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페르라다-비야프랑카델비에르소

7/7 26일차

by 크리스탈

아침 2.3

잡화 1.5

초봉헌 0.1

간식 2.1

점심 8.0

숙소 8.0

식품 및 잡화 13.31


Pieros 가는 길에 있는 바에서 사발면을 봄! 무려 3유로! 1500원짜리 사발면이 4000원이라니.. 사실 사고 싶었다.. 하지만 참기로 하고 바나나와 커피만으로 허기 해결하고 비야프랑카 겨우 도착

카페에서 점심 먹는데 햄버거가 너무 맛이 없어서 초딩같은 내 입맛 문제인지 원래 맛이 없는 게 맞는 건지 헷갈리며 남겼다. 이제 햄버거는 미국이랑 우리나라에서만 먹기로.

가려고 하는 알베르게는 매우 멀고 - 이 동네 끝자락이자 순례길 초입 - 다 찼으면 여기 플라자 마요르 근처로 돌아와야 할판. 난 운이 좋으니까 괜찮겠지?

덥다.. 세레나와 파올로는 먼저 출발해 먼저 도착했을 텐데. 무니시팔 갔을래나? 짧은 인연 반가웠고 고마왔다.


왼발 뒤꿈치 물집이 계속 커져간다. 미현도 물집 치료해 가며 오고 있고. 다들 부상과 더위를 이겨내며 걷고 있다. 나 역시 하체 전반의 근육통과 물집 등이 있지만 강행. 왜 가는가?라고 자문하지 않고 가기로 했다. 가기로 했으니 가는 거지, 왜 사냐고 물으면 태어났으니 사는 거라고 할 밖에 다른 답이 있을까 싶다.

여기서 걷다 보면 내가 가진 문제들, 앞길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매우 단순해진다. 1차원적 욕구로 충족된 하루. 가끔씩은 걱정도 하고 추억도 하고 그러지만 대체로는 힘들다, 아프다, 배고프다, 덥다 등을 생각한다. 인간이 얼마나 단순한 존재인지, 얼마나 필요한 게 적은 지 매 순간 깨닫고 감탄한다.

이렇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살다 한국 가면 어떤 기분일까?


문득 내가 매우 자존감이 낮아 맨날 버럭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좋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닐 일도 비꼬아서 생각하니 화나고 기분 나빠지고 하는 듯. 넌 내게 아무 영향을 미칠 수 없어, 이런 태도가 필요한데 난 아무래도 소심쟁이 겁쟁이에다 자존감 낮은 모양이다. 뭐 내가 어떻단걸 알게 된 것만 해도 대단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대로 가면 15일에 산티아고 도착할 듯. 그럼 토요일 아침에 우체국 가서 짐 찾고 동네 구경도 하고.. 그럼 미리 호텔 예약해 놔야 하나? 피스테라엔 언제 가지? 18일에 가려고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미현씨랑 같이 갈까? 마드리드 가자고 해봐야 하는데. 이제 걸을 날이 일주일 정도 남으니 온갖 생각-카미노 이후 여행 포함-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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