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보니

산티아고순례길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by 크리스탈

피스테라까지 다녀온지 두달 반이 지났다.

돌아오면 뭐가 확 달라질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떠나기 전과 모든 것이 같다. 계절이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


돌아와서 몇 군데 이력서를 넣었고,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좀 만났다.

아직 손에 잡힌 것은 없다.

여전히 실업자이고, 뭘 할지 고민을 하고, 모자라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한 책을 읽고, 가끔씩 공연을 보고. 모든 것에 열려있지만 모든 것에 냉정한 상태.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기 싫었던 상태에서 산티아고순례길을 걸었던 것이 신기하지만 그건 현실의 도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회피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에 선택한 대안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가끔씩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준을 지나쳐, 적극적으로 퇴행하고 싶어해서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거나 가장 소극적으로 존재하기를 선택한다.


모두가 자기 길을 꾸준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고, 난 잠시 길을 벗어나 다른 세계에서 헤매다 있던 자리로 돌아와, 이제 다시 걷기를 시작해야 한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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