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3 12일차
아침 4.7
점심 6.0
저녁거리 5.9
숙소 8.0
6:20 출발
8시에 그라뇽에 도착했는데 문 연 바가 없어 30분 넘어 기다려 샌드위치 하나 사 먹고 또다시 내리내리 걷다가 벨로라도 직전 마을 비야프랑카델리오에 도착, 주스와 커피로 점심을 했다.
어제 만난 선글라스를 쓴 험상궂은 라틴계 남자는 수레 끌고 순례 가는 할아버지의 수레를 대신 끌어주고, 마을에서 만난 강아지에게 물을 먹여 주는 등, 의외로 착한 남자였다. 미현과 둘이 이 길에 천사가 있다면 저런 존재가 아닐까 이야기했는데 한편으로는 함께 걷고 있는 일본 여자 준코에게 너무 헌신적이라 바람둥이 천사인가 싶었다.
어제 미현이 약속한 대로 오늘 저녁을 스파게티를 해 주었다. 미현, 나, H 셋이 먹었는데 H가 사 온 3유로짜리 로제 와인이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초리조 별로 안 좋아했었는데 오늘 산 건 맛있었다. 토마토 스파게티에 토마토퓌레와 양파 외 넣을 재료도 없고 간도 약해서 입맛이 없을 뻔했는데 초리조가 밸런스를 맞춰주고 씹는 맛도 주고.
처음에 미현이 5백그램짜리 파스타를 다 삶겠다 하길래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 먹었다..세상에... 셋이서 다 먹고도 놀라워서 계속 진짜 다 먹었다며 서로 웃었다. 걷기 시작한 이후 자주 먹을 수 없어선지 한번 먹을 때 왕창 먹는다. 그래서 먹는 양만 자꾸 느는 듯
발뒤꿈치가 너무 아프다. 왼쪽 가슴이 아픈 이유가 특히 왼쪽 발 뒤꿈치가 많이 아파서인 거 같다. 쿠션을 하나 더 사서 깔아야 하나 고민도 되고, 그럴 바엔 가져올걸 싶기도 하고..
오기 전부터 테니스 엘보로 아프던 왼쪽 팔을 미현이 마사지해주었다. 전직 물리치료사라며 만져주는데 완전 전문적인 마사지 느낌! 열심히 마사지해 주어서인지 팔이 안 아픈 거 같기도 하고. 고마왔다. 이러다 헤어지면 참 섭섭하겠지?
며칠 전 헤어진 미레이와 롤랑 부부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내일은 만나게 되지 않을까? 만나면 많이 반가울 것 같다. 오늘 아침 그라뇽 성당 앞에서 눈물 흘리며 헤어지는 사람들을 보며 그 마음 이해가 됐다. 인생이 이 카미노라면 걸어가며 만난 인연들은 내 절친, 지인, 가족 등등이겠지. 일찍 헤어진 사람들, 오래 보다 헤어진 사람들,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람들.. 많은 인연들이 나를 지켜보고 지켜주고 함께 해 주고 떠난다. 왜 걷는가라는 질문은 답이 없는 질문일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걸었나, 걷고 있나는 답할 수 있어야 하고, 좋은 답을 할 수 있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