사무실을 어슬렁거리며 디자이너의 작업에 온갖 종류의 참견과 조언, 아이디어를 내는 아트 디렉터의 모습은 아마 많이들 익숙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결정해줘야 할 아트 디렉터가 마음이 자주 바뀌고 우유부단해서 시안이 백번도 더 바뀌는 바람에 속이 아주 새까맣게 타버린 경험이 있는 분도 계시겠죠.

어쨌거나 이 광고가 나가자마자 대박을 터뜨립니다. 디자이너들이 맞아! 진짜 그래! 라고 어마어마한 공감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도비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 캐릭터를 액션피규어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릅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소위 광고업계의 궁극의 디자이너 장난감인 "방황하며 주위를 맴도는(hovering) 아트 디렉터" 액션 피규어입니다. 이 피규어는 심지어 말도 합니다!


실제 광고 속 인물과 별차이 없습니다. 더 얄미워 보이는 느낌?



실제 인물과 비슷하게 액션 피규어 팔에는 문신이 있고, 청바지에 한정판 스니커, 팔찌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원하지도 않는 조언도 19가지나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버전으로 만들어봐", "눈에 확 띄게 만들어", "90년대 스타일.. 광고주는 dropshadows를 좋아할거야" "나를 믿어! 우리가 Cannes에 가면 나한테 감사할걸" 등등..

이렇게 말하는 아트디렉터 액션피규어를 과연 디자이너들이 과연 갖고 싶어 할까요? 저는 갖고 싶지만, 이런 상사를 일상에서 겪는 디자이너들은 어쩌면 싫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Packaging_1.jpg 실물처럼 디테일한 고~오급 한정 패키지


더 재미있는 것은 5월 8일부터 2주간 Hoveringartdirector.com에서 자신의 "hover"라인을 제출하는 컨테스트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선정되면 액션 피규어를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 호버링 아트 디렉터가 판단한다고 합니다)



B2B 제품을 광고하는 법


어도비 스탁은 일반인들이 구매해 사용하는 제품은 아닙니다. 전문적으로 이미지 작업을 해야 하는 디자이너나 크리에이티브 분야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B2B 제품입니다.

B2B 산업의 특징은 해당 제품서비스를 구매해 사용하는 즉시 매출을 일으켜야 하거나, 생산을 위한 자원으로 투입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톤 트럭을 사는 사람은 그 트럭으로 장사를 해서 돈을 벌고자 하고, 회사에서 컴퓨터를 사는 이유는 직원들이 일을 해서 궁극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소비재와는 아주 다른 점이 바로 이 생산/재생산의 자원화라는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B2B 제품서비스는 시장에서 확실히 검증되고, 산업군 내에서 표준으로 인정받으며, 주위 지인으로부터도 믿을만 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매출규모가 큰 브랜드가 선택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어도비 스탁은 위에 예를 든 것 중 후자에 해당합니다. 구매하는 즉시 이미지로 돈을 버는 것은 아니고, 광고주에게 판매 할 이미지를 만드는데 활용되는 생산 자원입니다. 그런데 실사용자인 디자이너들이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야 오래 사용해 와서 잘 알지만 어도비 스탁은 생소하거나, 스탁의 다양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얼마나 많은 스탁 이미지가 있는지도 잘 모를테고, 사용하기 편리하고 적절한 퀄리티가 있는지도 확인이 어려우니 선뜻 사용하자는 얘기를 하긴 어렵습니다. 이건 마치 HP가 프린터는 잘 만들지만 카메라를 잘 만들까? 하는 생각을 하는 거랑 같습니다.


게다가 여기서 B2B의 두번째 특징이 작용합니다. B2B는 대표적으로 사용자와 구매자가 다른 산업입니다.

구매담당자나 구매담당 중역이 보통은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는데, 실제 사용자는 조직 내 다른 사람입니다. 컴퓨터 구매는 총무팀에서 하거나 IT장비 관리부서가 하겠지만 사용자는 전략팀 사원인 것이죠. 구매자가 완벽히 제품에 대해서 알 수 없기 때문에 여러가지 정보를 수집합니다. 해당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규모나 위상, 제품서비스의 평판, 실 사용자의 추천, 가격조건, 납품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물론 여러가지 조건 중 가격조건이 큰 힘을 발휘하고 그것에 많이 기우는 것은 사실입니다. 좋은 물건을 싸게 사는 것이 구매의 핵심인 만큼, 싸다! 는 것보다 강력한 장점은 구매담당자에겐 없습니다. 그래서 후발 주자들은 보통 가격 할인을 많이 해서 어떻게든 시장에 자리잡으려고 합니다. 그에 반해 이미 비즈니스 잘 하고 있는 회사들은 가격은 조금 엄격하게 운용하되 다른 메리트를 클라이언트에게 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도비라는 회사의 평판이나 규모야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상품인 Adobe Stock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이거나 불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조건은 이미 충분하다는 가정 하에,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인 실사용자인 디자이너들의 강력한 추천이 어도비에게는 필요합니다. 그래야 구매 담당자에게 견적서를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고, 선정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격전략을 펼 수도 있겠지만, 가격전략은 마약 같아서 한번 쓰면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고 수익을 하락시키는 근본적 원인이 되는데다, 협상테이블에서 마지막에 꺼내드는 카드이므로 커뮤니케이션의 소재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디자이너들이 가장 괴로울 때가 빠듯한 데드라인에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이 많을 때일 것 같습니다. 방향성마저 명확하지 않다면 최악이겠죠. 그러면 결국 요새 하는 말로 디자이너가 갈려들어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맨 위의 실사 광고에서도 아트 디렉터가 별별 요구를 다 합니다.

수염을 넣자 - 어떤 수염요? 난쟁이 수염만큼 긴거요? - 아니 그보단 짧은거. 아, 고양이 대신 아기곰은 어떨까, 아기 곰도 필요해, 아니 좀더 크게..- 늑대를 넣자- 한마리 보단 여러마리가 낫겠어.. 요구사항의 세밀함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점점 디자이너의 얼굴에 영혼이 사라지는 것이 보입니다.

결국 광고주가 왔다고 알려주는 소식과 함께 아슬아슬 광고안이 마무리됩니다. 아무리 우유부단하고 오락가락하는 아트 디렉터의 오더라도 어도비 스탁만 있으면 다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매우 현실감 있게, 유머러스하게 만들었습니다. 맨 마지막 아트 디렉터의 나레이션이 화룡점정입니다.

"근데 곰한테 뭔가 성격을 좀 줘야 할 거 같아" (OMG..)


HAD_TC_Still04.png



첫 광고가 얼마나 열렬하게 공감을 받았는지, 액션 피규어까지 만들어 졌습니다. 1년 365일 쉴새 없이 들들 볶이며 사는 디자이너 입장에서 아트 디렉터는 애증의 대상이겠죠. 그런데, 아트 디렉터의 말도 안되는 요구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게 해 주는 어도비 스탁은 참 괜찮은 제품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부두교 주술을 사용해 볼 수 있도록 밉상 아트 디렉터의 피규어까지 나왔으니 금상첨화 애정브랜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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