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8 35일차
땅끝이라고 하는 피스테라에 다녀 왔다. 버스로 두 시간, 내려서 또 한시간을 걸어 가면 대서양을 바라보는 곶에 등대와 0.00km 표식이 있다. 더러는 걸어서 사흘 정도 걸려 가기도 한다. 산티아고에 도착하고 뭔가 아쉬움이 남은 사람들은 더 걷는데, 난 버스를 타기로 했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 여기서 신발을 불태우고 순례를 마쳤다고 하던데, 신발 태우는 사람은 없고 바다를 보며 사진 찍는 사람들만 가득.
이제 내 순례길은 정말 다 끝났구나 하는 홀가분함과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더 걷고 싶지도 않고 더 할 일이 남았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나 정말 해낸거구나 싶으니 기뻤다.
35일 중 33일을 걸었고 아프고 힘들고 괴롭고 싫은 온갖 감정과 별별 상황을 다 겪어본 한달이었다.
한번도 도미토리에서 자 본 적 없었는데, 이제 30-40명이 한 방에 있어도 잠을 잘 수 있고, 씻지 않은 과일을 옷에 슥슥 닦아 먹을 수도 있다. 땀을 흠뻑 흘리고 하루 종일 걸을 수도 있고, 매일 땀범벅 흙먼지 범벅이 된 옷을 빨아 입는 일도 아무것도 아니다. 벌레에 물려도 약을 바르면 되는 것이지 별 일도 아니다.
게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도, 내게 말을 걸어 오는 것도 어색하지 않으니 딱딱한 껍데기도 좀 벗어버린 듯 싶다.
덥고 파랗고 넓고 끝없는 피스테라. 언제 다시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