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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 Aug 22. 2023

대통령의 글쓰기

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도 딱 하나다. 욕심 때문이다.
잘 쓰려는 욕심이 글쓰기를 어렵게 만든다.


  저자 강원국(1962.07.08 ~ )은 대통령 연설 비서관이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비서관이었다. 한 명이었다면 운이 좋았거나 든든한 뒷 배경이 있었을 거라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두 명은 실력이었다고 인정해야겠다. 메디치 미디어 편집주간, 대우그룹, 효성그룹, KG그룹 등에서 스피치 라이터 등 글 쓰는 일로 20년간 밥 먹고 살았다. 현재는 기업과 학교 등에서 글쓰기 강연을 하고, 미디어에 기고하는 등 여전히 글쓰기로 밥 먹고 살고 있다.

워낙에 글쓰기로 유명한 사람이라 책도 많이 썼을 거라 생각했는데, 저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회장님의 글쓰기>(2014)와 <대통령의 글쓰기>(2014) 2권밖에 없었다. 이후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강원국의 진짜 공부> 등 여러 권을 더 출간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원래는 글쓰기 젬병이었다고 한다. 그냥 잘 못쓰는 정도가 아니라 초. 중. 고, 대학 때까지도 글 쓰는 게 두려웠다고 한다. 그런데도 기자가 되고 싶어 했고, 당연히도 떨어졌다. 여기까지는 나랑 비슷하다. 아니 나는 초등학교 때라도 글을 잘 썼으니 내가 조금 더 나은 것 같다.

삶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막연히 신문을 많이 읽을 수 있을 거란 기대로 들어갔던 홍보실에서 우연히 사사(社史)를 만들었다가 잘 만들었다는 칭찬을 들었고, 글 잘 쓰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이후 사내에서 ‘글쟁이’로 통했고, 회장의 연설문 작성을 보좌하다가 운명처럼 김대중 대통령 연설비서관 일을 하게 되었다. 이후 인수위원회를 거쳐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5년간 그의 입이 되었다.

Ghostwriter가 되어야 한다는 스피치 라이터(speech writer). 연설문 주인의 생각을 하고, 그의 입이 되어야 한다. 나의 생각이 아니라 그의 생각을 써야 하고, 하다못해 말버릇까지 그의 버릇을 써야 하는 등, 나의 모습은 유령처럼 사라지고 철저히 그에게 빙의되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이름이 사라지는 일. 아무리 잘해도 내가 드러나지 않고, 빛이 나지 않는 일. 그 상대가 대통령이라고 해도 나는 싫을 것 같다. 나는 내가 드러나고 내가 빛을 받고 싶다. 

저자는 두 대통령을 모신 것이 자랑스럽고, 가문의 영광이라고 한다. 자신이 좋아했고, 생각이 맞는 분들을 모시고 일했기 때문이라고. 무엇보다도 글쓰기 분야에서 최고인 두 분과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글 쓰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나는 아직도 글 쓰는 사람의 자세가 안 되었나 보다.



  책을 한 권 출간하고 감사하게도 “작가”라고 불리고 있다. 이후에도 2년간 매주 한 편의 글을 써서 연재했고, 지금도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으로 매일 글을 올리고 있다. 글쓰기가 쉬워졌을까? 그렇지 않다. 책을 출간한 이후에 나는 글쓰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전에는 그냥 막 썼던 것 같다. 아무렇게나 썼다는 건 아니다. 나름 자료 조사도 많이 하고 다른 책들도 읽으며 정성을 다 해 썼다. 다만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없었다. 나는 그저 와인 치즈 빵을 좋아해서 그에 대한 글을 쓰는 아마추어였기 때문에 잘 쓸 필요가 없었다. 이제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니 그냥 막 쓸 수가 없다. 적어도 읽은 뒤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글은 아니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첫 번째 책을 낸 뒤, 두 번째 책을 내기 전까지 슬럼프를 겪고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나도 그렇다. 나와 비슷한 작가들, 아니 모든 글을 쓰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강원국은 대통령에게 들은, 또 그 자신의 여러 가지 팁을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좋은 글을 맛있는 요리에 비교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 마음을 울린다. 그의 말에 따르면 좋은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재질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요리와 글쓰기, 둘 다 밥벌이로 하고 있는 게 우연이 아닌가 보다.  


- 요리사는 자신감이 있어야 해. 너무 욕심부려서도 안 되겠지만. 글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야.

-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재료가 좋아야 하지. 싱싱하고 색다르고 풍성할수록 좋지. 

   글쓰기도 재료가 좋아야 해.

-  먹지도 않는 음식이 상만 채우지 않도록. 군더더기는 다 빼도록 하게.

-  핵심 요리는 앞에 나와야 해. 두괄식으로 써야 한단 말이지. 다른 요리로 미리 배를 불려 놓으며 정작 메인요리는 맛있게 못 먹는 법이거든.

-  메인요리는 일품요리가 되어야 해. 해장국이면 해장국, 삼계탕이면 삼계탕. 한정식같이 이것저것 나오는 게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해서 써야 하지.

-  양념이 많이 들어가면 느끼하잖아. 과다한 수식이나 현학적 표현은 피하는 게 좋지.

-  음식 먹으러 갈 때 식당 분위기 파악이 필수이듯이, 그 글의 대상에 대해 잘 파악해야 해. 사람들이 일식당인 줄 알고 갔는데 짜장면이 나오면 얼마나 황당하겠어.

-  요리사가 장식이나 기교로 승부하려고 하면 곤란하네. 글도 진심이 담긴 내용으로 승부해야 해.

-  간이 맞는지 보는 게 글로 치면 퇴고의 과정이라 할 수 있지.

-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이 최고지 않나? 글도 그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야 해.



그림 출처: https://raythep.mk.co.kr/newsView.php?cc=270000&no=1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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