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디요스데로스템플라리오스-사아군

7/1 20일차

by 크리스탈

아침 4.5

케익 2.4

숙소 5.0

저녁 15.0

빨래 2.5

색 12.0

물 1.0


7월 첫날. 어제 숙소에서 머리가 너무 아프고 몸이 다운돼서 앙드레에게 신세한탄을 한참 하고 방에 돌아와 쉬었는데 다행인지 오늘 아침 몸이 훨씬 가벼운 느낌. 가방이 가볍다는 생각으로 잘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마음먹은 대로 12킬로만 가기로 하고 사아군까지 걸었다.


걷다가 문득 어제 앙드레와 대화 중 한마디에 꽂혀 생각하다 결론에 이르렀다. 자신을 인정하라.

내가 이 길을 온 이유가 자랑하고 싶고 잘난 체 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고 앙드레에게 말했었다. 그런데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런 인간인 것이다. 잘난 체 하고 싶고, 돋보이고 싶어 보통 여행이 아닌 순례길을 오는 사람이 나란 인간인데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주위의 찬사나 칭찬을 즐기면 안 되는가? 어차피 그 욕망을 자제할 수도 없고 계속 그런 행동을 해 왔고 앞으로도 할 텐데. 그게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라면 나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정신 건강상 좋을 텐데 그걸 인정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부정하려고 애써 왔음을 깨달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자 억지로 붙잡고 있던 끈이 하나 터지는 느낌. 내 얼굴을 팽팽하게 붙들어 매고 있던 끈을 풀어버린 거 같은 것이 편하다. 이제 훨씬 덜 팽팽하고 무결하지 않은 훨씬 더 세속적인 얼굴을 가지게 되겠지만 그래도 인정하고 살면 괴로울 일은 줄겠지.


사아군 가는 길 마을에서 미현을 만났다. 그리고 알베르게 도착해서 짐 정리를 다시 한 뒤 우체국에 짐 붙이러 갔다. 우체국 직원은 매우 익숙하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알아서 다 쓰고 뭘 하더니 산티아고 우체국으로 짐을 보내주었다. 짐을 싼 박스까지 포함해 총 1.7kg! 이 무게를 15,000원으로 덜었다 생각하니 참 기쁜 것이었다! 7/16까진 무조건 짐 찾아야 하지만 그건 가능할테니.


내일은 기차를 타고 레온에 가기로 했다. 미현은 계속 걷겠다고 해서, 레온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아무래도 아슬아슬한 상태인 발을 좀 쉬게 해 줘야 한다. 레온에서 하루 더 머물지는 가서 생각하고. 알베르게도 안 가고 호스탈 정도 가서 혼자 쉬어야지. 너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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