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메드 이야기
10년도 더 전에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급 생각나서 퍼왔다. 예전엔 이렇게 길게 쓰기도 했는데 이제 뭐라도 쓰려면 막 부담부터 느껴진다. 늙었나 ㅎ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상징인 삼지창을 보면 뭘 떠올릴까? 뜨거운 태양과 짙푸른 바다, 야자수와 눈처럼 하얀 해변. 바로 바캉스 전문 브랜드 클럽메드이다. 클럽메드의 휴가 패키지는 항공권, 리조트와의 연계 교통편, 숙박 시설, 여행자 보험을 비롯하여 휴가 기간 동안의 다양한 식사와 음료 제공은 물론, 엔터테인먼트와 다양한 레벨의 스포츠 활동까지 지원되며, 어린이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유럽의 대표적 휴양지인 지중해 연안에서 첫 문을 열었던 클럽메드가 오늘날 바캉스 대표 브랜드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딱 두 가지만 꼽아 보자면 첫째, 원스톱 패키지형 서비스를 최초로 제공했고, 둘째, 고객의 감성을 잘 헤아렸다는 것이다.
휴가의 새로운 컨셉트 - 즐기기만 하면 되는 휴가
지금도 휴가를 가려고 하면 당장 교통편, 숙박, 먹거리와 놀이가 동시에 고민거리로 떠오른다. 교통편을 제대로 구하지 못해 힘들게 여행을 하거나, 대부분의 경우 복잡한 도로에 시달리면서 휴가의 시작과 함께 전쟁을 치른다. 그 뿐 아니라, 먹고 자는 일 역시 지출하는 돈에 비해 흡족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기대하던 즐거운 휴가는 시작과 동시에 고생과 짜증으로 범벅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면 즐거운 여행, 휴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건들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바캉스 방법은 없을까? 1950년, 프랑스에서 제랄드 블리츠는 이런 필요를 충족시킬 방안으로 클럽메드라는 패키지형 리조트를 내놓았다. 안락한 숙박 시설과 세심한 서비스, 다양한 스포츠 활동, 훌륭한 음식 등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어서 클럽메드로 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 된다. 즉, 계획해야 하는 휴가가 아닌 즐기기만 하면 되는 휴가패키지가 선을 보인 것이다.
이런 새로운 컨셉트의 휴가는 엄청난 지지와 호응을 얻었다. 첫 리조트를 연지 단 5년만에 블리츠는 타히티와 같은 열대 지역에 진출하는 한편, 겨울철을 위한 리조트도 설립하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었다. 또한 패키지 바캉스라 하지만, 클럽메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가족과 같이 온 고객들을 위해서는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전세계 각국의 요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부페식 레스토랑과 고급 다이닝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며, 빌리지가 위치한 나라와 지방 고유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로컬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등, 빌리지를 중심으로 매우 다양하고 차별화 된 서비스들을 제공한다. 오늘날 클럽메드는 지중해를 넘어서 전세계 36개국 90여 곳에 리조트를 가진 세계적 바캉스 체인이 되었다.
특별하지만 편안함을 주는 휴가 - 우리 마을, 내 친구들
클럽메드의 리조트는 일명 빌리지(village)-마을-라 불리는데, 마을이라는 명칭에 어울리게 최고책임자는 총지배인이 아니라 '촌장'이다. 클럽메드에 도착하는 순간 리조트에 체크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 놀러온 셈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곳에 간다는 부담스러움을 일순간 제거하는 탁월한 언어적 장치다. 또한 빌리지의 스탭들은 G.O(Gentle Organiser)라고 불리는데, 이들은 고객들이 빌리지에 도착한 시점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가까이서 도와주고 즐거움을 제공하는 엔터테이너이자 친구같은 존재로, 낮 시간에는 스포츠 활동을 지도하거나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밤이 되면 무대에서 춤과 노래, 장기를 펼쳐 보이는 연예인으로 변신한다. 일반적인 호텔식 서비스가 주는 정중함과 거리감 대신, 친근함과 편안함, 즐거움을 주는데, 빌리지라는 명칭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할 수 있다. 이들은 클럽메드를 타 브랜드와 달리 독특하게 규정지어 주는 요소 중의 하나이며, 클럽메드라는 브랜드를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인적자원이다.
격식과 절차에서 자유로우며 가족과 친구와 함께 하는 분위기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클럽메드를 다른 리조트와 본질적으로 차별화해 주는 측면이다. 이 점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클럽메드의 성공에 힘입어 유사한 패키지형 휴양지가 넘쳐 나는 바캉스 브랜드의 경쟁시장에서 고객들이 클럽메드를 선택하게 하는 가장 본원적인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고객들은 단순히 편리하다는 점 만으로 클럽메드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50년 전의 고객과는 다르다. 수많은 유사한 리조트들이 저마다 독특한 서비스로 고객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있고, 가격경쟁력을 가진 새로운 바캉스 시장 역시 개발되고 있다. 아무리 독특한 서비스라 할 지라도 물리적 속성들이 서로 모방되고 재모방되는 경쟁상황에서는 물리적 속성의 우월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때는 소모적 속성 차별화의 경쟁에서 탈피해 고객의 감성을 만족시키는 접근으로 경쟁 우위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 클럽메드가 성공한 이유도 원스톱 패키지 바캉스라는 새로운 개념의 상품서비스를 가장 먼저 제공했을 뿐 아니라, 그런 패키지형 바캉스가 줄 수 있는 비인간적인 느낌, 획일적이고 형식적 서비스를 뛰어 넘는 감성의 만족을 지속적으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바캉스조차도 브랜드의 각축장이 되었다. 클럽메드의 성공이 눈부시다 하지만, 동남아 지역을 비롯한 전세계 휴양지 리조트들 역시 무시 못할 고객 서비스로 무장한 채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오늘은 클럽메드와 사랑에 빠졌던 고객이 내일은 다른 리조트에서 행복한 한숨을 쉴 지 모른다. 클럽메드의 성공은 내일의 성공을 보증하지 않는다. 단지 지금까지 잘해 왔다는 의미일 뿐. 내일도 더 먼 미래도 성공한 브랜드로 남으려면 클럽메드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할까? 바로 고객을 더 많이, 더 잘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의 마음의 빗장을 살짝 풀어 놓고 지구상의 클럽메드 빌리지가 진짜 이웃마을이 되게 만드는 것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