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제안은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조직에 있으면서 자신의 R&R이 안정되고 일도 순조롭게 추진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 때 사실은 가장 위험한 시기에 봉착해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잘 깨닫지 못한다. 나 역시 그러했다.
일이 잘 풀려가고 하려고 했던 일들을 하나둘 착착 진행되어 가는 중, 몇번의 이직 제안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거절했다. 지나고 보니 그 중 반드시 잡았어야 했던 기회가 세 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별 생각 없이, 더 좋은 기회가 올거야 하며 흘려보내고 나니 회사 상황은 급박하게 변해 이전까지 내가 보았던 미래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 그때의 오퍼들을 연봉, 직급, 조직 규모, R&R,업계 이동 가능성 등등 여러가지 조건들을 놓고 당시의 내 상황과 냉정히 비교해 판단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사회생활 하는 동안 항상 새로운 일을 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리는 가장 안전하지 않은 선택을 해왔는데 마지막 직장에서 안정의 달콤함에 넘어갔다. 그리고 댓가는 생각보다 컸다.
사람은 항상 자신의 손 안에 든 것이 가장 커 보이고 확실하게 쥔 무엇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다들 이런 생각을 한 번 쯤은 한다.
'내가 여기서 조금만 뭘 더 하면 승진이 되는데, 인정 받고 인센티브도 받고 뭘 얻게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상황이 언제까지나 자신에게 우호적이거나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 마음을 놓는다. 그건 사실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다. 자신을 지켜주고 믿어주는 상사, 마음 잘 맞는 선후배와 동료들로 둘러 싸여 있으면 사실 이 상황이 바뀔것이라는 예측을 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러나 상황은 언제든 급격하게 바뀌는 것. 잘 되던 사업이 규제 하나 생기면서 급격히 축소될 수도 있고, 믿고 있던 상사가 느닷없이 좋은 또는 나쁜 이유로 자리를 떠나거나, 회사의 큰 그림 아래 조직이 통폐합되기도 한다. 아무도 무엇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특히 상사를 믿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듣는 이야기가 나를 채용한, 승진시켜 준 상사는 오너의 오른팔이라서 끄덕없다거나, 인정받는 사람이라 계속 이 부서를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인정 받는 사람은 인정 받아서, 능력없는 사람은 능력이 부족해서 자리를 떠난다. 그때 만약 자신을 챙겨주거나 뒷일을 감안해 모종의 조처를 해주고 간다면 얼마나 좋으랴만은 그런 사람은 별로 없다. 자신의 처지가 급박해서일 수도 있고, 자신이 상사를 믿은 만큼 상사가 자신을 믿지는 않았을 수도 있고, 당연히 별개의 인생으로 잘 하겠거니 생각해서기도 하다.
일이 잘 풀리고 성과가 날 때는 알게 모르게 자신의 좋은 평판이 소문이 나거나 누군가에 의해 인력시장에 추천이 되곤 한다. 이력서 낸 적도 없지만 이직하겠냐는 문의가 종종 들어오고 예전 이직시 이력서를 냈던 서치펌에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 이런 안정된 상황에서의 이직 의사 타진에 보통은 거절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더 오래 현재 조직에서 일할 것이라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이직이나 커리어 개발은 사업만큼 냉정하게 해야 한다. 물건을 살 때도 적정 가격인지, 하나의 이득이라도 더 있는지 따져보는데 인생을 거는 선택이라면 오죽하랴. 더 냉정하고 객관화 해 보아야 한다. 지금 조직에서 충분히 바쁘고 성과를 내고 있어서.. 라고 거절을 하는 것이 가장 바보같은 짓이다.
상황이 가장 좋을 때 가장 사람이 느슨해지고 안이해 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다음 스텝을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거나, 현재 상황이 영원히 유지된다고 철떡같이 믿어버린다. 특히 들어온 제안이 현재 위치와 비슷한 곳으로의 이직일 경우, 그 오퍼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 평가에 매우 박해진다.
지금 연봉이 얼마인데 그걸 맞출 수 있는지 아니면 그보다 몇퍼센트 더 높이 줄 수 있는지, 지금 조직에서의 위치보다 높은 자리로 제안이 오는지, 일의 범위는 얼마나 넓고 커지며 명분이 그럴듯한지.. 여러가지 조건을 따져가며 가능한 현재 상황보다 현저히 좋다는 판단이 되면 움직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계산은 당연히 해야하고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빠지지 않고 고려되어야 할 것이 '현재 내 상황이 변한다면 나에게 무슨 선택의 여지가 있는가? 상황이 변해 선택의 여지가 없을때 이직 제안을 받을 수 있을까? 현재 조직이 가지고 있는 커리어 개발상의 불리한 점은 없는가?' 등이다.
상황이 변해 자신의 위치가 애매해지거나 하고 있던 일을 못하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자신이 그런 상황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것인지, 커리어 패스가 한 순간에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도 두 손 놓고 있어야 하는데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해 보지도 않고 무조건 이직 오퍼를 덥석덥석 받아들이란 것은 아니다. 현재의 상황과 기회에 가중치를 주는 만큼 새로운 기회에도 동일한 가중치를 두어 양 쪽을 저울질 해 보라는 것이다.
특히 임원 승진을 바라보며 조직장을 하고 있는 경우는 매우 신중하게 새로운 기회에 대한 평가를 해야한다. 임원승진은 안타깝게도 능력의 문제만이 아니다. 능력이 갖춰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을 밀어주고 당겨줄 사람들이 조직에 있어야 하고, 근본적으로 조직 자체가 해당 직무로 임원승진을 할 수 있는 곳인지도 중요하게 볼 부분이다. 그리고 현재 조직에서 임원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사실 본인이 가장 잘 안다.
내부적으로 승진을 하지 못하면 이직을 해서 승진을 하고 직급과 연봉을 높일 수 밖에 없는데 이때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여자들에겐 성별, 남자들에겐 나이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같은 한계에 부딪히지는 않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그러하다. 조금 특수한 이력, 예를 들어 컨설팅 경력, 누구나 아! 하는 외국 대학의 석박사 학위 등이 겹쳐지는 경우 조금 다른 대우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cream on top 이 아닌 경우라면 어쩔 수 없는 차별에 부딪히는 것이 현실이다.
나 역시 임원 포지션으로 여러번 제안을 받고 도전을 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거절 당했다. 거절 이유를 들어보면 새로 도전하는 분야의 업력이 10년이 되지 않아 전문성이 없다던가, 나이가 해당 조직 평균보다 어리거나 많다거나, 마케팅 임원을 뽑지만 다른 펑션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홍보 이력이 없다는 이유 등이었다.
결국 뽑고 싶지 않은 사람에겐 온갖 이유가 다 붙는 법. 헤드헌터를 하는 선배는 단 한마디로 일축했다. '네가 여자여서 그래.'
자신이 아무리 좋은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상황은 자신이 만들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 의해 삶의 궤적이 달라지고 타인과 외부에 억지로 선택되지 않아야 한다.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려면 새로운 기회에 열려 있고 자신이 주도하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끊임없이 자신의 주위 환경에서 의사결정 할 수 거나 선택의 수를 준비해 두어야 한다.
좋아하는 중국드라마 랑야방의 주인공 매장소가 했던 말이 딱 들어맞는다.
'일은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선택이나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내 계획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