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브리프 혹은 마케팅 브리프에 대한 모든 것
마케팅 기획안, 브리프(Brief)란 무엇인가
브리프(Brief) 혹은 마케팅 브리프는 마케터가 외주 파트너들에게 진행되는 프로젝트, 업무에서 추가적으로 발생하거나, 중요도가 비교적 높은 일들에 대해 개요와 범위를 알려주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다. 주로 광고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들과 작업할 때 관련 상황과 희망 결과물, 예산과 일정 등을 적어 전달하므로 크리에이티브 브리프, 광고 브리프로 부르기도 한다. 마케팅의 많은 업무가 광고와 디자인 등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상황과 이슈에 맞는 가이드가 각기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브리프를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협의의 크리에이티브 브리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의 업무 전반에서 해당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도구로서의 문서를 의미하여 마케팅 브리프라 한다. 즉, 기존의 광고 브리프, 디자인 브리프에 더해 리서치 브리프, 캠페인 브리프 등 모든 마케팅 성과 창출을 위한 과업 지시서인데, 연간 마케팅 계획이나, 대형 캠페인 기획서가 아닌 작은 규모의 액션 플랜들을 정리한 문서라고 하면 정확하다.
브리프와 RFP
RFP(Request for proposal)는 발주자가 특정 과제의 수행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제시한 문서로써, 제안자가 제안서를 작성하는데 꼭 필요하다. RFP에는 해당 과제의 제목, 목적 및 목표, 내용, 기대성과, 수행기간, 예산, 참가자격, 제출서류 목록, 요구사항, 제안서 목차, 평가 기준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RFP가 외주 프로젝트의 시작점에서 외주 파트너를 결정하는데 사용되는 포괄적인 문서라면, 브리프는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파트너들과 업무를 진행할 때 사용하는 문서다. 보통 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몇 군데 공개 입찰을 받거나 할 때, RFP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시장 전반 상황, 해당 회사에 대한 개요, 프로젝트 개요와 일정 등을 설명하는데 반해, 브리프는 시장상황이나 회사에 대한 설명, 전략 등은 제외되고, 주로 과업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정보가 제공된다.
브리프, 왜 중요한가
모든 일은 계획과 실행, 평가의 사이클로 진행된다. PLAN – DO – SEE 라는 가장 단순한 일의 프로세스에서 브리프는 PLAN의 실체적 증거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언제, 얼마만큼 하겠다, 그래서 무엇이 달성된다는 소위 스토리라인이 브리프 안에 존재하고, 그것을 가지고 관련 부서나 외부 파트너들은 마케터가 원한 성과를 만들 수 있는 과정을 구체화시켜 나간다.
브리프에 담긴 많은 정보들은 중간중간 초점이 흐려지거나, 상황이 복잡해 지거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비용이 꽤 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브리프에 쓰여진 예산 범위를 점검하고, 활용할 채널을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어떤 고객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지 확인해서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중간에서 모든 일들에 대한 조정을 해주다 보니, 각 부문에 동일한 성공의 이미지가 전달되었는지, 각각의 업무를 진행시키는 속도와 중요 동인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서로에게 이해시키며 속도를 맞추는 일을 해야 할 때가 많다. 그 일을 하기 위한 일종의 원칙, 북극성 지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그게 쓰여진 문서가 브리프다.
브리프, 누가 써야 하는가
브리프는 마케터로 하여금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도구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브리프는 프로젝트, 캠페인, 무엇이든 무조건 그 일을 할 마케터 본인이 써야 한다. 브랜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고, 브랜드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장본인이며, 브랜드가 가진 한계나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표를 누군가 대신 달성해 줄 수 없다는 상식에 동의한다면, 당연히 브리프는 본인이 작성해야 한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이 쉽지 않다. 만약 디자이너가 데이터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의 회의실에 5분 정도 앉아 있어본다면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보다 모르는 단어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새로운 에이전시들이나, 새로운 파트너들을 만날 때 마다 느꼈던 어려움이 특정 분야 전문용어였다. 어떤 분야든 각자의 영역에 충실해 일하다 보면 점점 해당 분야의 용어에 몰두하고 의식없이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서로 협력해 하나의 결과물,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할 구성원들에게 그리고 그 일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마케터에게 불통이라는 문제를 가져온다. 언어가 통일되지 않으면 일을 해 낼 수가 없기에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을 모아서 일을 해야 하는 마케터로서는 기획자의 역할에 더불어 소통자의 역할이 필수적이 된다. Are we on the same page?라고 할 때, 각자의 전문분야도 언어도 다르지만 모두가 Yes! 라고 대답할 수 있게 만드는 문서가 브리프라면 모든 언어를 이해해서 유니버설 랭귀지로 만들고 이해시킬 책임을 진 사람인 마케터가 브리프를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왜 굳이 문서로 작성해야 하는지 의문일 수 있다. 문서는 불필요한 일의 동의어처럼 되어 버렸지만, 여전히 가장 객관적이고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의사전달수단이다. 만약 마케터가 당면한 상황, 브랜드의 현황과 목표, 관련 파트너들의 특수성과 상황을 말로 전달해 주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면 아무 일도 원하는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간단한 내용이라도 듣는 사람의 상황과 가치관, 이해수준에 따라 받아들이는 양상은 천차만별이다.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표현은 정말로 약간의 어려움일 수도 있지만,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수사적 표현일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조금이라도 정보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면 구두로 들은 것만으로 기억해서 길든 짧든 일정 기간 계속 유지시키며 활용해 나가기란 불가능하다.
이 세상의 어떤 말도 발화된 그 순간, 화자의 의도 그대로 상대에게 전달되어 박제되듯 남지 않는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치기준과 경험은 상대의 말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발화자의 뜻과 다른 내용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대행사가 가져온 결과물을 보고 이게 뭐에요? 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면, 자신의 의도와 상황을 가장 객관적인 형태로 기록하고, 기록에 기반하여 설명하는 것이 최선이다.
어떻게 써야 하나
1)제목 및 배경설명
브리프를 받을 사람이 무엇을 위한 문서인지 단번에 알 수 있게 하는 제목과 브리프의 의도를 전달하는 요약문을 가장 먼저 작성한다. 예를 들어 제목이 6개월 이상 휴면 고객 활성화 캠페인이라면 배경 설명에는 왜 그 고객들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는 식으로 작성된다.
모든 문서에는 WHY, 존재 이유가 있고, 그것은 문서의 첫머리에서 설명되어야 한다. 브리프의 WHY가 바로 이 부분인데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대충 쓰는 경향이 있다. 읽어보면 제목과 배경설명, 목표와 방법이 일목요연하게 이어지지 않는 브리프들이 상당히 많은데,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울 생각을 하지 않고 중간 단추, 즉 무엇을 할 지에만 집중해서 쓰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다.
이 부분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브리프를 보내고도, 브리프로 실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할 때도 끊임없이 이거 왜 하죠? 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모든 일의 WHY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으면 HOW, WHAT이 아무리 잘 설계되고 설명되어도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발생한다. 일의 WHY에 해당하는 이 부분을 굳이 길게 쓸 필요는 없지만, 누구나 보고 동의할 수 있게 작성해야 한다.
2)목표 설정
마케팅 활동, 업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작성한다. 이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비즈니스 지표를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업무가 성공하면 어떤 성과를 얻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정해 놓은 뒤, 해당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 당초 세운 목표와 비교해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파악하면, 성공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목표는 반드시 측정가능 하도록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신제품 런칭 자체가 목표일 수도 있는데, 이럴 때는 언제라는 시기가 목표가 된다. 만약 성공적 런칭이라고 목표를 세우면 성공의 정의가 무엇인지 규명해 놓아야 한다. 런칭하기로 한 시점에 런칭을 하면 성공일 수 도 있고, 런칭을 해서 1개월 내 Trial 고객 수를 얼마 달성하면 성공이라고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모호한 단어로 선언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면 아무것도 확실히 달성할 수 없다. 최대한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안배할 수 있다.
3)대상 구체화
마케팅의 타겟은 매번 달라질 수도 있고, 이미 결정되어 있는 브랜드의 타겟이라면 동일하게 유지될 수 있다. 브리프를 쓰는 마케팅 활동의 경우 특정 지표의 개선이나 특정 고객의 특정 채널에서의 전환 개선 등과 같이 아주 구체적으로 결과를 상정해서 시행하는 것이므로 목표 타겟군을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타겟 프로파일 그대로 사용하면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
무슨 말인가 하면 “30대 미혼 남성으로, OTT 서비스를 3개 이상 사용하는 영상 헤비유저”와 같은 식이다. 보통 브랜드 타겟은 이렇게 넓고 포괄적이고 모호하게 규정된다. 비즈니스의 성장을 감안해서 타겟을 잡기 때문이다. 30대의 영상을 많이 보는 남자라는 설명보다는 상당히 좁혀 놓은 것이라 볼 수도 있지만 세부적인 마케팅 활동을 하기에는 여전히 특정화 되지 않는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려면 타겟 역시 구체적으로 세분화 해야 한다는 의미다. 브랜드나 회사가 정해 놓은 포괄적 타겟 프로파일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보다 좁게 세분화한 타겟 세그먼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위의 타겟을 더 좁힌다면, 이렇게 될 수 있다.
- 30~35세의 미혼 남자로서, 월 가처분 소득이 300만원 이상
- 대중교통으로 편도 1시간이 걸리는 직장에 출퇴근
- 유튜브,와차,웨이브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고 하루 영상 시청 시간이 2시간 이상,
- 출퇴근 중 OTT서비스로 게임, 스포츠 경기를 시청
- 주말과 휴일에 블록버스터 위주의 영화 시청을 위해 향후 3개월 내에 OTT 서비스를 1~2개 더 구독할 의향 보유
이런 식으로 구체화 해 나가면서 고객 접점까지 정리해 두면 마케팅 활동을 위한 적합 채널과 방법을 찾고 활용할 수 있다. 나이, 성별, 소득 수준, 혼인 여부, 교육 수준과 같은 인구통계적 정보 뿐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정보를 반드시 넣어 마케팅의 목표 대상을 최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만든다.
만약 잠재고객 대상 마케팅이라면 원하는 타겟군이 가치를 두고, 관심을 가지고,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즉, 마케팅 타겟의 프로파일에 대한 질문에 가능한 구체적이고 꼼꼼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정리해 놓는다.
4)Tone & Manner 결정
우리의 고객들 혹은 잠재고객들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접하는 다양한 매개체들, 혹은 제작물들이 어떤 느낌을 전달하게 될 것인지를 결정해 주어야 하는데, 보통은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따른다. 브랜드 가이드라인에 의해 메시지 톤과 어조를 맞추면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고, 원하는 특정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대상 고객들에게 전달할 메시지나 이미지의 분위기가 어때야 한다는 것은 브랜드의 큰 가이드라인 안에서 변경되지 않는다. 만약 특별한 이슈로 전달하는 분위기나 뉘앙스가 달라져야 한다면 기존 브랜드 가이드라인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면서 목적을 전달할 수 있을지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하는 결과물의 분위기, 느낌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할 때 레퍼런스를 많이 사용하는데 레퍼런스는 말 그대로 참고일 뿐, 레퍼런스 그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간혹 스타트업들의 경우는 브랜드 가이드라인이 없거나, 있어도 계속 바뀌거나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 해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어떤 톤앤 매너가 우리 브랜드에 맞는지를 브리프를 쓸 때마다 바꾸는 것은 곤란하다.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어떤 연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인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그에 맞춰 가는 것도 가이드라인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아쉽지만 임시방편으로 해 볼 수 있다.
브랜드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상대방에게 제공하거나, 찾을 수 있는 링크나 사이트를 안내해 주는 것이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된다.
5)예산
전체 예산은 정확하지 않더라도 표기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연간 계약 규모 및 범위 내에서 진행되는 일이라면 굳이 해당 건의 예산을 적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진행된 규모를 벗어나는 경우는 예산을 명기해 주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막을 수도 있고 일에 대한 규모와 진행 양상을 미리 가늠할 수 있어 좋다.
또한 예산 활용 방안에서 특이점이 있을 경우는 그 역시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온오프라인 통합 캠페인이지만 특별히 오프라인에 예산을 보다 더 사용해야 한다면 이유와 함께 예산 활용 비율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제시해 주어야 혼란없이 계획 수립이 되고 실행이 가능하다.
6)타임라인
업무는 데드라인이 있어서 완료된다. 타임라인을 미리 설정해 놓으면 팀이 업무를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다. 시작일과 마감일을 정한 뒤, 그 사이에 중요한 과정을 점검해야 하거나, 중간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 날짜를 설정한다. 명확하게 데드라인이 부여되지 않고 몇 주, 몇 달과 같은 식으로 데드라인을 모호하게 설정해 놓으면 갑자기 빨리 끝내야 하거나, 무한정 업무가 지연된다. 관련 부서들과 외부 파트너들이 그 일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각자의 업무와 주요 일정들이 있다는 점을 고러해야 한다.
특히 단계별 중요한 마감일을 파악하면 모든 이해관계자가 자신의 업무가 얼마나 소요될지 감을 잡을 수 있어 마감일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일정이 충돌되면 확인이 가능해 전체 업무의 일정 관리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전체 타임라인과 각 단계별 마감일은 최대한 명확하게 지정해야 한다.
한편, 업무가 진행되면서 일정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마케팅이 리드하는 회사의 경우, 거의 전적으로 마케팅의 결정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에서 결정을 해 주지 않아서 시작을 못 하고 있다거나, 진행을 못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타임라인과 마일스톤을 정하는 것과 그것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어떤 단계가 완료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점검할 수 있도록 일정을 감안해 타임라인을 세우는 것도 중요한데, 일정을 빠듯하게 짜는 경우 조정, 점검 시간을 고려하지 않음으로 결론적으로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브리프는 짧을수록 좋다
브리프는 말 그대로 brief, 짧을수록 좋고, 짧고 간명하게 전달할 핵심이 들어가 있는 것이 좋다. 좋은 과업지시서는 2C를 갖고 있다. 최대한 중요 내용만(Compact) 모두 다루면(Comprehensive) 된다. 즉, 길지 않아도 된다.
브리프를 받아 일을 하게 될 상대가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을 단시간 내에 파악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미사여구나 아름다운 사진, 이미지 등으로 꾸며서 멋지고 거대한 자랑거리로 만들려는 것은 목적에 맞지 않다. 특히 에이전시라 불리는 외주 파트너들은 항상 바쁘고 시간에 쫓긴다. 광고주, 고객사의 요청은 급작스럽고, 마감 기한은 짧다. 복잡한 브리프를 받으면 별도의 요약시간을 가지거나, 불명확한 부분을 정리해야 하는 과정을 한번 더 거쳐야 하므로 파트너들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원하는 결과물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 파트너들, 에이전시들은 광고주 혹은 고객사를 존중하지 않게 된다. 소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라는 이야기를 뒷담화로 하게 되는 것이다.
리뷰는 필수
브리프라서가 아니라 모든 문서는 작성 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빠진 것이 없는지, 중복된 내용은 없는지, 불필요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은지, 부가 자료가 필요한 것인지를 확인하고, 레퍼런스와 같이 참고하면 좋을 것들을 함께 챙겨보는 일이 리뷰 단계에서 일어난다. 리뷰의 원칙은 아래 3가지 정도로 본다.
1)전략과의 연계성
사업 전략, 브랜드 전략, 마케팅 연간 전략, 타겟 전략과 같은 상위의 전략과 브리프의 방향성이 어긋나지 않았는지 판단한다. 규모 큰 전략들의 방향성과 특이사항은 마케팅 뿐만이 아니라 회사 전반에서 일종의 리트머스, 판단 기준으로서 활용된다. 전략의 실행 방안으로 세부적 계획들이 따르는데, 상황에 따라서 세부 실행계획들은 폐기되기도 하고, 수정되기도 하고, 갑자기 발생하기도 한다. 상황에 맞게 기민하게 활용하는 것이 실행계획인만큼 전략의 방향성에 연계하여, 전략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세부 목표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브랜드 고급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라는 전략 목표가 있다면 그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하이엔드 제품을 출시할 수도 있지만, 브랜드의 접점에서 VIP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에 중점을 둔 VIP 프로모션을 하기로 실행계획을 수립해 놓았지만 코로나와 같은 판데믹으로 오프라인이 어려워 진다면 어떤 방식으로 고급화를 추진할 것인지 새로운 실행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새로운 계획이 브랜드 고급화라는 전략에 맞는지를 점검해 보면 되는 것이다.
2)MECE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 상호배제와 전체포괄)는 전략 문서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인데 모든 필요한 정보가 다 있으면서 중복되는 것이 없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브리프가 담아야 할 내용들이 다 담겨 있어 받는 사람이 추가 정보를 요청할 일이 없어야 하고, 불필요하게 중복되어 혼란을 만들거나, 문서를 복잡하고 길게 만들어 이해를 어렵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 물론, 충분히 MECE 하다고 판단해도 항상 추가질문이 있고, 오해도 발생하지만, 최소한 이 과정을 통해 내용적으로 최대한 충실하고 경제적인 문서를 만들 수는 있다.
3)do’s & don’ts 판단 가능
브리프를 받아 파트너 에이전시가 일을 할 때, 모든 우발적 상황에서도 맞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백 점 짜리 브리프가 된다. 물론 그런 일은 거의 없고, 마케터에게 질문을 하겠지만, 최소한 특정 상황 발생시 마케터로부터 결정을 받더라도 어느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도는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대상 프로모션을 기획하는데, 타겟 고객의 규모가 너무 적을 경우, 어느 수준으로 확대해서 진행할 것인지는 당연히 마케터와 상의하고 결정을 받아야 한다. 해당 고객이 몇 명이면 적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가이드, 혹은 답이 브리프에 안내되어 있어야 한다. 1만명이라도 적을 수 있고, 1백명이라도 충분할 수 있다. 3040 여성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대상 인원의 10%에게 리치하는 캠페인을 기획하는 경우, 1만명이라는 숫자는 적을 수 있지만, 초고가의 가전제품을 구매한 VVIP 고객대상 감사 이벤트를 한다면 1백명은 충분한 숫자일 수 있다. 브리프를 쓴 이유, 달성하려는 목표를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쓴다면 어떤 일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하고, 의사결정을 받아야 할 일인지 구분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생각정리의 성공적 결과물, 브리프
위에 적은 것들을 다 고려해서 짧은 브리프를 써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브리프는 일을 하기 위한 지시서이고, 판단기준이다. 지시를 하고 판단기준을 정하는 일은 결코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니며, 하나의 결정이 가져올 핵폭탄 같은 불상사를 막아줄 수도, 없던 문제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수 많은 이메일과 전화, 화상 혹은 오프라인 미팅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없애고 바로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고민해서 브리프를 써야 하는가라는 의문은 불필요 한 것이 아닐까. 보기에 간단하고 좋은 것들은 대체로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나온 것들이다. 브리프 역시 다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