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로하 Jul 17. 2023

한 여름에 즐기는 우리나라 와인 두번째 이야기

가장 더운 곳에서 만들어진 시원한 와인


우리나라에서 포도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영동, 안성, 입장 등이 떠오르는데요. 정답은 ‘영천’입니다. 경상북도에 위치한 영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2016년 8월 13일에는 최고기온 39.6도로 그때까지 가장 높은 공식 기온을 기록했고요. 다음 해에 경주에 타이틀을 빼앗기는가 했더니, 1년 뒤인 2018년 7월 27일에는 비공식이긴 하지만 40.4도를 기록하면서 가장 더운 곳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괴롭히는 이 뜨거운 날씨가 포도에게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맛있는 과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후와 토양, 기르는 사람의 정성 등이 필요합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건은 날씨, 특히 수확하기 직전인 한여름의 날씨인데요. 영천 여름의 높은 기온과 뜨거운 햇살, 적은 강수량은 맛있는 포도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기후 조건입니다. 낙동강 지류인 금호강이 영천시를 통과하며 형성된 충적토 토양은 배수가 좋아 땅도 포도 재배에 좋은 조건입니다. 이런 자연의 혜택에 영천 주민의 노력이 더해져 영천은 전국 포도 생산량과 재배량 모두 1위입니다.


한국 최고(最古)의 와인이 만들어진 고장

영천의 와인 역사는 우리나라의 와인 역사와 궤를 같이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건 1977년 동양맥주가 경산에 ‘마주앙’ 공장을 만들면서부터입니다. 이때 양조용 포도의 일부를 영천에서 재배하면서 영천의 와인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와인은 농가에서 개별적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한 농부가 1978년에 와인을 만들어 뒷마당에 묻어 둔 걸 잊고 있다가, 2007년에 발견하여 영천시에 기증했다고 합니다. 1978년 빈티지의 30년 묵은,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와인이겠네요.  

이후 10년 동안은 농가에서 소규모로 와인제조를 하다가, 80년대 중반부터 와인 양조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90년에 말에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연간 200명씩 전문교육을 실시하면서 와인 제조에도 전문화의 바람이 일었습니다. 2003년 6월 경북대학교와 영천시 농업인들이 공동출자하여 경북대학교 포도마을이 창립되면서 와인이 ‘산업’이 되었습니다.

현재 영천시는 와인을 주력 사업의 하나로 선정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영천시의 14개 와이너리와 대학교, 농업기술센터 등이 참여한 ‘영천와인산업단’이 대표적인데요. 지속적인 개발을 위한 투자 및 교육은 물론 일반인을 대상으로 와인 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도 올해 영천와인학교에 입학해 양조과정을 배우고 있습니다. 왕복 8시간 가까이 걸리는 곳을 매주 다녀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몇 달 뒤 제 손으로 만든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쓰러지지 않고 잘 버티고 있습니다. ^^


영천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와인밸리를 형성해 동양의 보르도를 꿈꾸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씨엘(Ciel: 프랑스어로 하늘을 의미)’이라는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함께 홍보하고 마케팅하고 있지요. 체험형 와이너리 투어를 하고, 매년 10월에는 와인 축제도 열고 있습니다. 와이너리 투어에서는 와인 테이스팅뿐만 아니라 직접 와인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고 하니 재미와 함께 의미도 있는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와인 양조의 MBA, 머루포도

영천에서 주로 생산하는 포도는 캠벨과 거봉 그리고 MBA입니다. 캠벨과 거봉은 대부분 생과로 먹기 때문에 와인 양조에 쓰이는 품종은 MBA입니다. 와인 양조에 웬 석사 학위인가 했는데, MBA는 경영학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Muscat Bailey A의 약자입니다. 머루포도라고도 불리는 MBA는 일본에서 개발된 청포도인데요. 우리나라에는 1960대에 들어왔습니다. 추위에 약한 품종이라 처음에는 11월만 돼도 줄기를 모두 땅에 묻어야 했는데, 60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 환경에 적응이 돼서 그냥 겨울을 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월 중순 이후에 수확하는 만생종이라 단 맛이 강해서 달콤한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는데요. 영천 와인의 경우 특히 11월 초 찬서리가 내릴 즈음에 수확해서 단맛이 강한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영천에서는 MBA 외에도 ‘레스베라포도’라는 품종으로 와인을 만듭니다. 레스베라는 우리나라 대학교와 연구소가 개발한 자체 품종입니다. 이 포도는 우리 벤처기업이 개발한 특수 설비를 통과하면 기능성 물질이 대폭 증가되는데요. 특히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라는 항암·항산화 물질이 기존 포도보다 10~30배 증가된다고 합니다. 이 품종과 기술은 특허 등록되어 영천에서 생산된 포도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유럽 와인의 지리적 명칭 보호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실제로 2009년에 지리적 표시제(GI: Geographical Indication)에 등록되어 '영천 포도'라는 브랜드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한 여름에 웬 와인?’  

한 여름에 무슨 와인을 마시라는 건가, 싶으실 겁니다. 사실 요즘처럼 더운 날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알코올 음료는 차가운 맥주겠죠. 하지만 와인도 맥주 못지않게 시원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을 맛있게 먹는 온도는 종류에 따라 6 – 12도 정도입니다. 달콤하고 도수가 낮은(5.5%) 스위트 와인(모스카토 다스티)의 경우 6 – 8도에서 마시는 게 가장 맛있게 느껴집니다. 맥주보다 살짝 높은 도수에 시원하게 즐길 수 있지요. 한두 잔 정도로 끝낼 수 있다면 나른한 여름에 시원함과 함께 당도 보충해 줄 수 있는 좋은 선택이 될 거라 적극 추천합니다. 



    알로하의 추천, 영천 화이트 와인

      1. 고도리 스위트 와인

          - 달콤한 과일 향, 상큼한 풀잎 향

          - 당도, 산도 약간 높음, 바디감 중간, 알코올 함량 10.5%

          - 5도에서 시음. 리코타 치즈 샐러드 등 담백한 음식과 페어링

      2. 뱅꼬레 아이스 와인

          - 달콤한 꿀 향, 과일 향

          - 당도 높음, 산도 중간, 바디감 중간, 알코올 함량 12%

          - 5 –7도에서 시음. 달콤한 디저트와 페어링

      3. 오계리 복숭아 와인 

          - 새콤 달콤한 과일 향

          - 당도 약간 높음, 산도 중간, 바디감 중간, 알코올 함량 7%

          - 5 –7도에서 시음. 마카롱, 케이크 등 디저트와 페어링

          - 베를린 와인 트로피 금상 수상

매거진의 이전글 한 여름에 즐기는 우리나라 와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