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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Feb 11. 2017

다른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마케터의 오만함을 극복하기

어제 예전 상사를 만났다.

내 직장생활 경험을 통틀어 가장 똑똑하고 감각적인 사람 1-2위쯤 되는 분이다. 그 분을 만나면 항상 지적 자극을 받고 나의 얄팍함과 좁은 시각을 반성하게 된다. 어제 역시 그랬다. 내가 성장하고 발전한 만큼 그 분 역시 열심히 뛰고, 날고 계셨으니까.


같이 일할때 이야기로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그 이후 일했던 직장 이야기, 지금 직장 이야기며, 이전 직장들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들도 나누게 되었다.

산업은 달라도 마케팅 분야에서 이직을 좀 한 경력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통하기도 하고 같이 일하며 맞췄던 코드가 있어 이해되는 부분도 많았다. 본인이 최선을 다해 만들었으나 빛을 보지 못 한 광고들, 열심히 팔았지만-마케터들은 자기 프로젝트를 상사에게 보고해 통과시키는 것이나 광고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판다고 한다-예산이 너무 적어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접은 프로젝트, 자기가 생각하는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조직원들 등등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


한참을 웃고 떠들고 헤어졌는데, 이 분의 스타일과 감각도 정말 좋아하지만 뭔가 허전하고 완전히 수긍되지 못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같으면 금과옥조이며 바이블이었던 그분의 말씀에서 허허로움을 느끼다니.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다름에 대한 인정. 그 분의 생각과 방향도 맞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바지만, 그 분이 아니라고 평가한 조직의 선택 역시 나름의 맞는 이유와 미덕이 있다. 그것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내 생각이 더 낫다는 주장이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세련되지 못한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힘을 발휘하는 상황과 맥락이 있고, 어떤 전략과 고객을 베이스로 하느냐에 따라 취할 수 있는 태도가 다르고 선택지가 달라진다.


종종 마케터들은 고집을 부린다. 내 생각이 맞고 나머지는 다 틀렸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의 생각이 맞고 성공하기도 하기 때문에 연차가 올라갈 수록 점차 자기확신이 강화된다. 그리고 관련 부서나 파트너들과 갈등이 잦아지게 된다. 전형적인 마케터의 오만이다.


아무리 경력이 쌓이고 인사이트가 깊어진다해도 어떤 상황에서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정답이나 해결책은 단 한가지가 아닐 수도 있고, 다른 시각으로 보면 다른 답이 있을 수도 있었다는 여지를 남겨두지 않으면 점점 자기확신의 늪에 빠져 남들의 말을 듣지 않는 당나귀가 될 위험이 크다.


마케터는 항상 겸손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굽신거리고 자신의 성공을 폄하부정하란 것이 아니다. 다른 가능성에 대한 인정이 바로 겸손이다. 시간이 지나도 겸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케터는 많은 사람들의 삶과 비즈니스의 운명에 큰 책임을 진 사람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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