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유리천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탈 Jun 15. 2019

관리자가 된다는 것

과업관리를 하는 사람이 관리자

실무자에서 처음 관리자가 되었을 때 가장 곤란했던 것이 어디까지 관여하고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하는가였다.  하는 일에 대한 답을 당연히 내가 모두 다 알고 있어야 하고, 모르면 큰일 나는 것으로 생각하며 일했기 때문에 관리자 역시 실무를 모두 알고 있어야 실무자/담당자에게 가이드를 주고, 피드백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무자를 거쳐 관리자가 됐으니, 실무자 이상의 답을 알고 있어야 하고, 그걸 염두에 두고 꼼꼼하게 디렉션을 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어떻게 남이 하는 모든 일을 알고 그에 대해 백퍼센트 맞는 답을 줄 수 있나? 그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난 그걸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 괴로왔고,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회의를 느끼곤 했다. 그리고 내게 실무를 모두 알게 해 주지 않는 상대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거나, 보고를 성실히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일정과 목표에 대해 빡빡하고, 마이크로매니징하는게 습관이 되어 갔다. 팀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야 했고, 그 숨막히는 관리 스킬은 제일 먼저 나에게 여유를 앗아갔다.

그러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관리자의 역할은 그게 아니란 것을. 관리자의 자리는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과업을 관리하는 것이고, 그를 위해서 사람과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턱도 없이 사람을 관리함으로써 과업을 관리한다는 생각이 내 발목을 잡았고, 까다롭고 맞추기 힘든 사람이란 평판을 얻게 됐음을 알았다.

관리자의 역할을 처음 접하게 되면 모든 사람은 당황한다. 대체 무엇을 관리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이 때, 관리할 대상을 과업이 아닌 사람으로 정의해 버리면 숨통을 조이는 상사가 되며, 본인의 발전이 멈춘다. 안타깝게도 이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냐하면 사람은 눈 앞에 보이고, 나와 교류가 되지만 과업은 피상적이고, 사람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보니 사람관리=과업관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과업의 관리란 모든 일을 속속들이 실무자와 싱크로율 백퍼센트로 알고 담당자의 레벨에서 일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과업이 더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의사결정하고, 필요할 때 개입하는 일을 하는 것이 관리자의 역할이다. 그러려면 모든 디테일을 알아야 한다기보다는 그 과업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아야 하고, 다른 과업과 어떻게 연계되고 전체 업무테이블에서 그 과업의 중요도를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실무자가 결코 할 수 없는 일이고, 그걸 하려면 실무 레벨에서 함께 머리 부딪히며 얼굴 붉히고 있을 시간도 없다.

많은 경우 실무자였을 때의 습관을 쉽게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하던 일을 하게 된 팀원들에게 과도하게 간섭하게 되거나, 자신이 해 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 아예 방임해 버리는 실수를 한다. 그러면 간섭을 받는 직원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주도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좌절을, 방임되는 직원은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좌절을 느끼게 된다. 거기다 커뮤니케이션 문제까지 겹치면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는 상황에 봉착한다.

관리자로서의 능력은 서로 다른 성격의 과업이 본질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고 여러 과업들이 상호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방향과 방법을 찾고 실행하는 것이다.
만약 관리자가 된 이후 조직 내 갈등이 끊이지 않고,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면 관리자로서의 능력 계발 기회를 놓치며, 조직 내 갈등을 만들고 있지 않은지 점검 해 보는게 좋다.  과업이 아닌 사람 자체를 관리하고, 실무의 시시콜콜한 것을 모두 참견하며 어떤 부분의 일은 완전히 누군가에게 맡겨 놓고 있지 않은가?

*체크!
과업 단위가 아닌 사람 하나하나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면 분명 사람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은 왜 일을 그렇게 할까, 대체 그렇게 해서 잘 할 수 있나, 내가 담당자였을때는 어땠는데라고 생각이 들면 나는 과업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관심을 돌려야 한다.

아주 작은 업무의 작은 디테일까지 보고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아직 자신은 실무자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분명 알고 싶고, 캐묻게 되겠지만, 어느 정도는 참고, 믿고 넘어가야 하는 정도가 있다.

누가 무슨 일은 잘 하고 있겠지, 알아서 하고 있겠지, 나는 뭐뭐만 보고 받으면 되지 라고 생각한다면, 그 누구는 일을 해내거나 더잘 하기 위한 가이드가 없이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모르는 분야니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하지 말고, 그 담당자와 이야기 나누며 그 일의 본질과 장애물에 대해 함께 배워야 할 때다.

모드의 전환은 누구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기계도 모드 변환을 하려면 무언가 조작을 해 줘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역할이 바뀌면 그에 맞게 모드 전환을 의식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그걸 의식적으로 찾아보고, 어떤 변화가 얼마나 필요한지 시도하고 조정하지 않으면 십년 지나도 항상 대리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른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