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세바돈-폰페르라다

7/6 25일차

by 크리스탈

아침 3.5

주스 1.7

점심 13.3

숙소 6.0

빨래 2.0



엄청난 안개, 10미터 앞이 안보였다.

3시간 동안 아무것도 없이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완전 피곤. 겨우 10시인데 나머지 길이 걱정된다. 18킬로 정도 남았는데 안개가 계속되면 걷기 힘든데..

철십자가는 덧없이 장대에 십자가 하나 달려 있었다. 다들 올라가 사진을 찍는데 별 감흥이 없고.

이 길은 특별히 파리가 많아서 모두의 머리 위로 어마어마한 파리떼가 윙윙거리며 따라다녀서 다들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걸었다. 자기 머리 위의 파리는 못 보고.. 남의 허물은 못 보는 게 사람이구나 싶어 우습기도 했지만 파리떼의 어택은 너무나 강력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세레나와 파올로와 함께 출발했다가 파올로가 힘들어해서 그들을 두고 먼저 내려왔다. 두 번째 마을에서 화장실을 못 가고 가는 길에서 실례를.. 순례 와서 길에서 큰 걸 본건 세 번쯤 되는 듯. 아마 한번 더 하면 순례길이 끝나겠지. 역시 물을 많이 마시되 전날 많이 마셔야 하는 듯. 내게 이 길의 가장 큰 위협은 더위도 배고픔도 물집도 아닌 화장실.


몰리나세카에서 참치와 페퍼로니만으로 이뤄진 샐러드에 맥주 한잔으로 점심을 먹고 한 시간 반쯤 걸어 폰페르라다에 왔다. 책에 쓰인 대로 길이 정확해서 바로 알베르게 앞에 도착!

웬걸 거기서 또 세레나와 파올로를 만났다. 그것도 바로 옆 침대-어제와 똑같이!

마침 오늘 폰페르라다 성 관람이 무료라 해서 세레나가 함께 성 구경을 가자 해서 따라나섰다. 비가 부슬부슬 오고, 발도 아프고 적당히 보고 돌아가는데 파올로가 알베르게 밖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밥때 됐는데 안 와서 찾으러 가려던 참이었다고. 엄마같이 걱정하는 얼굴로 서 있어서 세레나와 둘이 막 웃었다.

파올로가 파스타를 해 줘서 셋이 저녁 먹었고 알베르게 앞 바에 가서 커피까지 사줬다. 이렇게 친절한 외국인은 처음이다. 어제 폰세바돈 알베르게에서 만났을 때 세레나가 내게 먼저 말을 건냈던 것이야 그러려니 했는데 오늘 식사와 커피 등은 의외였다. 이태리인이 다 오지랖 넓고 그런거 아닌데 말이지..

파올로는 영어를 조금 하긴 하는데 잘 못하고 세레나가 주로 통역을 해 준다. 세레나는 자기들은 애인관계가 아니라고 매우 명확하게 말해 줬다. 왠지 그녀가 아쉬워하는 느낌이었지만 아니라니 아닌가 보다 할 뿐.

어쩌면 이들과 앞으로 쭉 함께 걸을 것 같은 느낌. 미현과 헤어지고 며칠 되지 않아 또 친구가 생겼다. 신기한 것이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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