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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Dec 14. 2016

실무는 너의 몫

상사의 사소한 고민

얼마 전 계기가 있어 강의를 하나 했고, 그 강의의 수준을 참석자들의 범위가 넓으니 매우 하이레벨로 가자고 결정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why와 what에 대한 이야기를, 원론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게 됐다. 그랬더니 실무에서 어쩌란 말이냐? 라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모든 청중이 그 생각을 하진 않았겠지만, 그러고 강의안을 보니 정말로 how to 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없었다. 의도적으로 배제하기도 했지만, 몇 개 정도는 맛배기로 넣어 둘 수도 있었는데, 아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모 아니면 도로 가는 성격도 한 몫 했을터이고, 실무를 손 뗀지도 좀 되었고, 강의 레벨을 정하는 데도 고민이 있었고,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격-원론을 배워도 스킬과 샘플은 꼭 알고 싶어 하는-을 무시한 것도 이유가 되었을 것 같다.



리더가 되고 팀장이 된 후 실무를 손에 놓고 지내면 why와 what에 대해서는 통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how에 대해서는 먹통이 된다. 보통 팀원들이 how에 대해서 고민을 해서 팀장이나 윗사람과 상의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법은 팀원의 몫으로 주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무를 손에서 떼는 순간 스킬 면에서는 실력이 줄어든다. 당연한 결과다.


팀장이 되면 책임지는 과업이 한 두개가 아니므로 일일이 how에 대해서 다 고민해서 팀원에게 지시를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팀원 motivation 차원에서도 좋지 않고, 시간도 없다. 온갖 종류의 회사 차원, 팀 관리를 위한 일들이 업무 외로 치고 들어오는데 그 역시 시간을 잡아 먹는다. 상당히.

그렇게 몇년 지나고 문득 xx를 하기 위한 방법에는 뭐가 있지? 하고 생각해 보면 놀랍게도! 잘 안 떠오르는 상황에 부딪힌다. 어.. 왜이러지? 하고 덜컥 걱정되지만 그것도 그 때 뿐. 팀원들이 계속 자료를 가지고 오고, 결정을 해 달라고 하고, 보고해야 하는 일들이 밀려오면 내가 구체적인 방법을 잊어버렸다는 사실에 놀라고 걱정했던 것조차 까맣게 잊는다. 슬프지만 사실이고 내가 부딪혔던 현실이다.


물론 자료를 조금만 뒤져보면 기억이 나고, 다시 일을 맡으면 할 수도 있다. 뇌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니까. 영어 표현에 먼지를 털어 낸다는 표현이 있는데 딱 그거다. 실무스킬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엔진을 돌리면 된다. 그런데 먼지가 뽀얗게 쌓였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들 눈엔 아닌데도 난 다 알고 있어! 라고 자신한다. 어떤 계기가 있어 자신이 구체적인 방법을 당연히 배제했음을 알게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이 할 땐 쉬워보이는 일이 내가 하려면 항상 어렵다.

왜 그걸 못해..?라고 쉽게 말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우면 이 세상엔 어려운 일도, 전문가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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