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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May 29. 2019

타겟팅, 실패가 아니라 포기가 문제

잡은 물고기, 잡고싶은 물고기

사업의 초기에 설정한 타겟고객이 맞으면 좋지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고객을 철저히 조사하고 거기 맞춰서 제품서비스를 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거나 오해하는 부분은 존재하기 마련.

내가 기대한 고객군과 다른 사람들이 슬금슬금 내 고객 데이터에 쌓이기 시작하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직 초기라서 다양한 유형의 고객들이 트라이를 해 보나보다이다. 사업 초반에 명확한 타겟팅이 되는 경우보다 아닌 경우가 많아서 필히 여러 유형이 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게 타겟과 다른 사람도 들어오네? 하고 있다가 조금만 더 쌓이면 유형이 짐작되기 시작한다.

소 뒷발에 쥐 잡기로 생각치 않았던 좋은-여러가지 의미로-고객들이 잡히면 기쁘지만 반대의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고객들은 솔직히 별로다, 또는 내 고객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는 그들 대신 내가 원했던 고객을 끌어들어여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쉽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이미 모인 고객 데이터를 유의미한 규모로 보기 어려운 걸로 치부해 버린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않든 내 제품서비스 구매가 일어난 고객들은 내 고객이다. 원치 않는 고객군을 선별해 내고, 진짜 타겟을 끌어들이겠단 생각을 하는것을 뭐라 하기는 어렵다. 명확한 타겟팅은 실제 시장에서 반응이 오기 전까지는 머리 속 생각에 불과하다. 시장에서 반응이 오는걸 보고 타겟팅이 잘 됐다 아니다 판단할 수 있다.
명품브랜드들은 끊임없이 고객군을 조정하고 관리한다. 예를 들어 버버리는 한때 원치 않는 고객들을 방치했다가 명품이미지를 다 깎아먹고 브랜드가 망할 위기까지 갔다. 소위 차브Chav족이라는 도시의 하류층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고 많이 사용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그런데 고객군을 계속 확인하고 조정하려면 꽤나 많은 리소스가 든다. 이미 잘 구매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와서 무엇때문에 구매가 됐는지 알아내서 그 길목을 막고 오퍼를 중단해야 한다. 가격을 올리거나 접근성을 나쁘게 만들어서 구매기회 자체를 없애버리기도 한다. 그 과정에 드는 시간과 노력은 새로운 타겟을 발굴하는것 이상으로 힘이 든다. 그들에게 영향을 받은 비슷한 사람들의 접근은 계속 이어지고, 원하지 않는 고객은 받지 않는다는 방침은 자칫 사회적 차별이란 인식을 만들어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고객군 조정은 아주 조심스럽게 끊임없이 진행된다.

보통의 대중을 위한 브랜드, 자영업자나 스타트업의 경우 타겟팅이 틀렸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문제다. 이미 구매해서 잘 사용하는 고객을 없애버리면 당장 먹고 살 일이 감감하다. 과연 내 손에 들어온 고객들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힘들지라도 다시 타겟팅을 할 것인가? 결정해야 하는데 으례 일단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어쨌든 매출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리고 해야하는 일은 구매고객 분석이다. 어떤 경로와 메시지로 우리 고객이 됐는지 알아내고 행동패턴 분석을 한다. 더 어필할 만한 제품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하고, 과정의 문제나 어려움을 제거해 더 나은 고객경험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내가 몰랐던 고객이기 때문에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 새로운 고객스터디를 부지런히 해야 일단 잡은 물고기를 안 놓치고 비슷한 물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다.

안타까운 경우는 이미 내 브랜드에 온 고객들을 어떤 이유에서든 인정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내가 원한 고객이 아니니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지만 신경쓰지 않고 내버려둔다. 그러면 그 사람들에게서 발생하던 매출도 슬금슬금 사라진다. 이러면 내가 원하는 고객은 오지 않고, 어쨌거나 내게 온 고객들은 잃으면서 마케팅 비용과 에너지를 계속 투자하니 손해는 점점 커진다. 돈 뿐만 아니라 시간 역시 중요한 자원이라, 현재 고객들을 붙잡을 시간을 흘려보내고 원하던 고객에게는 닿지 못하니 경쟁사들에게 점점 자리를 뺏긴다. 결국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일단 내게 온 고객들은 소중하다. 원치 않아도 그 타겟군에 무언가 어필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는 제품서비스 조정을 하면 된다. 그 고객들을 통해 시장의 다이나믹스를 더 확인할 수도 있고, 의외로 수익성 높고 더 큰 규모의 시장을 짚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면 내가 원했던 고객은 포기해야 하는가?
그럴리가 없다. 내 제품서비스로는 원하는 타겟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고객 공부를 새로 해서 준비하면 된다. 그를 위한 비용은 얼떨결이지만 확보한 고객들이 벌어다 주고 있으니 덜 쪼들리며 시간도 벌 수 있다.


모든 제품서비스에는 각각의 고객군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처음 설계와 다르다고 나쁜 제품은 아니고, 시장에 내 비즈니스를 계속 맞춰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생존의 1번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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