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과 유용성
SWOT이 경영컨설팅의 금과옥조로 여겨지던 시기가 있었다.
내부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외부의 위기와 기회를 제대로 파악해서 기업이 해야 할 일을 잘 하면 성공한다는 이야기. 이제는 누구나 다 SWOT을 말하고, 사분면의 공식 정도는 능숙하게 채우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이미 성공한 기업들의, 그것도 수십년전 성공한 기업들의 성공 공식을 사분면에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므로 별로 의미가 없다라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과연 SWOT은 이제 무용지물이 되었는가?
이 세상 어떤 경영기법도 완벽하지 않다. 모든 경우의 수를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어떤 상품을 누구는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A라는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 때문에 누군가는 구매를 하고, 누구는 구매하지 않는다.
SWOT도 마찬가지다. 어떤 경우에는 유용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무용지물일 수 있다. 어떤 목적으로 어떤 기법을 사용하는지 정확히 알고 사용했는지가 중요하다.
SWOT은 자신의 브랜드나 회사가 처한 내부의 강약점을 알고, 외부의 기회와 위험을 알게 해 준다. 사실과 상황을 MECE하게 파악해 보고, 그에 맞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 그것이 SWOT의 큰 장점이다.
자신의 제품, 브랜드의 어떤 점이 강한지 약한지, 시장에서의 기회는 있는지, 어떤 점이 위협이 되는지를 안다면 일단 고객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볼 최소한의 준비는 되었다 할 수 있다.
강점이 전혀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할리 없고, 시장의 위기와 기회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go to market 전략을 세울 수 없듯, 제품서비스를 위한 기본적인 상황판단을 하는 좋은 방법으로 SWOT을 사용하면 된다. 즉, 직면한 상황을 빠짐없이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는 프레임으로써 유용하게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단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 같은 기법이나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대가 달라져서 예전에 통했던 경제원리마저 폐기되는데 이런 류의 분석프레임이 한계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각 면을 채우는 기준이나 방식은 해당 기업의 입장이나 상황에 가장 적합한 것을 상정하면 된다. 분명한 기준이 있으면 그것으로 가늠해 각각의 칸에 들어 갈 내용을 채우고, 그에 따른 문제해결 전략과 실행 방안을 만드는 것이다. 반드시 사분면 네 칸을 모두 채워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에 매달릴 필요도 없고, 한 면에만 유독 내용이 넘쳐 난다고 이상하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 그것이 어쩌면 진짜 AS-IS 일 가능성이 높다.
SWOT의 가장 어려운 점, 혹은 단점은 각 사분면에 적어 놓은 것들의 우선순위나 중요도, 시급성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보통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위에서부터 차례로 쓰게 마련이지만, 항목들의 진짜 중요도나 시급성, 해결시의 파급성,효과 등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개인별, 조직 부문별로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전반적 상황판단을 위한 툴로써 SWOT 분석을 한 다음에는 항목별 우선순위화 작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SWOT을 유용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SWOT 분석의 팩트들이 "제대로" 파악된 것인가, 쓴 내용들이 '진짜'인가? 하는 의문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리서치를 통해 고객의 이야기를 잘 걸러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과 상황을 제대로 서술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고, 자신의 시각만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사각도 있고 편향도 있다. 실제가 실재가 아닌 것이다.
모든 전략이나 계획은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명명백백해 보이더라도 오류는 있을 수 있다. 오류가 발생하면 어떤 단계에서든 수정하고 다음 단계의 계획도 바꿔야 한다. 더 큰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 지금껏 잘 못 낭비된 리소스를 최소화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이야기 속에 숨은 진실을 발라내고, 시장의 이면에 숨겨진 원리를 제대로 파악했을때 SWOT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은 일단 칸을 대충이라도 채우고 나면, 내용들은 신성불가침의 전제가 되고, 맹목적 추종과 현실왜곡까지 왕왕 발생한다.
전략보고서에 SWOT을 제대로 채워 넣지 못한 것도 보았고, 파악한 내용에 오류가 있을때 뒤늦게라도 SWOT을 수정하는 것도 별로 보지 못했다. 내가 틀렸을리가 없어! 라는 지나친 자신감 때문인지, 오류를 수정해야 하는 일이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진짜로 틀린줄 몰라서인건지 이유는 아마 다양할 것이다. 그런데 결국 잘못된 전제를 고치지 않으면 실패로 가는 지름길에 가속도를 높일 뿐이다.
기법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제대로 쓰지 않는다면 모든 기법은 수리수리마수리 헛된 주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