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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 Aug 12. 2023

글쓰기가 두려운 그대에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이 세 가지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해도 어느 정도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


유시민 (柳時敏: 1959.07.28~ ) 작가. 전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대학 1학년 때, 선배들이 권해준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며 그의 이름을 처음 알았다. 제목부터 왠지 개념 있는 대학생이 되려면 꼭 읽어야 할 책인 것만 같아서,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도 못하면서 꾸역꾸역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어쩜 이렇게 복잡하고 방대한 역사에 대해서 이렇게도 잘 알까’ 감탄하고, 나의 무식을 한탄했던 듯하다. 정작 본인은 이 책이 잘 못 쓴 “요약에 불과한” 글이라고 한다.

항소심 재판장 보라고 쓴 ‘항소이유서’가 세상에 알려지고, 이후에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를 내며, 우리나라의 대표적 글쟁이로 알려졌지만 정작 자신은 글재주를 타고난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 겸손이 아니라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고등학교를 마치기 전에는 글을 써본 일이 거의 없었다고. 

그럼 그는 어떻게 해서 글을 잘 쓰게 되었고, 전업 작가가 되었을까? 강원국 작가나 나탈리 골드버그와 마찬가지로 유시민 작가 역시 많이 읽기와 쓰기의 힘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특히 30분씩이라도 매일 자투리 시간을 내어 쓰기 연습할 것을 권하며 이를 몸으로 익히는 “글쓰기 근육”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저 매일 쓰기만 한다고 해서 저절로 글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못난 글은 다 비슷하지만 훌륭한 글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라고 말하며 못난 글을 쓰지 않게 노력할 것을 주장한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자신의 유식함을 뽐내기 위해 글을 쓰지 말 것’이다.


“실용적인 면에서든 윤리적인 면에서든, 읽는 사람에게 고통과 좌절감을 주는 글은 훌륭한 소통 수단이 될 수 없다. 타인에게 텍스트를 내놓을 때는 텍스트 자체만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글 쓰는 사람이 지녀야 할 마땅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세를 유지하려면 지식과 전문성을 내보이려는 욕망을 버려야 한다.”  (본문 253 페이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스무 살 때의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에게 스스로의 무식함을 깨닫게 해서 고통과 좌절감을 주었다. 책뿐만이 아니다. 그가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토론하거나 교양 프로그램에서 지식을 뽐내는 걸 보며 감탄과 함께 좌절했다는 독자와 시청자도 적지 않다. 누구를 탓하랴. 그저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독해력이 약했던 내 탓이지. 많이 읽고 쓰는 연습을 해서 독해력과 함께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연습을 할 수밖에...

누가 알겠는가, 그러면 정말 그가 말한 대로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는 있다.”가 현실이 될지…

믿기지 않는가?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그 주인공이다. 언감생심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쓰는 건 아니지만 나는 매일의 글쓰기 노력을 통해 글을 쓰고 있다. 나 역시도, 지금은 책을 한 권 출간했고 브런치에 매일 글을 올리며 작가라고 불리지만, 30년 가까이 글쓰기를 싫어했고 두려워했다. 나의 두려움의 근원은 ‘글을 못쓴다’는 자각이었다. 두려움의 이유는 모두 다르겠지만 극복하는 방법은 하나다.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자동차 페달과 변속기 손잡이가 그런 것처럼, 자꾸 글을 쓰다 보면 그대에게도 컴퓨터 키보드나 볼펜이 손가락처럼 자연스러워지는 순간이 찾아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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