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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 Aug 28. 2023

인생 수업

당신은 오늘 무엇을 배웠는가?

“사람들은 나를 죽음의 여의사라 부른다. 30년 이상 죽음에 대한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나를 죽음의 전문가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내 연구의 가장 본질적이며 중요한 핵심은 삶의 의미를 밝히는 일에 있었다.” 

<생의 수레바퀴(The Wheel of Life)> 서문 중에서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스위스, 취리히 태생의 의사 출신 사상가다. 세 쌍둥이 중 첫째로 태어나 자신과 똑같이 생긴 두 동생을 보며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동생들과 헷갈려 잘못된 성적을 주지 않기 위해 C 밖에 받지 못했던 학창 시절, 그녀는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시작했고, 평생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친구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 것을 보면서 일찍부터 죽음에 대해 접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때 그가 공포에 직면하여 죽기 전, 아이들을 불러 남은 가족을 도와달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이 경험이 그녀에게 큰 자부심이자 기쁨으로 남았다고 한다. 그녀의 비공식 첫 호스피스 경험이라 할 수 있겠다. 


"삶은 하나의 기회이며, 아름다움이고, 놀이이다. 그것을 붙잡고, 감상하고, 누리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세상이 보여주는 최상의 것을 배우는 일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살아가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기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 별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은 불행이 아니다. 불행한 것은 이를 수 없는 별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대인 수용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엘리자베스는 폴란드 마이데넥 수용소에서 그녀의 소명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던 사람들이 수용소 벽에 그려 놓은 환생을 상징하는 나비 그림을 보고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이때의 나비 그림은 그녀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쳐 그녀가 사망했을 때, 장례식 중에도 나비를 날리는 의식을 했다고 한다. 왜 하필 나비일까? 그녀가 문제의 해답을 얻은 건 미국인 의사 남편을 따라 건너간 미국의 병원에서였다. 그녀는 뉴욕, 시카고 등지의 병원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활동을 했다. 스스로도 유체이탈 등 다양한 신비 현상을 경험하면서 그녀는 ‘인간의 몸은 나비가 날아오르는 번데기처럼 영혼을 감싸고 있는 허물’ 임을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수용소에서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도 그녀처럼 ‘영혼의 영생’을 믿고 있었던 걸까?


그녀는 의사, 간호사, 의대생들이 죽음을 앞둔 화자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주는 세미나를 열면서 세계 최초로 호스피스 운동을 했고, 이는 전 세계 의료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는 죽어가는 이들과 대화를 통해 ‘어떻게 죽느냐’가 삶을 의미 있게 완성하는 중요한 과제라는 깨달음을 얻었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평화 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70세가 되기도 전에 뇌졸중을 일으켜 신체의 일부가 마비되고, 그 후 몇 해 동안은 죽음의 문턱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본인에게 남겨진 마지막 배움을 깨닫고 삶 자체에 대한 비밀, 삶과 살아가는 일에 대한 책인 <생의 수레바퀴(The Wheel of Life)>를 저술했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그 가르침을 전하며 살았다. <인생 수업(Life Lessons)>은 그녀가 살아가는 동안 얻은 인생의 배움과 진실들을 담은 책으로, 그녀의 마지막 책이다.



“우리가 한 말과 행동이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는 이에게 하는 마지막 말과 행동이 될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단 한 사람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너무 늦을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이것이 ‘죽어가는’ 사람들로부터 배우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이다. 그들은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삶이 우리에게 사랑하고, 일하고, 놀이를 하고, 별들을 바라볼 기회를 주었으니까.”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이자 평생 마음에 담고 싶은 글귀이다. 얼마 전에 엄마가 교통사고가 나서 응급실에 계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다시 한번 느꼈다. 크게 다치신 곳이 없다고 해서 다행이었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을 수도 있다. 그때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어떤 마지막으로 기억이 될지…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림 출처: https://www.floreat.perth.anglican.org/sermons/caterpillars-and-butterfl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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