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여자의 산전수전공중전
여자들은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20년여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취업 어렵고 승진, 이직도 쉽지 않다.
부모님이 오너라 운이 좋게 대리나 과장급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은 입사하면 말단인 사원에서 시작하는데, 대리,과장 등등을 거쳐 임원까지 가는 것은 남자들에 비해 백배천배는 더 어렵다.
물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소수의 성공한 여자들이 있다. 모 포탈의 부사장이거나, 모 게임회사의 미국 법인장 또는 컨설팅 회사의 파트너도 있고 가끔, 아주 가끔 대기업 임원인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성공한 여자들은 너무 소수이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을 받고 인터뷰를 하고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어느 대기업 전무가 남자라고 인터뷰를 하거나 특집 기사가 나오는가. 그리고 소수의 성공한 여자들만으로는 이 사회는 평등해 지지도, 잘 돌아가지도 않는다. 세상에는 성공한 소수의 여자들보다는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보통의 일하는 여자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보통의 능력과 배경을 가진 일 하는 여자들의 삶이 얼마나 치열한지 나 스스로 겪었기에 너무나 잘 안다. 보통의 일하는 여자들은 아주 가끔은 공평하게 대우받고 성과도 올리지만 많은 경우 여자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더 많이 후려침을 당하면서도 세상을 꾸역꾸역 살아낸다.
나 역시 보통의 일하는 여자다. 지방대 문과대 출신으로 대기업에 입사해 몇 번의 이직을 거쳐, 조직을 이끈 팀장이자 임원이 못된 부장으로 기업에서의 커리어를 마감하기까지 겪어온 시간이 쉽지 않았다.
그나마 나는 IMF도 없던 시절에 취업을 했고, 영어 점수 하나 정도면 괜찮았다. 하지만 요새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대학 1학년부터 취업공부를 하고 스펙을 쌓고 연수와 유학을 다녀오며 온갖 사회봉사 활동까지 하고도 취업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다. 내가 지금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과연 이 경쟁을 뚫을 수 있을까 싶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렇게나 힘들게 회사를 들어오면, 이해하기 힘든 기업문화와 조직풍토, 관습 등으로 더욱 삶이 힘들어 지는 경우가 많다. 하고싶은 일보다는 해야하는 일에 매여 사는 것이다. 하루 하루 영혼이 지쳐가는 느낌이지만 어떻게 이겨낸 경쟁인데, 부모님께 손내밀 수 없는데..싶어 포기하지도 나아가지도 못하고, 내가 과연 잘 사는 것일까? 하는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더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은데, 조금만 더 어떻게..? 하면서 치열하게 사는 이십년 전의 나와 같은 보통 여자들을 위해서 내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 보려고 한다. 물론 나보다 백배는 더 힘들게 뛰는 오늘날의 보통 여자들은 내 이야기쯤 우스울 수 도 있겠지만 나름 괜찮아 보이는 커리어 뒤에 일어난 많은 에피소드들을 보며 함께 힘을 내고, 웃어 넘기고, 싸워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보통여자의 20년의 산전수전공중전육탄전 보따리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