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은 믿을 수 없어

업종 신뢰도에 대한 미국 소비자 조사 결과

by 크리스탈

오늘 아주 재미있는 자료를 하나 발견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신뢰하는/하지 않는 산업 리스트와 신뢰할 수 없는 행동들,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는 원천에 대한 리서치 자료가 나왔는데, 그 리서치를 수행한 곳이 전자담배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아래 자료에 보면 알겠지만, 신기하게 담배산업은 신뢰/비신뢰 10개 리스트에 없다. 매일 25백만달러의 광고비를 퍼붓고, 아이들이 혹할 만한 광고도 무작위로 내보내는 곳이 담배 산업이다. 미국 담배산업이 그동안 하도 기만적인 행위를 많이 해서 참다 못한 미국 대법원은 2006년에 공식적으로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더 이상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담배회사의 마케팅이 비윤리적 기업활동으로 꼽혀서 또 한번 고개를 갸웃..

최근 기업의 신뢰에 대해 부쩍 생각이 많아진 것인지 얼마전 글에 이어 또 이런 자료가 눈에 들어온다.

(https://www.halocigs.com/labs/blowing-smoke/)





신뢰할 만한 업종들과 신뢰할 수 없거나 신뢰를 까먹고 있는 업종들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왼쪽이 가장 신뢰할만한 산업이고 오른쪽이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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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 군대, 교육, 예술과 엔터테인먼트가 최고를 차지하고 있고, 농수산업, 건설, 물류, 의료, 식품및 접객사업 순으로 이어지는데, 미국에서는 건설업이 신뢰의 대상이라니 좀 의외다. 대충 뭔가 열심히 몰두하고 신체적,정신적 노동력을 집중 투입하는 산업이 망라된 것 같기도 하다.


정유, 마케팅광고, 금융, 정부, 종교부문이 최악으로 꼽혔다. 나 역시 마케팅광고 업계에 있는 입장에서 매우 유감스럽지만, 수긍이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비신뢰 순위를 보면 제도, 시스템을 구성하는 법률, 금융, 정부, 통신, 종교 등이 다 올라있는데, 미국인들이 현재의 국가시스템에 문제를 많이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아래는 소비자들이 용납하기 어려운 비윤리적 기업활동의 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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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는 제약사들이 부작용이나 약효가 미미한 결과가 나쁜 대규모 조사 대신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보인 소규모 조사를 FDA에 제출해 승인을 받는 일을 꼽았다. 미국 제약산업의 카르텔은 글로벌 단위이며, 부작용을 숨기고 FDA승인,출시를 강행해 피해를 본 사례가 꽤나 많다. 영화 Side effect(2013)도 항우울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살인이 소재고 우리나라 영화 성난변호사도 약의 부작용에 얽힌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등, 제약사의 파렴치한 행동들은 전세계적으로 공인된 듯 하다.


두번째가 식품의 실중량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갈비 무게가 뼈 포함이냐, 살코기만이냐부터, 패키지 무게가 포함돼서 제하면 비싸지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허다하다. 오죽하면 단위당 가격을 표기하도록 되었을까. 먹고 사는 문제에서 장난치는 것은 기본적인 신뢰의 영역에서 절대 용납받을 수 없는 일이다.


3위가 기업이 소셜미디어의 부정적 의견을 마음대로 삭제하는 것이다.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경험은 부정적일 수도 있다. 그것을 이야기할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집중해야지 의견 자체를 묵살하거나, 삭제함으로써 소비자를 기만하면 소비자들은 등을 돌린다.


5위가 문제의 담배회사들이 애니메이션이나 카툰을 이용해 미성년자들에게 마케팅을 하는 일이다. 담배회사의 비양심적인 마케팅은 역사가 깊다. 가장 유명한 케이스가 카멜의 낙타 캐릭터인데, 그 캐릭터를 사용해 마케팅 하는 동안 미성년자들의 흡연이 엄청나게 늘고, 카멜사에 대한 미성년자들의 선호도도 매우 높아졌다. 그 외에도 담배가 식욕억제제라며 의사들이 보증을 하며 여성들에게 팔기도 했고, 생활용품 교환 쿠폰을 붙여 판촉을 하기도 하는 등, 기만적deceptive 마케팅의 1인자가 담배회사다.


joecamelcorvette.jpg Joe Camel , 멋진 라이프?


ad-busters-joe-chemo.jpg Joe Chemo - 결국 암에 걸린 캐릭터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는 가장 신뢰할 만한 원천들


1위가 컨슈머리포트다. 미국에서 컨슈머리포트의 영향은 막대해서, 여기서 제품이나 서비스,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자료가 나가면 주가가 폭락할 지경이고, 수입품목의 관세나 판매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른 부분이 이 컨슈머 리포트다. 우리나라도 소보원이나 각종 기관에서 유사한 리포트를 내기는 하지만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 외에 정부가 발행하는 리포트나 미디어 리포트 등도 비슷한 맥락에서 공신력 있는 정보의 원천으로 꼽힌다.


1위에서 15위까지 다양한 매체나 채널, 방법들이 있고, 주위 사람들의 추천이나 소셜미디어의 좋아요, 셀레브리티 보증 등은 그러려니 하는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기업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이나 기업의 광고다. 기업이 자신들의 정보를 가장 확실하게 어필하고, 정확하게 이야기 해 주는 채널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물론 소셜미디어는 즉각적인 대응과 소통의 채널로서 때에 따라 위기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정보 채널로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고, 광고 또한 지속적으로 과장허위 이슈가 있음에도 기업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 활용하는 정당하고 신뢰있는 툴로 간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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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로서 마케팅 업계가 비신뢰 2순위에 꼽힌 것은 꽤나 마음이 상하는 일이다.

신뢰 2위인 Technology의 힘을 빌어 마케팅의 방법들이 고도화되고, 자동화되어 소비자와 접촉하고 관계를 맺고 있는데, 정작 마케팅과 광고는 믿을 수 없다는 상황이 아이러니다. 브랜드를 잘 만들어 나가는데는 소비자의 신뢰가 필수이고, 그러기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는데, 그것들이 진정성 Authenticity 을 전달하지 못했고 오히려 소비자를 기만 Deception 하는 방법이 되었던 것 같다. 아무리 툴과 기술이 발달해도 그 안에 담긴 진심, 고객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결국 최신기술을 이용하는 사기꾼이 될 뿐임을 다시 확인했다.


기업이나 브랜드의 신뢰는 거저 오지 않는다. 오랫동안 쌓인 활동의 결과이고, 고객과의 인터랙션의 결과이다.

지금 신뢰 1순위에 꼽힌다해도 내년, 십년 후에도 거기 있으리란 보장은 없고, 비신뢰 1순위 역시 바뀔 여지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물론 원문에서는 정유업계가 신뢰에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표현하긴 했다)

마케팅이 좀 더 믿을만 한 것이 될 수 있도록, 소비자의 이야기를 진짜로 듣고 해결하려는 태도,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결국 행동으로 증명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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