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남자는 잘 해?

비오는 날의 짱구

by 윤별

극장남을 내가 가져야겠다고 다짐은 했지만,

그렇다고 다음날 그에게 가서 다짜고짜 ,


"너!! 내꺼하자!!"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만 지금까지는 영혼없이 하던 답장에 조금더 정성을 쏟고,

날이 더우면 시원한 커피 쿠폰도 보내주고, 간간히 노래 선물도 보냈다


아마 그도 눈치챘을 거다.

내 태도가 그를 향해 슬쩍 45도정도 돌아 앉은 것을!


내 답장이 긴 장문이 되고, 거기에 성의를 얹어 보내자,

그도 신이 난 모양이었다.

우리는 거의 매일 하루종일 카톡으로 대화를 했다.

티키타카가 잘 맞았다.

(그당시는 코로나 시작하고 얼마 안된, 걸렸다하면 동선까지 다 털어서 뉴스에 내보내던

그... 살벌한 시기였고.. 그도 나도 절대 코로나에 걸리면 안되는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인지라 조심 또 조심했다. 그러다보니 만나는 것이 자유롭지 않았다.)



그남자는 울룩불룩 근육질에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올 것 같이 생긴 외모와는 달리

아주 애교가 있었다 ㅎㅎ

간혹 전화통화를 하면 하이톤으로 웃기도 하고 중저음으로 내리깔고 장난스레 말을 하기도 했었다.


그는 생각보다 많이 외로웠던 것 같았다.

외로움을 해결해줄 상대가 생기자 그간 한풀이를 하듯 나에게 다 쏟아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나에게 물어봤다


"우리 영화볼까?"


"응~ 좋아! 어떤거 볼래?"


"저번에 그 자동차 극장 가자~~"


응???또??

의아했지만


"그래 좋아!!"


나는 선선히 오케이를 했다.


영화를 보기로 약속한 날은 일요일 저녁이었는데,

태풍예보가 있었다.

그는 그날 근무지를 비우면 안되는 사람이었는데, 어떤 마법을 부린것인지

짠~ 하고 나타났다.

그리고는 골라놓은 영화가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다른것은 볼게 없어서 이걸로 했다는 설명을 붙여가며..


지난번엔 너무 어려워서 흥미가 없었고, 이번것은 툭하면 궁둥이를 보이며 와다닥 뛰는 짱구 덕분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ㅎㅎㅎㅎㅎ 그래도 내용이 어렵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한참 집중해서 (그래도 집중은 되더라,. 만화니까 )보고있는데 그가 진지하게 내 내 이름을 부른다.


'

"윤별아~~"


"응?? 왜??"

.

.

.

.

.



<'아..지금 짱구 엄마랑 떨어져서 엄마 찾으러 가야하는데,, 얘 왜이래?? 뭔데 이래..'

사람을 불렀으면 말을 해야지. 오늘 왜 이런담?'>


"윤별아.."


"응 ! 그래 말해~ 듣고 있어"

.

.

.

.

자꾸 불러놓고 밍기적 거리는데 짜증이 한껏 솟구쳤지만, 그래도 나는 썸을 타는 중이고

얘를 내가 가져야겠다고 다짐을 했으니 너그러이 기다렸다~~(나는 관대하다!!)


" 우리 손잡고 볼까?"



<'이 말이 그리 어려웠던거야? 아니 이사람아.. 노는 손 좀 슬쩍 잡아도 되는걸, 왜 굳이 그걸 물어봐요..

얘를 어쩌지? 이거 뽀뽀라도 할라믄 한 반년 걸리는거 아냐?'>



" ... 응 그래...."


속마음과 다르게 굉장히 수줍게.... 대답했다.


<'아유 기다리고 있었어!! 여깄어 내손!!' >

이러면 너무 모양이 빠지니까.. 나름 수줍은척 을 했던것 같다


손을 잡고 한 삼분쯤 지났나?


전화가 온다...

내꺼는 아니고 그의 전화가..

비가 많이 와서 보고가 어쩌고, 블라블라..


아마도 근무지에 다른사람을 앉혀놓고 온 모양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알려준뒤 다시 손을 잡았는데,,


또 전화가 울린다..


이번에는 누군가 상급자가 뭘 물어본 모양이다.


" 아..그러면 뫄뫄씨에게 이런일이 있다고 전달하면 그사람이 알아서 해줄거야"


짱구는 엄마를 찾아 떠났는데, 엄마와는 길이 어긋나고

우리는 손을 잡으면 , 3분안에 전화가 울리고..

그러면 손을 놓고 그가 전화끊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잡고,

또 전화가 오고...

혼돈이었다.


손을 잡은것도 아니고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 그 중간의 혼돈상태!



이쯤되면 자동차 극장은 우리와 맞지 않는 것 같다.


" 너 많이 급하면 그냥 나갈까? 나는 이거 다 안봐도 괜찮아"


"아니야!! 이제 전화올 일 없어. 나 잠깐 나가서 통화좀 하고 올게 미안해~~"


"아유 일이 먼저지!! 걱정말고 다녀와~ 차 못찾는거 아니야? 그르믄 나혼자 가버릴거다~~ 까르르~~"


혹시라도 미안해 할까봐 부러 농담을 섞어가며 호들갑스러운 옷음으로 다녀오라고 했다.


가서, 통화를 하며 근무자에게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진짜 그 후로는 전화가 안왔다.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건지, 협박을 했던건지.. 아무튼 그 뒤로는 짱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손도 꼭 잡은채로 ..

다행이 오늘은 에어컨도 도와주어서 시원한 바람이 잘 나왔다.



아무튼 그 어수선한 와중에 짱구는 엄마를 만났고,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우리의 영화도 끝이 났다.



집으로 가는 길..


"아까 전화 계속 와서 미안해.."


"아니야. 일이 먼저잖아. 혹시 회사 들어가서 곤란해 지는거 아니야?


"아니아니 걱정마~ 그럴 일 없어"


"아..그렇다면 다행이다"



약간의 어색함이 곁들여진 침묵.

그 침묵 사이사이에 오늘은 손을 잡았다는 설렘과 두근거림이 나를 들뜨게 했다.


이사람도 마찬가지인지 운전하는 내내 활처럼 눈꼬리가 휘어지며 웃었다..



매너좋고 듬직한 남자.



우리는 어떻게, 어떤 사이로 발전할까?


그렇게 집에 도착하고도, 나는 한동안 그 들뜸과 설레임에 잠을 못잤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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