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떨어지지 않던 발길..
장례가 끝난 뒤는
생활이었다.
그를 제외한 남겨진 사람들의 생활
모두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갔지만 ,
나는 아직 그대로다..
여전히 밤이 되면 남편이 퇴근해서 올 것 같고
귓가에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아이들의 엄마이자 아빠니까.
살아야했다.
이 사람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렇게 떠나기 1년 전쯤부터 본인이 원하는 매장을 오픈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착실히 일을 가르쳤다.
그냥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기술이 있어야 하는 장사인데,
그 기술을 하나하나 배우게 했었다
눈썰미도 있고 손이 빨랐던 나는
투덜거리면서도 열심히 배웠었다.
그의 거래처 사람이 곧 나의 거래처가 되고
그의 사업자를 내가 고스란히 인수했다.
어느 날,
알고 지내던 거래처 사장님이 방문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편은 그날 누구를 만난 적도 없고, 혼자 늦은 시간에 자다가 잘못됐으니 그의 마지막 차림을 본 사람은 없다.
나도 경찰서에 가서야 마지막 차림을 전해 들었는데..
사장님이 말씀해 주신 전말은 이랬다.
그날 그 사장님은 늦은 시간 퇴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고 한다. 새벽시간이라 인적도 없고, 차도 드문 도로를 운전해 가는데, 갑자기 달리는 차 앞을 누가 막더란다.
사장님은 너무 놀래서 차를 세웠는데, 차를 세우고 보니 텅 빈 도로였다고..
분명 누가 차 앞을 막았는데, 다시 보니 아무도 없어서 순간 등에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마시지도 않은 술이 깨는 느낌이라 서둘러 집으로 왔다고..
그리고 이튿날 아침 내 남편의 부고를 들었고,
오소소 소름이 돋더란다.
유난히 각별하게 잘 지내던 사이라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그날 술을 엄청 마셨다고..
그런데 그날부터 애아빠가 계속 주변에서 어른거렸다고.. 본인도 믿기지 않지만 정말 그 차림의 남편이 거실 한 구석에 서있고 사무실에서 어른거렸다고..
너무 미칠 것 같아, 안주도 없는 소주를 네 병이나 병째 들고 마시면서 허공에 대고 소릴 질렀다 한다
그제야 내 남편이 스르르 없어지더란다..
그분이 매장에 찾아온 그날..
나는 내내 울다가 출근을 했었다.
기술이 필요한 일이고,, 내 솜씨는 아직 완벽하지 않았다. 남편이 가기 전에 무슨 생각이었는지
젊고, 손 빠르고 기술 좋은 직원을 채용해 두었다.
그 직원이 갑자기 휴가를 가겠단다.
상을 치르고 얼마 안 지나서였다
자기는 꼭 놀다가 와야겠대. 나 혼자는 지키고 있을 엄두가 안 나서 올해만 있어줄 수 없냐고.. 돈은 곱절을 줄 테니 있어주면 안 되냐 했더니 안된단다..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린 청년이 뭐가 아쉬워서.. 휴가를 안 가겠어.. 돈도 마다할만했지..
(너무나 신기했던 것은, 이렇게 하고 휴가를 떠난 직원은 휴가 기간 내내 편치 않았다고 한다. 차가 고장나고, 휴가기간 내내 악몽에 가위도 눌리고 부부싸움도 했던 휴가였다고.. 이직원의 얘기는 좀 긴데, 그건 뒤에가서 풀어야겠다 )
그날 퇴근해서는 내내 울었던 것 같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을까.. 당장 내일은 어쩌지.. 앞으로 나흘을 어떻게 버티지..
그날밤 부른 듯 남편이 꿈에 나왔다
평소 즐겨 입던 한 톤 다운된 갈색 쟈켓에 흰색 바지를 입고.. 활짝 웃으며 매장으로 들어왔다
생전에 모습 그대로 너무 생생하게 매장으로 들어오는 남편.
너무 좋아서 한달음에 뛰어가 와락 안겼다!
아. 왔구나,, 안 죽었구나!
너무 좋았다.
남편은 별 다른 말 없이 씨익 웃으며 내 머리를 한 번 헝클이고는 스르르 사라진다..
깨보니 꿈이다
아.. 맞다
내 남편 이제 못 오지..
꿈도 참 심란하네..
심란한 마음을 다독이는 건 일밖에 없다..
안 떠지는 눈을 겨우 뜨고,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눈이 퉁퉁 부어서 출근했던 길이다
손님도 없을 이른 시간,
남편과 친했던 사장님이 부른 듯 들어선다
그런데.. 입고 들어오는 옷이
짙은 갈색 티셔츠에 흰 바지다..
내 남편이 들어오는 착각에 빠졌다.
그렇게 들어선 사장남이 해준 얘기가..
부고를 듣기 전 그 새벽부터 어제까지 남편이 계속 그 사장님 곁을 맴돌았다고...
여기 안 올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퀭한 눈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