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믿는 만큼 자란다
가끔 월반을 허용하는 학교가 있다
학교가 정한 일정 기준에 부합하면 월반이 가능하다.
자연스레 아이들의 수준이 나뉘고 월반한 아이들과, 못한 아이들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나를 찾아온 , 이 이쁜 애기는 코스모스 같다
가늘고 여리고 찰랑거리는 긴 머리
누가 봐도 코스모스다
이 이쁜 코스모스는 수학을 어려워했다
처음 나에게 왔을 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큰 두 눈에 겁이 잔뜩 들어서 교실을 두리번거리던 모습
뼈가 어찌나 가늘던지 쓰고 있는 연필이나 팔목이나 별로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 여린 팔목으로 숫자를 쓰고 계산하는 것 자체가 대견해 보였다
개념부터 차근차근 가르쳤고, 성과는 있었다
무려 좋았다!
심지어 숙제를 꼬박꼬박 다 한다고 어머님이 너무 기뻐하셨다
(그간은 어떤 선생과 수업을 하던, 숙제를 안 했었단다)
그렇지만 월반을 하기엔 기초가 부족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머님이나 나는 월반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월반 가능한 자격은 내신 성적이 당연히 잘 나와야 하고, 월반의 가장 큰 기준인 학력평가 시험에서 상위 1퍼센트 안에 들어야 안정권이었다.
그러니 그걸 염두해 둘리가 없었다.
우리 코스모스가 월반을 하고 싶다고!
집에서 얘기를 했나 보다
어느 날, 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무슨 일인가 의아했는데 전혀 뜻밖의 의견을 주셨고, 나는 멘붕이 왔다..
코스모스의 어머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수십 년 겪은 어머님 중에서 진심으로 존경하는 몇 안 되는 어머님 중 한 분이다.
그런 분이 저렇게 점잖고 공손하게 부탁을 하시는데!
내가! 어찌 그걸 모른 체 하겠나!
즉시 계획을 세웠다. 기초가 부족한 것 치고 나의 코스모스는 다행히 내신 성적이 좋았다! 아마 학교 시험은 그때그때 배운 것만 공부하면 되니 시험을 잘 보았던 것이다. 그럼 내신은 됐고, 학력평가 시험이 남았다.
이 시험은 범위도 없고 그냥 주는 대로 푸는 시험이다
문제는 랜덤이다. 자기 학년 문제를 다 통과하면 그 윗학년 문제가 나오는, 즉 선행을 많이 할수록 유리한 시험이란 말이다
나는 코스모스 진도를 중단하고 학력평가 예상문제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두 달간은 그 문제들을 풀고 고치고, 이 과정만 무한 반복 했다
모르는 개념은 오답노트에 전부 적도록 하고
일정기간 지나면 틀린 문제만 다시 뽑아 또 풀게 했다
학교에서 코스모스 같은 아이들을 위해 교내 배치고사를 한 번 더 본다고 했다. 물론 코스모스도 배치고사 대상이었다
나는 그날 종일 1년 치 교재를 요약하고 간추려서 재편집한,
편집본을 어머님께 드리고 주말 동안 풀도록 했다. 그리고 배치고사 전날 총정리 한 뒤 시험을 보게 했다.
나는 내 할 일 다 했고, 심지어 그 어린애가 두 달을 울어가며 공부했으니, 이제는 하늘에 맡겨야 했다.
내가 더 떨렸던 건 말해 무엇하랴..
며칠 뒤!
소름이 돋았다. 눈물이 핑 돌고 목이 메서 답을 어떻게 드렸는지도 잘 기억도 안 난다
내 자식이 대학에 합격했을 때도 이렇게 기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미안해... )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또 하나 큰 교훈을 얻었다
내가 죽는 날까지 뼈에 새길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