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텔링, 들려달라고 할 만한 이야기를 써라

켄싱턴경의 케첩과 도브의 리얼뷰티

by 크리스탈

브랜드 스토리란 무엇일까?

누가 브랜드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알고 싶어한다고? 잡스 정도 아니고, 마윈 정도 아니고서야 고객들한테 자기 브랜드 창업자가 누구고, 무슨 일을 겪었다고 주절주절 떠드는걸 누가 좋아할까, 우습게 생각할 거라고 판단하는 사람도 많다.

맞는 말이다. 소비자는 어떤 회사에 직원이 만 팔천 오백 칠십 구명이 있는지, 공장이 축구장 두개만큼 크다던지 하는 이야기가 나랑 무슨 상관이람?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브랜드 스토리랍시고 기업이 내놓는 이야기들은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자기 자랑이라 재미도 없다. 재미없는 이야기는 가장 나쁜 이야기 아닌가.


포탈에 브랜드 스토리라고 검색해 보면 브랜드 스토리 과정이니, 브랜드 스토리 만들기, 브랜드 스토리전문가 과정 등등 다양한 교육 과정이 나온다. 좀 헷갈리는 부분이다. 있는 사례를 재미있게 각색한다는 것인가? 없는 이야기를 지어서, 진짜로 믿게 만드는게 브랜드 스토리가인가?


브랜드 스토리가 진짜면 최고의 출발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고객을 속이는거냐는 죄책감을 갖거나, 그럴만한 스토리가 없다는 점에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 있었던 일과 상황으로 고객의 마음에 연결되는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쉬운 접근 방법이라는 것은 자명하지만 만들어 낸 이야기도 훌륭한 브랜드 스토리가 된다.

광고는 거의 백이면 99가 만들어낸 이야기다. 브랜드를 이야기하고 보여주는 대표적인 방법인 광고는 대표적인 허구의 브랜드 스토리고, 사람들은 광고 속의 이야기가 진짜라고 믿지 않지만, 브랜드의 일부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핵심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고객의 문제를 진정성(authenticity) 있게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에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드러나는가? 이다.




동인도주식회사의 Sir Kensington




켄싱턴경의 케첩. 저 깐깐해 보이는 인상을 보면 품질에 신뢰가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켄싱턴경 Sir Kensington's 이라는 케첩브랜드가 있다.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던 시절 동인도주식회사의 대표인 Sir. Kensington 이 만든 케첩이라는 브랜드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로, 패키지에는 콧수염에 모노클을 끼고 실크햇에 턱시도를 입은 남자의 모습-켄싱턴경-이 있다. 하지만 이 인물은 브랜드 창업자들이 만든 가공의 인물이다. 그리고 허구에서 시작된 브랜드지만 켄싱턴경 케첩은 하인즈를 이겼다.

풀어 기른 닭이 낳은 달걀이나 유기농재료로 만든 케첩인데 고급 식당이나 식료품상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고, 케첩과 마요네즈 등 몇 가지 안되는 제품만으로도 높은 매출과 수익을 올리고 있고 소비자들에게서 이미지도 좋아 결국 유니레버에 인수되었다.



애플사이다, 양파, 꿀, 올리브오일, 라임..맛있을 것 같다



허구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브랜드 스토리를 가진 케첩이라 해서 고객이 거짓말이야! 라고 배신감을 느끼며 브랜드를 외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하인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릴 만큼 소비자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이유는 이 케첩의 본질에 있다 - 항상 본질이 가장 중요하고 먼저다.

과당에 카놀라유 같은 싸고 인공적 원료를 사용하는 기존의 케첩과 달리, 설탕을 줄이고, 첨가되는 재료들을 모두 고품질에 유기농으로 바꾼 프리미엄 제품으로써, 수십년간 하인즈로 대변되는 그저그런 수퍼마켓 케첩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던 소비자들에게 차원 높은 맛과 품질을 제공한다. 그리고 더 나은 맛과 품질을 켄싱턴경이라는 제국시대의 귀족-다양한 맛을 경험하고, 입맛이 까다로우며, 저급한 품질의 물건이나 서비스에는 눈길도 주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을 내세워 상징화 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은가, 모모 양반가 몇대 종부의 손맛 이런 문구는 맛에 대한 자부심과 까다로운 프로세스를 통한 철저한 품질 관리를 연상케 하는 것처럼.


켄싱턴경의 케첩은 제품의 본질에서부터 포장, 상징까지 제품의 아이덴티티가 온전히 드러나고, 고객의 니즈에 적확히 연결되었기에 성공했고, 이후, 그들의 상징인 켄싱턴경의 허구의 스토리까지 기꺼이 수용하게 만들었다.



진짜 미를 찾는게 맞는지 오리무중인 도브


유니레버의 대표 뷰티브랜드 도브는 unstereotype 이라는 컨셉으로 올해로 14년간 여성의 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real beauty 마케팅을 해 오고 있다. 여성 바디 쉐잎을 형상화 한 용기을 개발하고, 주름진 얼굴의 나이든 여성이나 풍만한 체형의 여성을 광고에 기용 한다.


좋지 않은가? 여성의 모습은 다양하고 그 자체로 완벽하다


그러나 도브는 2011년 Dove VisibleCare Body Wash 라는 제품의 인종차별적 광고로 온 세상으로부터 호되게 얻어 맞는다. 다양한 피부색의 세 여성을 두고 백인여성쪽에 제품 사용 후란 딱지를 붙여서, 백인이 제품을 사용하고 난 이상적인 상태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게다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 수록 더 날씬하기도 하다. 완벽히 인종차별적이다.

공식적으로 이 광고에 대해 해명을 하며 인종차별을 절대 허용하지도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했지만, 의혹의 불씨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왼쪽이 제품사용 전, 오른쪽이 사용 후. 누가봐도 너무 뻔해보인다



그런데!

6년이 지난 후, 2017년에 또 한번 대형사고를 쳤다. 인종차별 이슈를 불러일으킨 광고를 또 만든 것이다.


https://youtu.be/zkIrbVycAeM

다양한 피부색의 여성이 시도하는 제품으로 기획했다고 하는데 왜 벗을 수록 하얘지는가..




도브의 샤워크림은 화이트닝 제품이 아니다. 세정 제품이다.

백번을 사용한다고 피부색이 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다양한 인종의 소비자가 사용한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하면서 저런 방식의 크리에이티브를 사용해서 브랜드가 십수년 쌓아 온 자산을 아주 간단하게 무너뜨려 버렸다. 차라리 인종별 시리즈 광고를 만들지 그랬나 싶다. 돈도 많은 글로벌 굴지의 회사가 광고 두세편 더 만든다고 마케팅 예산에 문제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요새 광고는 TV보다 소셜미디어가 주 매체가 아닌가. 매체비 무서워 시리즈 못 만들었던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다.



이 건으로 결국 어마어마한 댓가를 치르고 공식적으로 사과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도 인터넷을 뒤져보면 도브의 제품, 리얼 뷰티 캠페인 후 나온 모든 제품을 까는 UCC가 엄청나게 돌아다닌다. 소비자들이 도브의 진심을, 브랜드 스토리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무엇인지, 진정성이 무엇인지 몇년에 한번씩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하고 있으니, 아무리 노년의 여성과 다양한 체형의 여성을 등장시킨들 다 물건 팔아먹기 위한 뻔한 수법이라는 비아냥을 면치 못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올해로 14년째 미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마케팅을 하고 있고, 좋은 광고와 이미지를 많이 심어 오고 있고, 칸느 수상도 많이 했지만 이런 사고들을 보면 내부의 인식이나 가치는 표현하는 것과 상당히 차이가 있는게 아닐까 싶다. 그게 맞다면 여태 쌓아올린 자산이 결국 모래성일 수 도 있다. 브랜드 스토리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는 셈이다.




소설 쓰고 있지 말고, 고객을 생각하자


브랜드가 표방하고자 하는 것, 브랜드가 만들어진 사연, 창업자의 고생 이야기 다 좋은 이야기꺼리다. 그런데 이야기를 만들때 '누구에게' 하려는 이야기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이야기를 만드는 매 순간 떠올려 봐야 한다.

회사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급급하지 말고, 누가 이 광고를 보고, 메시지를 읽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 지 함께 고민해야 뇌피셜이 아닌 진짜 마음을 울리는 힘 쎈 브랜드 스토리가 된다.

아무리 많이 팔고, 돈 많이 벌어도 고객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미움을 받으면 금방은 아니지만 그 브랜드는 죽음의 길로 들어선 것에 다름이 아니다.

고객 마음에 닿아서 좋은 일렁임을 만들어 내려면 브랜드의 진실 위에 집을 짓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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