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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Sep 27. 2020

문제해결의 첫단추, 원인 분석

garbage in garbage out

오전에 골목식당을 우연히 보다가 뒷목 잡고 넘어질뻔 했다.
분식집인데 장사가 안돼서 시장조사를 시켰더니 가격을 올리거나 비싼 아이템을 추가하겠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백대표가 ㄸ 씹은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장사가 안되는데, 가격을 올린다는 답을 하면 생각을 잘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장은 오히려 본인이 답답하다는 듯,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런데 다음이 정말 재밌었다.
백대표가 답답함을 꿀꺽 삼키고 다시 물었다.
장사가 안된다는게 1) 손님이 적어서 매출이 작으니 손님이 더 많아지는걸 바라냐, 2) 손님은 적당한데 매출이 적다는 뜻이냐?
사장은 1이라고 했다. 손님이 적어서 매출도 적다는 것. 그래서 또 묻는다.
손님을 더 많이 오게 해야 하는데 현재랑 똑같은 품목을 하면서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더 오겠냐? 지금도 안나가는 아이템이 비싸지면 팔리겠냐?
그리고 시장조사 해 본 가게들은 어땠냐? 이건 입지, 유동인구 등 시장환경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사장은 취급하는 아이템으로 알아듣고 차이가 없다고 했다. 살짝 곁가지로 빠져서 많은 경우 이런 질문을 던지면 제품서비스만으로 판단한다. 비즈니스 환경 분석에 대해서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질문을 입지와 유동인구, 즉 환경이 어땠냐고 다시 물어보니 방문해 본 가게들이 위치한 곳들은 훨씬 사람도 많고 입지도 좋았다고 하니, 여기는 오가는 사람도 적은데 무작정 가격을 올리면 되냐?고 다시 물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특정 품목이 안팔리는데 왜 그 품목 가격을 올리려하냐, 그리고 더 비싼 물건을 가져다가 팔면 가짓수가 늘어나는데 지금도 안팔리고 있는 것들은 어쩔거며 가짓수 늘면 관리가 더 어려워지는데 그건 또 어쩔거냐 물어 보니 사장은 고구마 백개먹은 표정에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백종원대표가 분식집 사장에게 화를 누르고 질문을 하며 답을 끌어낸 과정이 바로 코칭이다. 문제 정의를 못하는 경영자에게 올바르게 문제를 정의하도록 논리적으로 정리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생각해서 답을 하게 만든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질문과 답을 하는 과정을 통해 본인이 착각, 오해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렇게 문제 정의를 제대로 하고 나면 훨씬 겸허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싫거나 내키지 않는 해결책이라 할 지라도 수용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매출이 안나온다는 것은 결과적 현상이다. 어쩌지?? 라고 하며 가격을 낮추거나, 물량을 더 주거나, 알아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제품서비스 스펙을 바꾼다. 사실 그런 대책은 언제라도 쓸 수 있다. 원인을 어렴풋이라도 짐작한 다음에 써야 한다. 그 어렴풋한 짐작을 위해서는 복잡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살짝 접어두고 왜 매출이 안나오는지를 찾아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1) 비싼 것을 사는데 사용자나 구매자가 적은지 2) 구매자는 많은데 한번만 사고 떠나거나 아주 저렴한 것만 시도해 보고 떠나는지.
만약 1번이라면 원인이 외부적, 환경적(코로나, 유동인구 적은 입지 등)인지 내부적인지(이순신장군 스타일 경영-아무도 그 집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판단하면 된다.
2번이라면 내 아이템의 차별점이 없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 또는 비즈니스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스타트업이던 창업이던 이 분식집이랑 똑같다. 문제의 정의가 틀리니 답이 엉뚱하게 나올 수 밖에 없다. Garbage in garbage out은 데이터 분석에만 해당되는 금언이 아니다.

올바른 문제의 정의는 해결의 핵심이다. 만약 본인의 비즈니스가 난관에 봉착해 있다면 반드시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시청할 것을 권유한다. 특히 백대표가 문제점을 짚어내는 방식, 관점을 꼼꼼히 보고 현재 처한 상황을 대입해 보면 거의 대부분 문제의 원인 정도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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