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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Sep 05. 2020

구조의 변화는 어둠처럼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 변화에 대비하기 어려운 이유

구조의 변화는 좀처럼 눈치채기 어렵다.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어느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어느새 해가 졌다고 느끼는것처럼 이미 발생해서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에야 모두가 알아차리고 당황해 한다.


또한 감지했다 하더라도 기업 운영의 관점, 전략을 근본부터 바꿔야 해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거시적 변화를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말은 듣기에 좋지만 사실 거의 불가능한게 현실이다.

그런데 위험, 리스크가 처음부터 위험으로 발생하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닌 것들이 상황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업에 위험으로 닥쳐오는 것이다.

단순한 제품 라인업과 단순한 고객군으로 수익이 최대화되는 상황에 있었다가도 고객군의 변화나 경쟁제품의 더 나은 라인업으로 순식간에 회사가 쪼그라들기도 한다.

왜 고객 니즈가 변화할거라 예상하지 못했는지, 새롭고 더 나은 제품을 더 좋아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지, 새로운 고객에게 맞는 영업방식을 개발하고 인력을 충원하지 못했는지 등등, 사건이 일어나고 나면 갑론을박 말이 많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려 정신없어진다.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기 전엔 최상의 수익구조를 가진, 최대 효율적 구조임을 자타가 공인하며 승승장구했을테지만, 그게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순진함 또는 게으름의 대가는 대체로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대응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여력이 되는 기업은 전략부서 혹은 전략담당을 둔다. 전략부서의 일 중 중요한 것이 바로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한 전략,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전략기획이라하면 멋지게 들리는데 결국 보이지 않는 위협, 감지되지 않는 진동을 예측해 시나리오를 세우는 것이고, 그 와중에 나오는 용어들이 ‘체질개선’, ‘구조개선, ‘혁신’ 등이다. 이런 용어들은 기업의 변화 의지를 천명하는 좋은 수사이지만 실제 그렇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기업이 어떻게 변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경우 성공케이스 분석과 자사 역량 평가를 가장 먼저 하는데, 드러난 성공 요인은 어느 정도의 자원을 투입하면 거의 복제가능한 반면, 내부 역량의 엄정한 평가와 핵심역량 재정의, 인력구조 재편과 수급은 온전히 조직의 힘과 경험, 혁신과 변화의 드라이빙 포스가 좌우하므로 내부의 혁신에 제동이 걸리면 잘 되어야 절름발이 혁신, 반쪽의 성공이고 대체로는 실패한다.


알다시피 실패가 넘쳐나는게 현실이고 성공 케이스는 네잎 클로버보다 드물다보니 그 똑똑한 사람들이 여럿 모여도 안되는 일이라니 어휴.. 하고 미리 포기하려는 마음이 생길 수 있는데 그래도 멋지게 변화에 성공했다고 소개되는 기업이나 브랜드가 있으니 너무 빠른 포기는 금물이다. 안되는건 아니니까, 단지 어려울뿐.


변화에 성공하는 곳은 내부의 혁신이 이뤄지고 외부적 상황 조성과 자원투입을 통한 비효율 제거와 참신한 조직운영의 방식이 창출된다. 좋은 말로 내부 혁신인데 주로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거나 새로운 일을 하게 되거나 하는 구조조정이 뒤따른다. 구조의 변화를 하려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것은 필연적이다.


문제는 백이면 백의 확률로 안정된 조직에서 구조변화를 외치는 사람들은 쓸데없는데 돈과 인력을 낭비하려는 몽상가 취급을 받거나 어떻게든 이슈를 만들어 한 자리 하려는 야심가로 비난 받는다.

이미 눈에 보이면 대비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고, 눈에 보이지 않으니 대비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펴는 기득권 그룹에 부딪히는데 저 논리는 결국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말을 똑똑한척 하는 헛소리로 하는것이다. 상대보다 훨씬 뛰어난 자신의 능력과 경험, 직감으로 위험이 실재하거나 닥쳐온다는 걸 알 수 없는데 무슨 소리냐는 오만한 멍청함이 내부 세력의 대세라면 아무리 선구안이 있어도 단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변화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오너들이나 오너의 뒷배가 확실한 경영자만이 내부의 혁신을 바탕으로 전체 구조의 혁신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래서 모든 것은 경영자, 우리나라는 특히 오너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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